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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의한 한미FTA 날치기 통과 이후 정국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고 분노한 시민들은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놀란 경찰은 이들에게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물대포를 인도의 시민들에게까지 무자비하게 퍼부어대었다. 지난 11월 30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FTA를 성토하는 '나꼼수' 공연에는 근자에 보기 드물게 5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보수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밝힌 부장판사(김하늘, 인천지법)가 조목조목 따져가며 한미FTA는 사법주권마저 빼앗기는 불평등한 조약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위한 전담부서를 대법원에 두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으며 이에 동조하는 일선 판사들이 순식간에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또한 근자에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여전히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지의 소치라고 각종 설명회를 여느라 바쁘다. 그리고 보수언론을 동원하여 한미FTA에 반대하는 논리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며 반대여론의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한미FTA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한미FTA가 발효되면 내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서울 은평구에는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그래서 여의도 나꼼수 공연에 다녀온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왜 요즘 한미FTA 반대집회에 그렇게 열심히 나가세요?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명 좀 해봐요."

 

돌아온 아내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도 몰라요. 한미FTA가 체결되면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용이 어려워 정확히는 몰라요."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다.

 

"그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위에 나간단 말예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국회비준을 미루고 국민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준여부를 결정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짜고 날치기로 통과시켜버렸어요. 나와 내 가족,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일인데 어떻게 지들 멋대로 날치기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열받았지요. 나가서 소리라도 질러버리지 않으면 울화가 터져 미칠 것 같아요. 그래서 집회에 나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심판할 거예요."

 

솔직히 나도 한미FTA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는 모른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찬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은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더욱 한미FTA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이 따져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누가 손해를 보는지, 그리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국익에 도움에 되는지 여부를 정확히 따져보아야 한다. 적어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 또한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 체결을 반대해왔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병원가기 무섭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이 무너지게 되고 진료비와 약값이 3배 이상으로 뛰게 될 것이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정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협약체결 당사국인 미국을 보면 그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미국의 경우 비싼 민간의료보험료 때문에 보험혜택을 못받는 사람들이 5천만명 가까이 된다. 남한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이들은 수백만 원씩 하는 치과치료비 때문에 이가 아프면 집에서 펜치로 치아를 뽑아버리기도 한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서 말이다. 그런 미국이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을 그대로 두고 볼 가능성이란 거의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운동가이자 녹색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랄프 네이더(Ralph Nader)는 "한국과 같이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 미국의 기업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없다고 볼 것입니다. 당연히 기업들은 미국 무역대표단을 동원하여 이같은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할 것입니다"라고 기고문에서 밝혔다.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한미FTA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협약 발효 후 국내 복제약품 생산이 매년 1천억원 가량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제약업계가 입을 피해는 적어도 매년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피해도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약값에 포함 될 것이고 말이다.

 

보험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우리들이 매일 마주하는 밥상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이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 맺은 FTA 결과를 보면 이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1450여 개의 농산물 중 40% 안팎의 품목에 대한 관세가 100% 철회되고 이로 인해 농가는 매년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무차별적으로 외국 농산물이 몰려올 것이고 가격경쟁력을 잃은 우리 농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방부제에 범벅이 된 외국산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될 것이다. 가격도 수입산이 언제까지나 쌀 것이라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 한국 농업이 몰락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처럼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있는 생협을 떠올리며 자기에겐 피해가 없을 것이라 안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도 장담할 수 없다. 한미FTA 발효 이후 생협이나 직거래 방식의 농산물 공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여요. 미국 업자들이 이를 가만히 둘리가 없기 때문이다. 불공정 거래라고 제소라도 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약자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와 관련하여 우리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한미FTA는 지자체의 경비 지원으로 시행되는 학교 급식에서 우리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즉 미국 농축수산물을 차별할 경우 미국 투자자는 한국 정부를 ISD 중재절차에 회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학교 급식에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경비를 지원하는 조례가 한미FTA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금년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이루어 낸 가장 큰 성과 중이 하나인 '친환경 무상급식'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한미FTA 체결로 우리가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랄프 네이더(Ralph Nader)는 한미FTA 체결로 한국이 잃게 될 가장 심각한 것으로 문화부문을 꼽았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의 문화에 대한 한국민 스스로의 통제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무엇을 보고 자랄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문화에 대한 통제를 잃은 사회는 자신감도 잃게 됩니다. 전통 또한 잃어버릴 것입니다. 상상력도 잃게 됩니다"라고 했다.

 

어디 문화뿐이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은평지역에서 요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마을공동체니 지역경제(사회적경제)니 하는 꿈들도 모두 깨질 수 있고 정부에서 복지차원에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공공서비스조차 불공정 행위로 제소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나아가면 우리 아이들의 공교육도 위협받게 될 수 있다. 미국의 기업들이 한국의 공교육 시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공교육 예산을 그냥 지나쳐 버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의 민영화, 기업화를 통해 한국의 공교육마저 장악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내와의 대화에서 확인했듯이 한미FTA는 나와 내가족,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며,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안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수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고 또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통상 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버렸다.

 

통상주권만이 아니다. 국민들의 생존권이 넘어가 버린 것이다. 정말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건강보험이 무너지고 공공서비스가 악화되고 우리 농업이 완전히 말살되고 우리 식탁이 위협받는  날이 온다면, 우리 문화와 아이들의 교육까지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보다 더 참담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한미FTA는 도대체 나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도대체 한미FTA는 나와 내 가족, 내가 살고 있는 은평구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우리모두 따져보아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한미FTA 비준을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한미FTA 비준 무효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FTA를 날치기한 국회의원 151명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이름이 담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권을 송두리째 넘겨준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들을 분명히 심판할 것이다. 그 길만이 한미FTA로 빼앗긴 주권과 생존권, 대한민국이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승국(녹색연합 전 사무처장/박원순 희망캠프 조직기획위원장 역임)


태그:#한미FTA, #한미FTA비준, #나꼼수, #최승국,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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