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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한 후 <오마이뉴스>는 23일자 메인 기사에 날치기에 찬성한 의원 151명(한나라당 141명 미래희망연대·자유선진당 10명)의 명단과 얼굴을 공개했다.

 

<경향신문>도 지난 11월 23일자 신문 1면 전체에 이례적으로 이들 국회의원의 사진을 실었다.

 

이같은 진보매체의 명단 공개는 한미FTA 날치기 처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독자들과 공유하자는 뜻이 엿보였다.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찬성한 의원 명단에는 강길부(울주군), 김기현(남구 을), 안효대(동구), 정갑윤(중구), 최병국(남구 갑) 의원 등 울산지역 한나라당 의원 5명도 실렸다.

 

하지만 전 국민적 공분과는 달리 이들 의원들은 되레 지역언론에서는 '자랑스런 국회의원상 수상' 등으로 보도되며 내년 총선을 앞둔 표밭다지기에 나서고 있어 이중적 행보라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날치기 국회의원, 지역에선 자랑스러운 의원?

 

지난 11월 28일자 지역언론에는 4·11총선을 130여일 앞두고 울산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이 공천티켓 확보 모드로 급전환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재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는 5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주민들과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민생탐방을 하고, 예비주자들은 선거법 제약이 심한 가운데서도 이들은 출판기념회, 행사 참석을 통한 얼굴알리기와 선거조직 구성 등 물밑 움직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지역언론은 "특히 지난 22일 한미FTA 비준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현역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 본격 전개됨에 따라 지난 주말 울산지역에서 펼쳐진 각종 행사장에는 총선예비주자들이 대거 몰려 총선전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 내용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무대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행보를 했지만, 지역구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한 예로 한나라당 대변인기도 한 울산 남구 을의 김기현 의원의 행보를 들 수 있다. 그는 한미FTA 비준안이 날치기 통과되기 3일전인 지난 11월 19일 지역구로 내려와 주민과의 대화를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정책제안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었다.

 

하지만 그는 3일뒤 날치기 통과에 참가한 후 지난 26일 서면 프리핑에서는 "한미 FTA 무효화를 주장하는 불법집회 참가자 100여 명이 종로경찰서장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한미 FTA를 명분도 이유도 없이 반대하며 국가질서를 혼란케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울산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한미 FTA  날치기 통과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과연 지역구 어떤 주민들로부터 어떤 정책제안과 애로사항을 들었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울산 중구 정갑윤 의원의 이중 행보도 눈에 띈다. 그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찬성, SNS 제한 법 발의, 정치자금 밥값 1위로 3관왕을 했지만 지역언론들로부터는 우수의원 3관왕으로 보도되고 있다.  

 

최근 대다수 지역언론은 "정 의원은 지난 6월 제18대 국회 종합평가에서 헌정우수상을, 10월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수여한 2011년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상에 이어 2011년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수상해 올해 3관왕에 올랐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지역언론에는 정갑윤 의원이 최근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 안효대(울산 동구) 의원 등과 함께 SNS 접속 제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특히 정갑윤 의원은 지난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대표발의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다 당시 광복회와 야당, 대다수 국민들이 일제히 반발하자 이를 철회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정치자금으로 1년에 5520만 5909원을 밥값에 사용해 국회의원 중 1위를 차지해 누리꾼들의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지만 이 역시 지역언론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는 이들 국회의원들의 이중행보에 지역언론이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민연대 김동일 활동가는 "울산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 SNS 제한법 발의에 적극 동참해 전국 누리꾼의 지탄을 받았지만 이상하게 지역에서는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지역민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시민사회가 대안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며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국회의원들이 지역에서는 영웅으로 치켜세워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울산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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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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