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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민주당 등 야권이 '한미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서한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수신인 Barack Obama 대통령, Joseph Biden 상원의장, John Boehner 하원의장). 새누리당은 'FTA가 노무현 정부와 우리당의 작품'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한미FTA에 대해 입장을 번복하는 원칙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2007년과 2010년의 FTA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발효 이전에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합리적인가?

하나. 두 정부의 한미FTA는 동일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추가협상을 통해 일방적 양보를 결정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FTA로 변해 버렸다. 가장 극명한 실례는 자동차 부문이다.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부문에서 포기한 이익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이익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자동차 부문 재협상 결과: ① 승용차의 관세철폐 시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함으로써(배기량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 한국 자동차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간을 2년 연장시켰으며,  ② 안전기준을 … 세밀한 한국기준에서 느슨한 미국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혜택을 주었고, ③ safe-guard를 신설함으로써, 한국 자동차의 수출이 증가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게 관세를 물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둘. 미국경제의 허구성이 드러났다. 2007년 한미FTA 타결 때 표면화되지 않았고 인식하지 못했던 미국 경제의 약점! 즉 선진제도로 인식되었던 금융제도의 허구성이 입증되었으므로, 전 부문에 걸쳐 현재 사정에 알맞게 한미FTA를 재협상해야 한다.

미국 금융시장은 선진구조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면 당시 미국에는 약 8,000여개의 은행이 있는데, 1개 점포로 구성된 은행이 있을 정도로 자본구조가 취약하거나 불안정성이 컸다. 보험부문에는 연방법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주법과 주 당국이 감독했다. 투자은행(IB)에는 그룹 전체를 모니터링하면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셋.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2007년 협상에서 미국경제의  선진성에 ISD의 폐해가 묻혔을 수 있으며, FTA의 이익이 ISD를 능가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현재 ISD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므로, 추가협상을 통해 제거할 필요가 있다.

ISD는 상대국 국가(한국)의 정책으로 미국 기업이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미국 기업이  ICSID에 제소하면 한국의 동의 없이 중재재판이 개최되며, ICSID의 중재재판부는 당사국 각 1인과 그리고 미국인이 총재로 있는 세계은행 산하 ICSID 사무총장이 지명하는 1인으로 구성되고, 국제 중재판정부의 보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국가는 FTA 특혜 관세 중단이라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NAFTA 1136.5조).

새누리당은 한미FTA를 노무현 정부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각 부문별 이익균형에서 '노무현 FTA' '이명박 FTA' 는 분명 차이가 있다. 「비준안」 통과 직전 재협상 요구는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국격은 과거나 힘에 끌려 다니는 상태가 아니라, 국익확보와 국력증강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노무현 정부와 우리당이 한미FTA를 주도했으므로, 「비준안」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상황이 바뀌고 문제가 발생하면, 재협상은 당연하다.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자동차 부문의 이익불균형과 미국경제의 허구성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 부문 재협상과 ISD 문제에서는 분명한 사과와 입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상 자동차 이외 다른 부문에 대한 재협상 근거로 미국경제의 문제점 하나로는 부족하다. ISD와 자동차의 교환도 어설픈 변명이다. 2007년 당시 정부의 무능력과 우리당의 당리당략을 분명하게 사과하고, 보다 분명한 근거로 재협상을 주장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현 상태의 한미FTA 발효'를 당연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협상을 주장하면서, 재협상 불가시 폐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외교의 기본은 설득→타협→위협이다. 민주당은 두 단계를 생략하고, 최종단계인 위협전략을 선택했다. 위협에는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4.11 총선을 위한 얄팍한 술수가 아니길 기대한다.


태그:#한미FTA , #FTA재협상, #총선공약, #한미FTA폐기, #한미FTA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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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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