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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이정희 대표를 사석에서 처음 뵈었다.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밥을 사는 자리였다. 그때 처음으로 넌지시 진보통합 가능성을 여쭤봤지만 이 대표가 못 알아듣는 척하셨다. 그리고 1년 걸렸다. 대통합,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당을 앞둔 통합진보정당의 '얼굴' 중 한 명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말이다. 유 대표는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이 추진 중인 민주통합과 통합진보정당이 향후 하나의 당이 될 가능성에 대해 "통합이란 상당한 정도의 시간을 두고, 조심스레 의사를 타진해보고 해야 할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통합 이전 연대·협력을 통해 다졌어야 할 신뢰, 호감이 마련되지 않았단 얘기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통합진보정당을 만든다고 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왜 대통합에 동의하지 않냐'는 아주 공격적인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며 "그런데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 과정을 보면서 그런 공격적 질문이 1/10로 줄었다"고 말했다.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지는 민주당과 민노당의 한미FTA 강행처리 대응태도로 '통합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단 설명이었다.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대표도 "통합진보정당은 한국 정치의 양당체제를 삼당체제로 바꾸는 역사적 장면"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 사슬을 끊기 위해서 진보통합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들 세 대표는 1일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유쾌한 정치콘서트'에서 통합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이처럼 다시 단단히 다졌다. 이 정치콘서트는 홍세화·조세희·진중권·강풀·김여진 등이 거쳐 간 마들연구소의 명사초청 특강 39번째 자리로 마련됐다. 

 

"익숙한 것과 결별이 진보... 왼쪽 깜박이 넣고 기회날 때마다 좌회전해야"

 

유 대표는 열린우리당 당시의 경험도 토로했다. 민주통합과 진보통합 간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민노당이 하자고 한다면 우리도 하겠다"고 답하는 이유는 "열린우리당 당시 당헌·당규를 혁신적으로 만들더라도 그 뜻을 담보할 수 있는 당내 세력이 없다면 모든 조항이 뒷걸음질 치게 되던" 경험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간의 선거연대가 되지 않았던 까닭은 민노당의 득표력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며 통합진보정당이 높은 당 지지율을 확보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통합진보정당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을 때야 비로소 민주당이 성실하게 대의에 따른 야권연대에 나설 것"이라며 "방법은 딱 한가지다, 통합진보정당이 지지율 20%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야권이 하나의 당이 되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반드시 지나, 그렇지 않다"며 "6.2 지방선거 때도 여러 가지 손해를 보며 야권연대한 정당은 민노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5% 대로 내려앉으면서 민주당이 통합효과도 무시하며 10.26 재보선 당시 선거연대가 잘 되지 않았다"며 힘 있는 정당을 건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이 각각 서로 뭉쳐 정권교체할 때까지 선거연대·정책공조 등을 하면 된다"며 보다 폭 넓은 '진보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숙명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며 "현재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앞으로 더 정성을 들이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정당의 방향은 이들 세 대표가 규정한 '진보'에서 잘 드러났다. 이 대표는 진보의 키워드로 책임·단결·대중성·진심 등을 언급하며 폭넓고 힘 있는 진보정당을 재차 강조했다. 더 이상 말로만 반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정당, 국민이 표를 주는 대로 당선되고 그 힘으로 진보 정책까지 만들어내는 정당을 얘기했다.

 

"진보 심사를 겨우 통과했다"던 유 대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진보"라고 밝혔다. 진보로 묶을 수 있는 주장들은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 의심하고 이상하다면 다르게 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정당은 정치 현실에서의 '진보'를 의미했다. 유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국회를 만지작거리는 현실, 이것을 지키려 하면 보수고 이것을 깨려 하면 진보라 생각한다"며 "통합진보정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확실한 정치적 진보의 성취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계속 좌회전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 스웨덴 총선에서 정권을 움켜쥔 우파연합의 공약이 당시 민노당의 공약보다 더 급진적이었다"며 "심하게 우편향된 사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기회가 날 때마다 좌회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좌회전이 이념적·교조적 의미의 왼쪽이 아니라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서의 왼쪽"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진보의 깃발을 들고 있지만 '진부'로 보이는 이들도 있다"며 "진보는 스스로 늘 혁신할 줄 알아야 하고 늘 껍데기를 벗어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당 전당원투표 무난히 성사될 듯... 5일 수임기관 합동회의 통해 창당 공식화

 

한편,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는 오는 5일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창당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마지막 절차로 남겨진 참여당의 전당원투표도 이날 오후 5시 투표율 60.1%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라 무난한 통합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통합 세 주체는 오는 3~4일 공모한 복수당명을 대상으로 '당원전수조사 50%·국민여론조사 50%'를 진행해 새 당명을 결정하고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할 예정이다. 또 11일 중앙당 창당보고대회를 시작으로 12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시·도당별 창당대회를, 1월 15일에는 대규모 창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태그:#진보통합, #민주통합, #이정희, #유시민,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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