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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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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의 근거인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당사자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여러 야권 인사들의 멘토로 꼽혀왔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정치참여를 권유한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상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김 위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비대위에 참여한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서 총선에서 성공해야 대선 가도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비대위에 참여해 쇄신을 강력히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박 위원장이 (국내현안과 함께 국제사회·동북아·남북관계의 변화 등에 대해) 가장 많이 준비한 사람"이라며 "박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됐을 때 제공할 정책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강·정책 변화→ 제도변화 갖고 올 총·대선 공약→ 대선에 곧장 영향"

그는 한나라당의 정강·정책 전환 문제에 대해 "제도적 변화를 갖고 올 총·대선 공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19대 국회는 반드시 이 공약들을 실천해야 하며, 돈이 따라와야 하는 공약에 대해서도 반드시 올해 예산 국회에서 반영시켜야 한다"면서 "그래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이 19대 국회의 실천이 대선에 곧장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정강·정책 쇄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약을 내놓더라도 바로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강·정책의 변화를 내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위원장의 당선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올 4월 총선결과에 대해서는 '지금 방향을 잘 잡고 가면'이라는 전제 아래 "원내 1당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한) 121석을 얻는다 해도 원내 1당이 될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이 과반수를 얻는다? 천만의 말씀이다. 무소속 당선자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답전문.

- 어떻게 비상대책위원을 맡게 됐나.
"그동안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 잘 될지, 못 될지 관심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좀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생각을 깊이 하다가 비대위에 참여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이 자리가 영광스러운 자리인가, 권력이 있는 자리인가? 정력과 시간 낭비하며 자기들을 도와주러 왔는데 모두 긁으려고만 들고... 비대위와 싸울 상황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이랑 경쟁해야 하지 않나. 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 안 가는 이들이다."

- 한나라당보다는 민주통합당에 친분 있는 인사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을 택했다.
"민주통합당에는 친노·시민단체·구민주당쪽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후 서로 노선 갈등이 굉장히 심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나라가 불안해지는 것을 볼 수는 없지 않나. 나는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 친소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내 조부(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가 1963년에 야당 민정당을 만들어 공화당과 맞서 싸울 때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 첫째가 나라의 안정이다. 한나라당을 변화시켜 나라를 변화시켜야 국민이 안심하면서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박 위원장은 '나라를 위해 도와 달라, 제도권 정치가 안정돼야 하지 않겠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언급하지 않았다."

-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통한 쇄신에 실패해서 원내1당이 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정치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건가.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19대 국회를 다음 대선을 위한 선거용 국회로 이끌 것이다. 현 정부의 치부를 들춰내기 위한 식으로 악용될 텐데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 박근혜 위원장과 일 해보니 어떤가.
"박 위원장은 흥분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는 분이 아니다. 비교적 많이 듣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도 많이 하는 분 같다. 함께 일을 하는데 별로 지장 없다.

박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에 그 때 제공해줄 것(정책 아이디어)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깐 이(한나라당) 사람들은 아직도 반성이 덜 됐다. 긴박감을 못 느끼고 있다."

- 박 위원장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비대위에 참여한 것이다. 박 위원장이 총선 국면에서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총선에서 성공해야 대선가도까지 갈 수 있지 않겠나. 그 때문에 비대위에 참여해 쇄신을 강력히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은 국내현안과 함께 국제사회·동북아·남북관계의 변화 등에서 대단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정상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오래 고민하며 준비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현재 후보감을 놓고 보자면 박 위원장이 그래도 가장 많이 준비한 사람이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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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위원은 박 위원장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 등에 비판적이었는데.
"박 위원장도 시대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화했다. 복지정책도 스스로 먼저 제기하지 않나."

- '부자증세' 문제는 어떤가. 박 위원장은 이 문제에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박 위원장이 합리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든 것인데 박 위원장은 전체적인 틀에서 소득세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회기 내에서 전체적인 틀을 다듬을 시간이 없어서 반대한 것이다. 부자증세를 반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너무나 합리적인 것을 고려해 주장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 총·대선을 앞두고 소득세법을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안이 공약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인가.
"정강·정책을 다듬는 것은, 제도적 변화를 갖고 올 총·대선 공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마련하면 올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19대 국회는 반드시 이 공약들을 실천해야 하며, 돈이 따라 와야 하는 공약에 대해서도 반드시 올해 예산 국회에서 반영시켜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다. 19대 국회의 실천이 대선에 곧장 영향을 미친다.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정강·정책 쇄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약을 내놓더라도 바로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자는 것이다."

- 여·야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나열하자면 여·야 모두 비슷하다. 그런 만큼 핵심적인 것을 뽑아서 어필할 수 있는 화두를 만들어야 한다."

- 30~40대를 향한 메시지로?
"대한민국 전체를 향한 경제공약이 돼야지, 30~40대가 매력을 느낄 만한."

- 1월 말까지 쇄신 방향 안 보이면 사퇴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1월 말이면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총선이 4월이다. 1월 말까지 기준이 정해져서 조치가 단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적당히 어물어물할 여유가 없다. 현재 한나라당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나? 그래서 모든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음력 설연휴(21~24일)에 4월 총선에 대한 분위기가 다 정해진다. 정치를 해본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내가 지금 답답하게 느끼는 건 그게 안 돼서다."

- 그 때까지 인적쇄신의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정책도 따라간다.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인적쇄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 이상돈 의원의 '정권 실세 용퇴론'을 뒷받침했는데.
"이상돈 위원의 얘기가 틀리진 않다. 다만, 개개인에 대해서 강요된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결정 못한다면 다른 방법에 의해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다만 너무 일찍 얘기해서 반발이 나온 거다. 비대위가 초창기에 반발에 눌리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그 뒤를 받쳐줬다."

"인적쇄신돼야 정책도... 비대위와 결별? 그래서 어디로 갈 건가"

- '인적쇄신'에 대해 반발하는 친이계 쪽은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결별해서 어디로 갈 건가."

- 홍준표 전 대표는 김 비대위원의 동화은행 비리를 직접 자백 받았다고도 했다.
"웃기는 소리다. 어떻게 담당이 아닌 사람이 조사를 하나. 괜히 그런 말로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다."

- 친이계 주장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가 공천이나 총선공약 만드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그 사람들 얘기다. 박 위원장이 그런 것을 모르고 비대위에 날 오라고 했겠나. 이미 다 노출됐던 일이다. 또 왜 그 사건이 불거졌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 동화은행 뇌물사건이 불거진 배경이 YS(김영삼) 정권의 탄압이란 뜻인가.
"난 YS가 대통령 되면 어떤 경우든 공격받을 것을 알았다. 정치권 정당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고. 솔직히 그 사건은 (동화은행이) 선거자금을 대줬던 것이다. 그걸 내게 뇌물수수로 뒤집어씌웠다. 또 박 위원장에게 전권을 줬으면 박 위원장이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지 않나. 여기서 비대위가 뭉개지면 한나라당이 어떤 궁지에 처할지 상상해봐라."

- 노태우 비자금 사건은 어떤가.
"이미 다 알려진 거고, 그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 친이계는 김 비대위원과 이상돈 비대위원을 공천과정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이렇게 공격하는 것 아닐까.
"내가 공천과정에 들어갈 이유가 있나. 다 자기네들이 상상한 거다. 난 친이계가 누구고 친박계가 누군지 관심도 없다. 개별적으로 알지도 못한다."

-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
"전혀 관심 없다. 솔직히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 이 나이에 이런 일 하는 게 감투를 바라고 하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별로 관심없다. 여태까지 국회의원, 장관, 수석도 다 해봤지만 내가 구걸해서 한 자리는 없다."

- 공천심사위원장은 정치판을 새로 짤 수 있는 자리인데.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다고, 개인적인 원수나 적대관계를 많이 만들 그런 자리를 원할까. 박 위원장도 상당히 화합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전혀 새로운 사람이 (공심위원장이) 될 수도 있고, 현재 비대위원 중에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 박 위원장이 10.26 재보선 이후 쇄신 논의가 활발했을 때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고 한 달 이상 시간을 끌었다고 보나. 당이 화합하면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그러다 12월 1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망가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훌쩍 떠나버려도 빚질 게 없다. 다만, 신의상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이제 그런 착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비대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좌초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겠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나. 만에 하나라도 한나라당이 4·11 총선에서 승리 못했을 때 나타날 정치적 상황을 상상이나 해봤나."

"박근혜, 비교적 방향 잘 설정...내 생각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의 의석을 얻어야 총선에서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원내 1당이 돼야 하지 않겠나. 지금 방향을 잘 잡고 가면 가능하다고 본다."

- 상당히 많이 보는 것 같다. 보통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을 뚫고 얻었던 121석 정도기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121석을 얻는다 해도 원내 1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이 과반수를 얻는다? 천만의 말씀이다. 무소속 당선자도 많을 것이다."

- 비대위 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대위 활동이 질질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가장 염려스러운 건 비대위 참석하는 분들이 정치감각을 갖고 임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참 잘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20대의 사고를 반영할 수 있다. 말을 솔직하고 용감하게 잘 한다. 혹자는 너무 어리다고 하지만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나이 갖고 시비를 거는데 그래갖고 정치인이라 할 수 있겠나."

- 정수장학회 문제는 어떻게 보나. 이준석 비대위원은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자신도 박 위원장을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공익재단으로 전환돼 '클리어'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자신의 대선가도에 지장이 있다고 보면 스스로 판단할 문제 아니겠나."

- 박 위원장과 생각이 많이 일치하나.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자세와 나의 생각에 괴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대권을 향해 가는 사람이다. 비교적 방향을 잘 설정하고 있다고 본다. (박 위원장의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태그:#한나라당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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