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감옥'에 갇혀 자그마치 309일을 버텨온 김진숙 지도위원이… 드디어 내려왔습니다.
하루하루, 저 높은 곳의 사투를 바라보며 모두가 걱정했던 309일이기도 했지요.

뭐라도 해보자는, 뭐라도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85개의 아카이브> 작업을 이어지게 했습니다. 여러 사진가들, 또 누리꾼들께서 선뜻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또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재된 <85개의 85> 이야기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객, 우리 사회 노동의 풍경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께 보내는 작은 응원의 몸짓이었습니다.

이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85개의 이야기가 모두 모인 것은 아니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삶 속에서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아주 적은 원고료가 쌓였습니다.

애초 85호 크레인과 그 주위에서 연대투쟁을 하는 분들께 닭튀김 몇 상자라도 보낼까 했던 것인데, 한진 사태가 일단락된 지금, 그곳보다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상처를 '와락' 껴안으려는 <심리치유 공간, 와락>에 작은 보탬을 드릴까 합니다. 우리의 기억에서 자꾸만 잊혀려는 쌍용차 사태는, 무분별한 정리해고가 왜 '살인해고'일 수밖에 없는지를 19번째 죽음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그 상처를 보듬으려는 '와락'(http://thewarak.com)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십시오.

이번 아카이브작업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작업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는 이번 아카이브 작업을 계기로 <미친 등록금, 미친 알바>에 관한 85개의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알려왔습니다. 미친 듯 널뛰는 등록금으로 말미암은 제자들의 고통과 저임금 비정규노동의 굴레에 대해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의미로운 작업을 기대해 봅니다.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은 이 청년들의 낮은 목소리는 '저 팔십오 호 크레인의 사투가, 김진숙의 크레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이별 인사들 드립니다.
거듭,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장학금 못 받으면...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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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렵고 힘든 과목 공부하고 싶어도 전 장학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돈을 거의 안 쓰고 사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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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 되면 아주 불안해집니다. 저에겐 장학금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가구점 점원이십니다. 그런데 가구점에서 4대보험료 안 내려고, 노동부에 신고를 안 해주는 바람에 국가로부터 당연히 누려야 할 보장을 아무 것도 받지 못합니다. 형식상으로는 무직이지요.

어머니는 대학에서 청소 일 하십니다. 그 대학에서 청소일 하시는 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 "그거 빨갱이 아니냐"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펄쩍 뛰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드렸습니다만, 그렇다고 '나서서 하시라'는 말씀은 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고생을 하시면서도 "알바보다는 장학금이 남는 장사이니 무조건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선택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학과 공부, 학점, 장학금 이것밖에 없습니다. 주변에선 '추물'이라고, '속물'이라고 빈정대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앞에 두고 낭만이니 젊어 고생이니 하는 건 허망한 관념론입니다.

다만 스스로 안타까운 것은 있지요. 아무래도 학점 잘 주는 과목을 주로 택하는 겁니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렵고 힘든 과목 공부하고 싶어도, 전 장학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돈을 거의 안 쓰고 사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학교 기숙사에 살았는데, 기숙사 비용도 너무 비쌌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장사하는 거 같아요. 복지의 일부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랑 둘이 자취합니다. 그게 더 싸게 쳐집니다. 생활비는 대외 자원 활동 같은 걸 해서 조금씩 모아 해결합니다. 부산시나 각 구청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나 축제 같은 것에 자원 봉사 요원으로 가서 일하는 겁니다. 그런 게 주변에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일당으로 3만~4만원 정도 주거든요. 그걸 모아서 생활비 쓰면 됩니다.

이젠 경력으로 인정해 주기도 해서 좋은 행사에 운영 요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로 주말에 하는 거라 공부에 그렇게 방해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활동 하면 경력에도 도움되고, 실제로 배우는 것도 많고 해서 만족스럽습니다. 알바는 시간만 뺏기고, 노동력 착취 당하는 거 같아서 안 할 생각입니다. 교수님께서도 아시디시피 제가 운동권 동아리 활동을 하잖아요. 그 쪽에서 자꾸 총학생회장 출마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공부가 곧 삶과의 싸움입니다. 장학금 받지 못하고, 취업 못하면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이만 스물 셋이지 돈 못 버는 대학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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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만 스무 셋이지 돈을 못 버는 대학생인데... 억울하고 속 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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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졸업을 하게 되네요. 아시다시피, 2년을 휴학했으니까 친구들에 비해 2년이 늦는 셈이지요. 그래도 제가 번 돈으로 학교를 마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음 달엔 일본 후쿠오카 어떤 병원 복지센터에 인턴으로 갑니다. 석 달 정도 하고 나면 그곳에서 취업을 하는 걸로 돼 있어요.

제가 2년 휴학하는 동안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치과에서 일하면서 땄습니다. 복수 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한 것도 그런 계획에서 했던 거구요. 아버지가 안 계셔서, 엄마가 친척 분 식당에서 일 하시면서 번 돈으로는 생활비를 간신히 충당합니다.

제 밑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둘이 있어요. 막내는 아직 많이 어리니 돈 들 일이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바로 밑에 동생은 제가 방학 때마다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으로 학비 내고, 학용품도 사주고 그랬습니다. 집을 옮길 일이 생겼는데, 2년 휴학 했을 때 번 돈으로 집 보증금도 내고, 살림살이 비용도 다 냈습니다. 그나마 병원에서 일했던 게 월급이 괜찮아서 도움이 되었던 거지요.

언젠가 골프장에서 일자리가 있다 해서 갔는데, 캐디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정 기간 돈을 내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데다가, 배우고 나도 장래성이 별로 없을 거 같아서 그냥 하지 않았습니다. 피자 가게에서 일을 할 때였습니다. 손님 없으면 쉬라고 하면서 그 시간은 일하는 것으로 쳐주질 않았습니다. 손님이 없을 땐 그냥 들어가라고 하고요. 돈 주기 싫어서지요. 시급 4500원 정도 주는데 그렇게 인정머리 없이 일을 시킵니다.

정말 잔인한 사회예요. 그 때는 제가 휴학하기 전이어서,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알바를 용돈벌이 정도로 하는 아이들은 심사가 틀어지거나 자존심이 상하면 그만 두는 경우가 있는데, 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땐 할아버지까지 같이 살던 때였거든요.

대학생 보금자리라고 정부에서 저같이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살 집을 싸게 빌려주는 게 있어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만 원 정도 내는 겁니다. 한부모 가족이면 1순위를 배정받는다 해서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어 신청했어요.

근데 자녀 중에 22세(취학의 경우)가 넘는 사람이 있으면 한부모 가족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대학생 보금자리 주택을 신청할 때, 제 나이가 스물셋이었거든요. 동생들도 있는데, 제가 이미 스물두 살이 넘었으니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배정 1순위는 물 건너갔죠.

나이만 스물세 살이지 돈을 못 버는 대학생인데…. 억울하고 속상했어요. 결국, 대학생 보금자리 2순위를 받았어요. 다행히 신청자가 많지 않아, 들어가서 살고 있어요. 국가에서 보편적 복지를 더 확대했으면 합니다. 물론 그런 게 언제 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전 12월이면 작은 희망에 부풀어 오를 겁니다. 일본 가면 몸조심 하라고요? 여기서도 안전하게 살았는데요. 뭘.

언제 저희 같은 사람들이 빚 없이 산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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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를 차로 날라다 주는 일을 몇 달 간 했습니다. 소위 티켓 손님 끊으러 가는 거지요. 같이 일을 하던 사람들이 우리끼리 따로 보도방을 한 번 차리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의기투합 했습니다. 그러다 성사 직전까지 갔는데... 저는 그냥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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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들어 오기 전까지 한참 쉬었습니다. 군 제대 후에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 쓴맛 단맛 다 봤습니다. 운전을 좋아해 그 쪽으로 일을 찾아봤는데, 그 운전한다는 게 대부분 인생 벼랑끝으로 연결되더라고요. 그러다 다방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속칭 '오봉'이라 하는(왜 오봉이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이었습니다. 아가씨를 차로 날라다 주는 일을 몇달간 했습니다. 소위 '티켓 손님' 끊으러 가는 거지요.

같이 일을 하던 사람들이 "우리끼리 따로 보도방을 한 번 차리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러다 성사 직전까지 갔는데…. 저는 그냥 나왔습니다. 인생을 그렇게 사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워서였습니다. 룸살롱에서도 일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엄청 비싼 곳이라 30대는 받지 않을 정도였지요. 손님들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이백만 원이 넘어가는 술 값에 도망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하던 일은 그 사람들을 쫓아가서 잡아다 사장에게 인계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손님이 끌려 오며 제 바지에 오줌을 주루룩 싸면서 "이런 밑바닥 인생 더 이상 살지 마라"고 하는 말에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일념에 '하류 인생'이나 더러운 '밑바닥 인생'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제가 무슨 죄 지은 일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도망 갔으면서….

그렇지만, 그 뒤로 마음 먹고 대학에 들어가려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직장 잡을 수 있는 전문대에 가라 하셨지만, 전 4년제 대학에 가고 싶었습니다. 사회 밑바닥 생활을 겪은 후 나이 스물여섯에 대학에 들어오니 그냥 모든 게 다 좋았습니다. 어린 동생들은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나이 땐 이 대학 생활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전 지금 3학년인데, 지금까지 등록금 전부 다 대출받아 냈습니다. 빚이 2000만 원 넘게 있지만, 졸업하고 취업해서 조금씩 갚을 겁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들 그래도 저는 대출 제도가 있어서 좋습니다. 방학 중에 하루 12시간 죽어라 일해도 등록금은 못 법니다. 그래서 전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하고, 등록금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중산층의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쩐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막연하기도 하고,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한테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겠지만요. 빚을 지고 사회에 나가게 돼 큰 부담이 되지만, 언제 저희 같은 사람들이 그런 빚없이 산 적이 있었던가요? 열심히 해서 빚도 갚고, 중산층으로 들어가기도 해야지요. 그래도 아직은 '희망'입니다.

빚으로 하는 대학생활에 청춘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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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내내 융자를 받을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빚더미에 앉은 채 사회로 나가야겠지요. 대책이라는 게 뭐 별 거 있습니까? ROTC에 들어갈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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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들어 온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대학 생활이 너무 고달픕니다. 하긴 대학에 대해 그리 큰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저는 엄마와 형하고만 살아요. 엄마는 외판원이고, 형은 군 전역하고 돌아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제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근데 등록금 300만원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액수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알바로 등록금을 내기는 불가능입니다.

어쩔 도리 없지요.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서 학자금 융자를 받았습니다. 지금 1학년이니 두 번 대출 받아 납부했고,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대출 받을 걸 생각하면 답답하지요. 4년 내내 융자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빚더미에 앉은 채 사회로 나가겠지요. 대책이라는 게 뭐 별 거 있습니까?

저는 학군단에 들어갈려구요. '학군단 장교로 복무하고 그 월급을 저축하면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월급 꼬박꼬박 다 저축하면, 전역할 때 4년 동안 대출 받은 등록금 빚 거의 모두를 갚는다네요. 그 정도로 큰 빚이지요. 결국 제 젊음은 빚 지고, 빚 갚고 하면서 다 날라 가는 셈이지요.

지금은 고기집 알바를 합니다. 아는 선배 누나네 가게에서 일합니다. 누나가 신경 써줘 다른 데보다 시급이 좀 세지요. 시간당 6000원씩 주십니다. 근데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서 횟수를 좀 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토요일 한 번만 일합니다. 물론 하루 종일, 밤 늦게까지 하지요. 집에 가면 완전 녹초가 됩니다.

그래도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고생하시는 엄마한테 차마 용돈을 달라고는 할 수 없어서 토요일 한 번 빡세게 뜁니다. 토요일 하루 벌어서 그 돈으로 일 주일을 삽니다. 물론 교통비, 밥값 정도밖에 못 쓰지요. 나머지 대학 생활? 그런 거 욕심 없습니다. 알바로 근근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학 인생, 빚으로 하는 대학 생활 그 안에 청춘이고, 낭만이고 그런 게 있겠습니까?

우유 한 팩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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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밥은 빵, 우유, 계란 등을 먹는데, 너무나 비싸요. 수퍼 가서 살 때 손을 부들부들 떤 게 한 두 번이 아니예요. 피자집에서 일합니다. 시급 정확하게 4320원, 주말에 두 번 하루에 평균 10시간 씩 해봤자 손에 쥔 건 3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 고생한 걸로 우유 사먹기가 그렇게 겁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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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그냥 떠나고만 싶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누구 집 딸, 누구네 아들, 누구 후배, 누구 선배라고 불리는 막힌 관계에 질식할 것 같았어요. 국립대 가면 등록금도 싸고, 집에서 학교에 다니면 돈도 적게 들고 해서 농사일 하시는 아빠, 엄마에게 덜 미안할 것 같은데, 그래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다행이 엄마가(아빠도 물론이지만)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셔서 부산으로 올라왔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취합니다. 아침밥은 빵, 우유, 계란 등을 먹는데 너무나 비싸요. 슈퍼에 가서 살 때 손이 부들부들 떨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피자집에서 일합니다. 시급 정확하게 4320원, 주말에 두 번, 하루에 평균 10시간씩 일해봤자 손에 쥐어지는 건 30만 원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렇게 고생한 걸로 우유 사먹기가 그렇게 겁날 수가 없습니다.

농사 아시잖아요. 정말로 뼈빠지게 하는 노동이잖아요. 그런 노동을 부모님이 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사람도 써가면서 하지만 그래도 일 자체가 너무나 힘들어요. 엄마 아빠 두 분 다 점점 나이는 드시고…. 등록금 대주시는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용돈까지 받아 쓸 수는 없어요.

저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잖아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요. 부모님이 등록금은 대주시니까. 주말만 알바하는 거니깐요. 그래서 사실 등록금 300만 원이 얼마나 비싼 건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우유값이 왜 이리 비싼 건지가 더 피부에 와 닿아요. 알바해 가지고 번 돈으로 쓰는 게 하루 세 끼 밥값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친구들하고 술 한 잔 간신히 하는 정도. 그런데, 무슨 대학 식당이 그렇게 비싼가요?

서울 어떤 대학은 점심값이 1500원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모자라 무한 리필도 된다고 하던데요? 여기는 3000원이에요. 학교가 그걸로 돈 벌려나 봐요. 그러니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거지요. 등록금 300만 원 받아 갔으면 학생들에게도 좀 썼으면 합니다. 복지, 후생 이런 거 별 기대 안 합니다. 그러니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은 거예요.

돈 때문에 죽을 각오하고 타는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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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갓길에 주차한 차와 추돌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기절을 하는 바람에 기억을 못해 배상 문제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희들도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요만, 그 시스템이 문제예요. 교수님이 수업 중에 말씀 하신 이 무한경쟁의 사회, 그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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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아시잖아요? 제가 지금 밴드하는 거. 사실,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제가 음악을 참 좋아해서 그래요. 어렸을 적에 바이올린을 켰습니다. 형도 성악을 하고 있고요. 어렸을 적엔 그런대로 잘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 하고 살았겠지요.

그런데 IMF를 계기로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형은 진로를 바꿀 상황이 아니어서 계속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그만 뒀어요. 그래서 지금도 음악 CD 사 듣고, 밴드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등록금은 간신히 부모님이 주시지만, 용돈까지 받아 쓸 수는 없습니다.

군대 갔다 오니 정말 손 벌리기가 어렵더군요. 어른이 돼 가는 모양이지요. 1년 정도 햄버거 배달 일 하고 있습니다. 오래 하다 보니 시급도 올라서 저는 시급 4700원 정도 받습니다. 배달 한 건에 400원도 추가로 받고요. 하루에 20~30건 배달을 하는데, 그러면 돈 만 원 정도 추가되는 거지요.

물론 위험하지요. 실제로 저도 갓길에 주차한 차와 추돌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기절을 하는 바람에 기억을 못해 배상 문제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희들도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 시스템이 문제예요. 교수님이 수업 중에 말씀 하신 '무한경쟁의 사회', 그것 때문입니다.

이 햄버거 체인점은 전국 주문을 한 번에 받아 처리하는 중앙 콜센터가 있어 그곳에서 주문을 받아 각 지점으로 내려줍니다. 중앙 콜센터에서 주문 접수할 때 고객에게 몇 분 내로 간다고 약속을 준 후 각 지점으로 주문을 내립니다. 그 약속을 못 지키면 그 지점은 경고를 받고, 경고가 일정 정도 쌓이면 상당한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부담이 배달원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죽기를 각오하고 달리는 겁니다. 비 오고, 눈 오고 그럴 땐 실제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달리 방도가 없어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 못한 형들이 용돈이라도 벌려고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지요. 취업 공부 때문에 그만둬야겠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생활비를 부모님께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답답하지요. 정말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깊은 생각 안 하고 삽니다. 그냥.

쟤네 아빠는 판사고, 얘네 아빠는 의사고... 짜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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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도저히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 쓸 수가 없어요.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받아 씁니까? 그래서 저희 집에서 알바를 하는 겁니다. 다른 데 가면 시급을 조금 더 쳐준다지만, 그럴 수는 없쟎아요. 고깃집 일이라는 게 정말로 힘들어요. 엄마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두 번이나 수술을 하셨는데, 제가 다른 데 가서 알바 할 수는 없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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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아빠의 사업이 부도를 맞았습니다. 전 어려서 잘 몰랐지만 커서 알게 됐습니다. 아빠는 재기하려고 안간힘을 다 썼는데, IMF 사태가 터져 버려 또 망했습니다. 빚만 잔뜩 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 하시는 고깃집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한 4년 정도 열심히 하신 덕분에 이제 얼추 빚은 다 갚았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대학생이 둘이에요. 연년생 언니가 있어서요. 언니는 공부를 잘한다고 서울로 보냈어요. 저는 물론이고 언니도 당시엔 집 사정을 몰라서 그냥 그렇게 했지요. 언니는 대학에 들어간 후, "감당도 못하실 거 왜 그러셨냐"며 많이 속상해하고 엄마 아빠와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어요. "남들은 아빠가 의사고, 판사고 그러던데"라며 투정부리는 걸 보면서 슬프기도 했지만,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런 상황에서, 전 도저히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 쓸 수 없어요.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받아 씁니까? 그래서 저희집에서 알바를 합니다. 다른 데 가면 시급을 조금 더 쳐준다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고깃집 일이라는 게 정말로 힘들어요. 엄마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두 번이나 수술을 하셨는데, 제가 다른 데 가서 알바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집이라 다른 알바한테 주는 만큼 주진 않아요. 절반 조금 넘게 주십니다. 그 돈으로 한 때는 옷만 샀어요. 예쁜 옷 사면 얼마나 좋은지. 고민이고 스트레스고 확 날아가 버렸지요.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 하다 나온 기분? "뽕하고 다를 바 없다"는 교수님 말씀에 동의하지만, 그런 즐거움도 없이 어떻게 살아요?

지금요? 이제는 옷 안 삽니다. 철이 조금 들었을까요? 디자인을 참 좋아해요. 예쁜 옷을 사는 것도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 있어요.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은데, 여건이 하락질 않잖아요. 아빠는 "일본에 고모가 계시니 그리 가서 알바하면서 공부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고깃집 알바 쉽게 구해지지도 않고, 엄마 무릎 생각하면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대학생이 단란주점 손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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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업체에서 알바 합니다. 형이나 저나, 별의 별 것 다 해봤습니다. 제일 힘든 건, 터널 청소였습니다. 걸레를 높이 쳐든 채 2km를 가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입니다. 돈벌이는 조금 된다지만, 힘들어서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단란주점 서비스 일 합니다. 평일에는 11시 혹은 새벽 1시까지 하고, 주말에는 밤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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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하고 엄마가 동네에서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십니다. 근데 집 안에 대학생이 둘이에요. 작년 12월에 형이 군 전역을 하고 복학했는데, 제가 아직 영장이 안 나오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 700만 원, 슈퍼 해서 감당하기 너무나 어렵습니다. 엄마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데, 집 상황 빤히 알잖아요. 엄마한테 용돈을 달라고 어떻게 손을 벌릴 수 있겠습니까? 나이가 스물이 넘었는데….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형도 마찬가지예요. 경호업체에서 알바합니다. 형이나 저나, 별의 별 것 다 해봤습니다. 그중 제일 힘든 건, 터널 청소였습니다. 걸레를 높이 쳐든 채 2km를 가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입니다. 돈벌이는 조금 된다지만, 힘들어서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단란주점 서비스 일을 합니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혹은 새벽 1시까지 하고, 주말에는 밤새워 일합니다. 시작하는 시간이나 끝나는 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아요. 손님이 많으면 더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더 늦게 집에 오기도 합니다. 일을 많이 하는 날은 시급 4900원 정도로 계산해서 주고, 그렇지 않은 날은 4700원 정도로 계산해 줍니다. 이 고생을 해도 손에 쥐는 건 얼마 되지 않아요.

대학생 인건비가 참 싸구려지요. 군대 가기 전까지 하는 것이라 마음 먹으면 속이 좀 편하지만, 그래도 대학생으로서는 참 못할 일입니다. 근데 군대 갔다 오면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요? 군대 갔다 와서는 본격적으로 공부 하든지, 학교 때려치우든지 할 생각입니다. 근데 때려치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맘먹고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아요. 우리 같은 처지에 그 등록금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학교에서는 교수님들보고 '학생들 자퇴 안 하게 지도하라'고 압력 넣는다면서요? 그럼 우리는 손님이 되는 겁니까? 제가 일하는 단란주점에 오는 손님이요.

비싼 줄 알면 공부 더 열심히 하라는데... 그게 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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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엄마도 그러셨어요. 네 동생만 챙겨줘서 미안하구나 라구요. 더 많이 울었어요. 이젠 다 괜챦지만, 어렸을 땐 참 많이 속상했고, 많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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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빠가 그러셨어요. "가난해서 미안하다"고. "부잣집에 네가 태어났더라면 네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을 텐데"라고요. "괜찮아요"라고 했지만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또 언젠가 엄마도 그러셨어요. "네 동생만 챙겨줘서 미안하구나" 라고요. 더 많이 울었어요. 이젠 다 괜찮지만, 어렸을 땐 참 많이 속상했고, 많이 울었습니다.

아빠는 회사가 부도나고 한동안 집에 계셨습니다. 이제 다시 사업 시작하러 저 멀리 다른 고장으로 일을 나가십니다. 힘드실 텐데…. 엄마도 날마다 밤늦게까지 허드렛일 하십니다. 동생은 저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서울에서 재수하고 있어요. 연년생 남동생이에요. 그 녀석이라고 안 힘들겠어요? 그래도 동생은 뭐 사달라고 엄마한테 조르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전 시급 4320원, 현재는 일 주일에 세 번 알바를 뜁니다. 그래서 주말이 없어요. 친구들하고 놀러 가지도 못해요. 죽어라 일하도 그 돈은 절대 못 쓰지요. 그 피 같은 돈 꼭 필요한 것에만 써야지요. 같은 알바를 하면서 그 돈으로 옷 사고, 술 마시고 펑펑 쓰는 애들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말엔 그냥 집에 있어요. 집에 있다고 해서 공부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가 잘 안돼요. 매일 일만 하니 마음이 붕 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알바가 끝나고 집에 오면 새벽 1시일 때가 태반입니다. 공부하려고 알람도 맞춰놓지만 제대로 일어난 적이 없어요. 눈이 떠지질 않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어요. 앞날 걱정이 태산 같은데….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요. 좋은 수업도 있지만, '저건 아닌데' 하는 엉망인 수업도 많아요. 근데 등록금은 정말 미친 등록금이지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떡하겠어요? 대학 등록금 비싼 줄 알면 더 공부 열심히 하라지만, 사실 그게 말 같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요. 그게 우리네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