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티베트에서 출발하여 네팔로 가는 길. 우여곡절 끝에 높은 고봉을 지나왔지만, 앞으로 갈 길이 먼 만큼 티베트 작은 마을에 들러 자동차를 정비하고 발걸음을 재촉해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네팔로 향했다.
고장 난 자동차를 견인해 한참을 달려온 길. 뒤를 돌아보니 '어떻게 왔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고봉들로 가득하다. 언제 나타났는지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구경하는 태양. 조금씩 따듯한 햇살이 내려앉으면서 긴장으로 굳었던 나의 몸도 안정을 찾는다.
높은 고산을 지나 푸른 초원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다른 곳에 비해 고도가 높고 날씨가 추워, 풀을 보기 어려운 티베트지만 여름이면 따듯한 바람이 불어 녹색 풀들로 가득한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초원 한쪽에서 눈에 띄는 양 떼. 티베트 여인들은 양 젖을 짜는지 양들을 일렬로 묶어 놓고 아래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많은 개발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유목민. 우연히 만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다가갔다.
가사일을 나누어 하는 티베트 유목민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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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티베트 여인네, 젖을 짜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문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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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양들을 보고 이야기를 건네며 부지런히 양 젖을 짜는 티베트 유목민들은 양 젖이 잘 나오는지 웃으면서 아래 놓인 통에 젖을 담는다.
내가 알아 듣지 못하는 티베트어로 인사를 건네는 티베트 여인네.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웃고 있는 여인의 표정에서 반가움이 묻어난다.
서로 마주 보고 빼곡하게 묶여 있는 양들. 조금 불편한지 몸과 목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지만 강하게 묶여 있는 끈을 느슨하게 풀기에는 다소 힘이 모자른다. 앞에서 젖을 짜며 말을 건네는 여인네와 이야기를 나누 듯 수시로 표정이 변하는데 그 표정을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양 젖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나 봐요?""그렇지 않을까? 이들은 고수니까."이리저리 오가며 양을 자극하는 티베트 여인. 자신들만의 비법이 있는지 양의 젖을 툭툭 건드려보고 양을 확인한 후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양 젖을 자극해 젖을 돌게 하고, 빠르게 젖을 짜기 시작한다.
양을 일렬로 묶어 놓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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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는 불편하지만 익숙한 듯 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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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양들을 묶어 놓고 젖을 짜는 걸까? 이유가 궁금해 티베트 기사 아저씨를 통해 이유를 물었다.
"여러 마리를 모아 놓으면 싸우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있어 목을 묶어 놓고 젖을 짠다. 이렇게 하면 녀석들도 안정감을 찾고 우리도 쉽게 젖을 짤 수가 있다."오랜 시간 양들과 함께 생활한 이들은 효율적으로 양 젖을 짜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날씨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지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양의 특성상 함께 묶어 놓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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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는 티베트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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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필자(배낭돌이)를 불러 양 젖 짜는 모습을 자세하게 사진에 담으라며 포즈를 취하는 여자아이. 유목민 가정에서 첫째인 이 아이는 3살 때부터 엄마를 도와 집안일과 양을 돌본다고 한다.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자신을 전혀 꾸미지 않았지만, 순수한 아이의 미소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막 짠 젖을 바로 옆 화로에서 살짝 데워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에게 권하는 유목민 가족. 위생상태는 좋지 않지만, 여행자를 위해 손수 젖을 짜고 데워 주는 그들의 정성에 감동해 한 번에 젖을 마셨다.
다른 젖에 비해 높은 영양소가 들어 있어 가격이 비싼 양 젖. 무엇보다 산소와 먹을 것이 부족한 이곳 티베트에서 양 젖은 무척 소중한 음식이다. 방금 막 짠 젖이라 그런지 양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 맛이 무척 부드러웠다.
인사를 건네기 위해 동생을 데리고 나온 유목민 가족의 둘째 아들. 유목민 가정에서 양 떼 운동을 담당하고 있다는 둘째는 젖을 짤 때면 잠시 휴식을 하며 막내 동생을 돌본다고 한다.
귀여운 동생을 찍어 달라며 아이를 렌즈 앞으로 내미는 둘째. 어린 나이임에도 막내 동생을 바라보는 녀석의 표정이 듬직하다.
이방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우리의 방문을 허락한 유목민 가정의 아빠. 젖 짜는 모습을 찍는 나를 불러 양 털 깎는 모습도 담아가라며 포즈를 취한다.
익숙한 듯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녀석. 기계가 아닌 가위로 살과 털을 분리하는 수작업인 만큼 가끔 상처도 나지만, 아빠의 손 길이 있어 추운 티베트에서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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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 지어 다니는 양떼. 티베트의 고산과 초원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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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서야 묶인 끈에서 풀려난 양들은 몸을 풀기도 전에 무리 지어 한쪽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대열을 만들고 굳어 있는 몸을 풀며 풀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유유히 풀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미소 짓는 티베트 유목민 가족의 표정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행복과 삶의 여유가 묻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