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가히 '태풍의 눈'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종인 위원(정책쇄신분과위원장)은 이상돈 위원과 함께 당내 'MB정부 핵심인사' 용퇴론을 내놓은 데 이어 당 정강·정책의 '보수' 표현 삭제 논란을 촉발시켰다.

한나라당은 2006년 1월 '홍준표 혁신위'를 통해 정강을 전면개정하면서 첫 머리에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는…'이라고 정체성을 밝혔다.

김 위원은 5일 낮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발전적 보수? 나부터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보수라고 하면 '꼴통' 냄새가 나니깐 구차하게 '발전적'이라고 덧붙인 것 아닌가. 보수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하나"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보수'라는 한나라당 간판을 내리자는 것이다.

그는 이번 논란에 대해 "내가 의도적으로 화두를 던져본 것"이라고 밝혔다. 작심하고 꺼낸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대적 요구에 안 맞는 용어를 굳이 정강·정책에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여옥 의원이 그를 '한나라당 철거반장'이라고 비판하는 등 친이계를 중심으로 반론이 나오고 있고, 비대위 정책쇄신분과에서도 더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쇄신분과위원인 권영진 의원이 "분과위원 중에서 7:3정도로 삭제주장이 많다"고 전했다는 점에서 삭제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은 정강 중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정당의 정강에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넣는 무식한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독설을 퍼부었다.

"'상생발전' 정강 포함 사안 아냐"

그는 이와 함께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한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발전'문제는 "정강에 직접 포함시킬 사안은 아니고, 정강에는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표현 정도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형성된 거대기업들을 때려부술 수는 없고, 다만 앞으로 더 이상 그 사람들이 (법규 등을) 방종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그를 위해 경제정책을 제정하고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정강정책의 표현이 아니라 정책수립과 집행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재벌 계열사가 자산의 일정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 부활문제에 대해서도 "지엽적인 문제"라면서도 "그것을 없애고 후회하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음은 한나라당 정강정책 변화문제에 대한 문답 전문.

- 비대위 가동된 지 열흘 정도 지났는데.
"'So far So good(지금까진 좋다)'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비대위를 만들고 논란도 벌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 비대위의 '인적쇄신' 주장을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센데.
"별로 놀랄 것도 없었다. 다소 반발도 있고 비난도 하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정치, 정당에 들어오면 그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다."

- 김 위원은 국회·정당을 오래 경험했지만 다른 외부 비대위원들은 그런 경험이 적어서 다르지 않겠나.
"다른 분들도 괜찮은 것 같다. 공천기준을 마련하는 정치쇄신 분과에서 활동하는 이상돈 위원도 비교적 소신껏 잘 하시는 것 같다."

- 현 상황에 대해 놀랄 것도 없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기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우선 국민의 의식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 이 거대정당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비대위를 만들고, 외부 사람들이 와서 힘을 보태야만 변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는지 인식하고 스스로 반성도 해야 한다. 당내 인사들은 (비대위 쇄신 과정) 상황이 진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보수' 삭제, 의도적으로 화두 던져... 공화당-민정당에도 없었다"

- 한나라당 정강·정책의 '보수'라는 용어 삭제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내가 의도적으로 화두를 던져본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안 맞는 용어를 굳이 정강·정책에 끌고 갈 필요 없다고 본다. 엄격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대중정당은 이념에 고착돼 있으면 안 된다. 한나라당은 우리나라를 끌고 가는 국민정당이다.

48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이 특정 이념에 기초하는 건 굉장히 어색한 일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정당을 보더라도 스스로 보수를 지향한다, 진보를 지향한다는 표현을 쓰진 않는다. 다만, 보수 성향인지 진보 성향인지 외부의 평가만 있을 뿐이다."

- 현 한나라당 정강·정책에는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는…"이라고 명시돼 있다.
"발전적 보수? 나부터도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발전적 보수의 의미가 뭔가. 보수라고 하면 '꼴통' 냄새가 나니깐 구차하게 '발전적'이라고 덧붙인 것 아닌가. 보수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하나?"

- 전재희 의원은 2003년 한나라당 정강정책에는 보수라는 말이 없었다고 하는데.
"맞다. '발전적 보수'라는 말이 들어간 건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 때다. 노무현 정부를 좌파로 매김 지으면서 보수라고 하면 반사효과를 얻을까 해서 들어간 조항으로 본다. 큰 의미도 없고 한나라당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대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대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당내 반발이 거세다.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 철거반장'이라고 비판했고, 김용갑 전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이 '보수' 표현 삭제를 용인하면 아버지 박정희 시대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반발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보수 표현을 빼면, 박정희 시대 부인? 뚱딴지 같은 소리다. 공화당 때도 민주정의당 때도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 정강·정책을 바꾸더라도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라고 인식돼 있지 않나.
"국민이 인식하는 것과 정당이 정강에 그것을 명시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정강·정책에 보수를 명시하는 건 앞으로 장애가 된다. 사실 보수의 어원만 따지자면 변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똑같지 않나."

- 정책쇄신분과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분과위원 중에서 7:3 정도로 삭제 주장이 많다고 하던데.
"그런 정도로 보인다."

-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문제도 정강에 거론될 수 있나.
"굳이 직접 정강에 넣을 필요가 없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문제는 경제정책 측면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늘 하던 얘기인데 지금까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것 아닌가. 무엇을 정책적으로 잘못해서 지금까지 이 문제가 논란 대상이 됐는지 구분지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나 기부문화 촉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벌개혁이란 말도 어폐가 있다. 정부가 어떻게 재벌을 개혁할 수 있나. 정부로서 할 수 있는 건 틀을 만들고 그를 엄격히 지키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늘 얘기한 부분이다. 기업의 가장 큰 책무는 우리나라의 법과 지금까지의 관행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이윤을 가장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법을 지키지 않았고 정부는 그에 대해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다. 그러니 사회가 갈등 구조로 가게 된다. 이제 대다수 대기업 총수들이 재벌 3, 4세까지 넘어갔는데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가 엄격히 지켜졌다면 그랬겠나. 이미 형성된 거대기업들을 때려부수거나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더 이상 그 사람들이 (법규 등을) 방종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그를 위해 경제정책을 제정하고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 맞다."

- 그래도 '상생 발전'과 같은 내용이 정강·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나.
"정강·정책에 반영될 사안이 아니다. 공정사회도 막연한 개념 아닌가. 차라리 공정거래법이 상당히 느슨하다면 강력히 개정하고 세법의 뚫린 구멍을 메꿔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은 공약으로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 정강·정책에선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표현 정도로도 된다. 양자 중 한쪽에만 치우치면 그 사회는 깨지게 돼 있다. 지속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 카테고리 안에서 모든 세부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

- 출총제 부활문제는 어떻게 보나.
"지엽적인 문제고, 중요하게 볼 필요는 없는데, 그것을 없애고 후회하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1995년만 하더라도 '20 대 80의 사회'라는 용어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1% 대 99%의 사회'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자신을 하층민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만 해도 전체의 58%다. 분석해보면 주로 30대가 이런 판단을 한다. 30대가 희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에서 과장·차장급에 해당되는 40대도 한나라당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사회구조를 고민해보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언가.

국민들이 다른 것은 기대 안 하니, 현재 소득이 유예되더라도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가를 잡아달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나. 과거 우리나라가 압축성장할 땐 다른 측의 불만도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함께 올라갔다. 지금은 어떤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다. 최고 수출액을 올렸다고 해도 일반 국민에겐 전혀 느낌도 안 온다. 성장은 하고 있다는데 내 소득은 안 늘어난다. 그런 현실에 깔려 있는 국민에게 적당히 표를 갈구해서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민주주의 사회에선 정당 간의 경쟁이 곧 정치다. 국민 입장에선 어느 정당이 내놓은 상품이 내게 가장 영향을 미칠지 생각 안 할 수 없다. 거기에 맞춰서 한나라당을 쇄신하자는 것이다."

"출총제 없애고 후회하는 상황 된 것 아닌가"

- 정강정책에 "포퓰리즘에 맞서"라는 대목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정당의 정강에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넣는 무식한 사람들이 어디 있나. 발전적 보수는 또 뭔가. 한나라당은 앞으로 보수표만 얻으면서 정치할 건가. (정강·정책의) '합리적 개혁'도 좋은 말이지만 무엇을 개혁했어야 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에게 '밖에서 말씀은 삼가해달라'는 요청은 안 했나.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다. 다만, 익지 않은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은 들었다. 그 말은 맞다. 정책은 완성되기 전에 밖으로 새나가면 안 된다.

보수라는 말은 정책이 아니다. 논쟁해볼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반발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박 위원장이 결단한다면 (보수 용어 삭제는) 가능하다."

- 박 위원장이 그렇게 결단할까.
"박 위원장은 총선이나 대선 모두 중도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국민정당을 생각한다면 특정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한나라당이 변화된 국민 의식구조를 반영해 선거에서 이기려면 어떤 측면에서는 민주통합당보다 앞서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실에 맞는, 앞서가는 정책을 내놓아야 선거에서 당당히 이길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무엇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지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을 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서민의 생활상, 소상공인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노인 빈곤 문제 등 모두가 우리 사회의 핵심 갈등 요인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말만 갖고 어떻게 해결하겠나."

- 비대위 논의가 '인적쇄신'에서 '정책쇄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늘 얘기하지만 국민들에게 뭐를 미끼로 해서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서울·수도권 유권자를 적당히 생각하면 큰일 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30대의 75%가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 40대는 66%, 20대는 69%가 박원순 시장을 택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으로부터) 달아난 유권자를 뭘로 끌어들일 것인가. 그럼에도 '꼴통'으로, 옛날 가치를 지켜가겠다? 이미 젊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안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나라당이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김 위원이 맡은 역할이 '미끼'인 총선 공약을 만드는 그런 일 아닌가.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가 있나.
"종전의 사고방식으론 안 된다. 고용창출을 하겠다? 이미 제조업에서 고용창출이 안 되는 상황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한 건 있지만 말 안 하겠다. 돌아가는 꼴을 보고 쇄신을 생각하는 것 같다면 그동안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내놓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놓을 필요도 없다.

사실 난 지금 정책분과 소위에 안 들어가고 있다. 당내·외를 막론하고 나에 대한 선입관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들어간다면 틀림없이 이런 것들을 할 것이란 말이 나올 것 같아서다. 그런 얘기가 나오면 일단 시비조로 덤빌 텐데 말려들고 싶지 않다. 일단 정책쇄신분과 소위에서 정리한 바를 알려 달라고만 했다. 만약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사항들이 안 나온다면 (내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아무 것도 안 된다."

- 대략적으로 설명한다면.
"총선공약이 아니라 대선공약으로 가야 할 사안이다."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너무 경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상황 아닌가. 이제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으니 이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는 전진돼야 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상대 안 한다고 했지만 오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기대를 걸어본다. 중국이 있는 이상 북한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태그:#한나라당 비대위, #김종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