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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2011년 부패인식지수(CPI) 현황
 OECD 국가 2011년 부패인식지수(CPI) 현황
ⓒ 한국투명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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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보다 4단계 떨어졌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가 12월 1일 발표한 2011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순위는 39위에서 43위로 하락했다. 점수도 2008년 5.6점에서 2년 연속 0.1점씩 하락하다가 올해는 5.4점으로 정체됐다. 특히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부패인식지수 점수가 지난 1년과 발표된 해당연도 상반기까지의 상황을 반영한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 부패인식지수가 하락하거나 정체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반부패기관을 통폐합하고 투명사회협약을 중단시킬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결과"라며 "무엇보다도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복원과 민관협력으로 추진되었던 투명사회협약의 재개, 기업의 선진화된 윤리경영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반부패 교육 강화를 통한 사회문화의 개선"을 요구했다.

기자는 지난 11월 20일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위겟 라베르 박사와 한국의 부패문제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 "분배 없는 경제성장, 부패 척결에 도움 안 돼"). 당시 라베르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시민사회 주도의 자발적 반부패 운동이 정부의 비협조와 무관심으로 중단된 것이 가슴 아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후 한 독자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부패방지나 청렴성 강화를 위한 기구들을 정부가 통폐합해서 부패척결을 위한 노력이 약화되었다는 국제투명성기구 라베르 회장의 평가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 독자의 이메일에 기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참여정부의 반부패기관인 국가청렴위원회(청렴위)는 대통령 소속기관이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입법, 사법,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중요시 했기에 신청사건을 심의하는 위원 9명의 배분을 대통령 임명 3명, 사법부 임명 3명, 입법부(시민사회) 임명 3명으로 3부간에 골고루 배분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이런 청렴위를 폐지시키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권익위는 청렴위와는 달리 대통령소속에서 총리소속으로 그 위상이 강등되었습니다. 더구나 신청사건을 심의하는 위원들 구성도 총 15명 위원 중 대통령 임명은 무려 13명으로 압도적으로 늘렸습니다. 반면, 사법부와 입법부 임명은 각각 1 명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익위라는 조직에서 입법, 사법,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청렴위가 전적으로 부패사건만을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권익위에서 부패사건을 다루는 부서는 1개국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라베르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정치지도자들, 시민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변화 추이(2000~2011)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변화 추이(200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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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의 상승세가 꺾이고 오히려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라베르 회장이 지적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한국투명성기구를 포함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국제투명성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왔다.

라베르 회장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듯이, "유엔 반부패협약 제6조에 따라 독립적인 반부패기관을 복원하는 것은 그 회원국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래서 라베르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복원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예방 기능의 강화 없이 저절로 반부패에 성공하고 투명한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은 이번 부패인식지수 발표에서 OECD 34개국 중 27위(2010년 30개국 중 22위)를 차지해 경제력에 비해 여전히 낮은 등급에 머물렀다. 반면 다른 아시아국가인 싱가포르(9.2점)와 홍콩(8.4점)이 꾸준히 상위를 차지했고, 일본도 지난해 7.8점에서 8.0점으로 8점대에 올라서며 우리와의 거리를 넓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수대에 있던 대만도 지난해 0.2점, 올해 0.3점이 상승하여 6.1점으로 6점대에 올라섰다. 결국 주요 아시아 국가 중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우리나라만 부패인식지수가 하락세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국가 중에서 요즘 부채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공공기관이 뇌물과 탈세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이번 부채위기의 핵심요인이었다. 그래서 이런 국가들은 당연히 이번 부패인식지수에서 유럽국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뇌물과 탈세가 비교적 없는 북유럽국가들은 이번 부패인식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국가경쟁력이나 국가의 재정건전성도 상위권에 속한다.

위겟 라베르 국제투명성기구 회장은 이번 발표와 관련하여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시위의 원인은 부패, 경제적 불안정에 기인하는 것이 많다"고 경고했고, "시민들은 정치지도자나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무성 강화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 입장을 밝혔다.

또한 라베르 회장은 "금년도에 우리는 가난하건 부유하건 상관없이 시위자들의 현수막에는 부패가 명시되어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부채에 시달리는 유럽국가이건 아랍 국가이건 모두 새로운 정치적 시대에 진입했다. 각국 정치지도자들은 보다 나은 정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경고했다.

지금과 같이 부패후진국 상황이 초래된 가장 큰 원인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이명박 정부의 인식부재, 그리고 그에 따른 반부패정책의 실종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부패로 인한 사회의 부작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할 때 돌이킬 수 없는 폐해와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정부가 명심할 때에만 비로소 우리나라는 부패후진국의 오명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부패와 투명성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진정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사회발전을 위한 로드맵과 전망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수 기자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처장이다.



태그:#부패, #투명성, #CPI, #투명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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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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