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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요계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장르는 찾아보기 힘들며 가요 트렌드는 획일화됐다.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몇몇 대형기획사 출신의 아이돌 가수들만이 주류 음악에 편승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다. '오토튠'으로 대표되는 기계음에 의존한 음악들만이 난무한다.

이런 몇몇 현상들로 대표된 대한민국 대중 음악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개선되기 보다는 한 분야로의 치우쳐만 갔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돌 음악이 전체 시장 규묘의 대부분을 차지 않은 채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공존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과 10년사이 대한민국 가요계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증이 생길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대중음악 소비자들이 더 이상 들리는 음악으로서의 질을 따지기보다는, 보이는 음악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음악에 대한 수준이 저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그러했던 대한민국 가요계가 요동치고 있다. 냉정하게 하나의 예능에 불과한 '나는 가수다'가 한회씩 방영될 때마다 실시간 음원 사이트의 차트 순위가 요동치며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나는 가수다'에 쏠리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놀라울 것 없는 기존의 실력파 가수들의 무대임에도 사람들은 마치 신인 가수를 접하는 마냥 기대하고 관심을 쏟는다. 이미 하차한 정엽, 혹은 김범수의 경우는 '나는 가수다'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며 뮤지션 인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임재범은 제2의 전성기를 '나는 가수다'를 통하여 맛보고 있다.

기존의 현 대중음악계를 비판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소비자들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강하게 갈구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며 시청률 못지않은 음원 차트 싹쓸이가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상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나가수 신드롬'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대중들은 오래 전부터 좋은 음악을 갈구하였고 좋은 음악이 등장할 경우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다. 무한도전에서 BGM으로 사용된 이적의 '같이 걸을까'가 금방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보며 여전히 소비자들은 아티스트들이 고뇌하고 노력하여 만든 결과물에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들이 아이돌 음악만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다양한 장르의 수준높은 음악을 향유하고 싶어함은 이번 '나는 가수다' 신드롬을 통하여 분명해졌다. 사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성향은 '슈스케' 열풍 때부터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형기획사의 자본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준비되어온 아이돌 가수들의 음원이 '슈스케'의 개성있는 출연진들의 음원에 밀리는 현상을 통해 이미 소비자들은 현재의 획일화된 가요계의 방향성을 분명히 거부하였으며, 좋은 음악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중 음악 소비자들에게서는 과거와는 다른 점도 발견된다. 음원을 구하기 힘든 시절의 소비자들은 좋은 노래를 찾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레코드집을 전전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음원은 더 이상 구하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능동적이지 못하며 수동적으로 변하였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기획사들의 음악만이 제공되자 그들은 획일화된 방향성에 싫증을 느끼면서도 과거처럼 능동적으로 좋은 음악을 향유하기 위한 탐색을 벌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이상 우리는 새로운 유재하, 김현식, 김광석을 볼 수 없었다. 대형 기획사의 도움 없이 자신이 가진 음악성으로만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하는 뮤지션들은 시장논리에 의해 사장될 수밖에 없었으며, 실력있는 신인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대형 기획사의 신인들만 빛을 보게 되었다. 만약 소비자들이 80년대 90년대 보여주었던 능동성을 계속해서 유지하였더라면 대형 기획사들이 일방적으로 자본 논리를 밀어 붙일 수 있었을까?

비판은 기존의 기성 뮤지션들에게도 해당된다. 한국 대중 음악 소비자들의 귀는 여전히 수준이 높지만 그들이 수동적으로 변하였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지되었다. 시장의 논리 적용이 가혹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불가피한 것이라면, 기성 뮤지션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응을 하여야만 했다. 자신들의 기존 음악을 비슷한 방법으로 발산하는 음악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하였다.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 자신들이 보여주었던 음악의 자기 복제를 반복하였으며,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기성 뮤지션들의 음악을 소비자들은 외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기성 뮤지션들은 2008년 김동률이 5집 앨범에서 자신의 기존 색깔과는 다른 변화를 시도한 이후 10만장에 달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것을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기성 뮤지션들을 외면하자 그러한 틈새를 자본을 앞세운 대형 기획사들이 파고든 이후 자신들의 세를 확장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즉 자기 복제를 반복한 기성 뮤지션들 역시 현 대중음악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변한 소비자들, 기존의 음악을 답습하기만 한 기존의 뮤지션들 그리고 그러한 괴리의 틈에서 시장 논리를 앞세운 채 자본으로 밀어붙인 대형 기획사들. 이 세 요소가 합작된 현재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말하는 '인디'와 '오버'간의 간극이 커졌다는 점이다. 수동적인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발적으로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찾지 않는다. 그렇기에 실력있는 신인들은 '인디'라 불리는 열악한 시장에 국한될 수 밖에 없었다.

'오버' 시장으로 넘어가기엔 자본을 앞세운 대형 기획사들의 횡포가 너무나도 큰 벽으로 자리잡았고 인디의 뮤지션들은 계속해서 인디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현식, 유재하가 1980년대의 '인디'에서 시작한 뮤지션들임을 고려한다면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물로 오버 시장에는 새로운 뮤지션들은 수급되지 않은 채, 아이돌들만이 데뷔하고 새로운 파이를 차지하는 모습이 반복되곤 하였다(기존의 뮤지션들은 자기 답습으로 인해 잊혀지거나 혹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현상들은 하나의 순환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악순환이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현상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글의 첫 소재이자 모티브를 준 '나는 가수다' 혹은 이와 유사한 무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능동적이지 못하다면 뮤지션들이 능동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실력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존의 보컬리스트들만 출연하는 무대로 한정되어서는 안되며 그 무대가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오버'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로서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굳이 '나는 가수다'가 아니어도 좋다. 좋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 중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나가 살아남았으며 그 마저도 금요일 심야시간인 것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가수들을 위한 무대가 너무나도 좁아진 상태인 현재를 대변한다. '나는 가수다'는 이런 현 음악 시장의 틀을 깨는 첫 장이 되어야 하며 이는 일회성 신드롬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기계음 혹은 오토튠으로 대표되는 음악들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 종류의 음악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 대중 음악은 분명 문제가 있다. '나는 가수다' 열풍은 단발적 신드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궁극적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무대이다. 중간 과정에 있어 불협화음도 발생하였지만 '나는 가수다'가 장수하여 현 대중음악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발돋움하길 진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태그:#나가수, #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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