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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의 노래방 도우미가 지난 1일 새벽 33살의 성구매자한테 창원 한 모텔에서 목이 졸인 채 살해된 가운데, 창원지역 여성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꾸려 8일 장례를 치렀다. 로뎀의집 조정혜 관장은 고인과 상담을 해오기도 했는데, 이번 죽음을 계기로 성매매가 근절되기를 바라고 있다.
 28살의 노래방 도우미가 지난 1일 새벽 33살의 성구매자한테 창원 한 모텔에서 목이 졸인 채 살해된 가운데, 창원지역 여성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꾸려 8일 장례를 치렀다. 로뎀의집 조정혜 관장은 고인과 상담을 해오기도 했는데, 이번 죽음을 계기로 성매매가 근절되기를 바라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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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혜 로뎀의집 관장이 잔뜩 화가 났다. 창원 노래방 도우미가 성구매자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경찰·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창원시도 제대로 단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방 도우미(28)는 지난 1일 새벽 성구매자(33. 구속)한테 창원 중앙동 모텔에서 목이 졸려 사망했다. 이런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고,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지난 8일 장례를 치렀다.

'성매매피해여성 피살사건 비상대책위'(아래 대책위)는 지난 9일 성명을 발표하고 창원시, 창원중부경찰서, 창원지방검찰청에 제대로 된 수사와 함께 대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창원시장과 경찰서장, 검찰청장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는 조정혜 관장과 최갑순 창원여성인권상담소장, 신강숙 경남상담소시설협의회 회장, 김인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대책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이들 기관에서 오는 15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기자회견과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대책위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촛불문화제를 연다. 또 대책위는 유흥업소에 부녀자를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조정혜 관장은 고인과 인연이 있다. 고아였던 고인은 4살 때 입양되었다가 이 사실을 사춘기 때 알고 가출했다. 그러다가 천주교 신부의 소개로 가출청소년(여성)보호시설인 로뎀의집(옛 해바라기쉼터)과 인연을 맺었다. 고인은 조 관장을 '어머니'라 부르며 상담 등을 받아왔다.

처음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고인을 '무연고자'로 처리할 예정이었는데, 조정혜 관장이 뒤늦게 알고 빈소도 마련하고 장례를 치렀다. 11일 조정혜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찰, 왜 보도방 등은 조사 안 하나"

- 고인과 인연은?
"언젠가 아이(고인) 일기장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는 어렸을 때 입양되었고, 버림받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적혀 있었다. 양부모와 살면서 힘들었던 모양이고,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춘기 때 가출했다. 소개를 받고 로뎀의집에 왔는데 그 뒤부터 나를 '어머니'라 불렀다. 아이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애어른' 같은 아이였다. 성장 과정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눈치를 많이 보고, 상황을 빨리 알아듣는 편이었다. 늘 외롭다고 했으며,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해바라기쉼터'에 있던 아이들과 언니, 동생으로 가깝게 지냈다. 우리 아이들이 친형제처럼 지내는데, 그 아이는 유독 동생들을 잘 챙겨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전국에 흩어져 사는데, 이번 장례식 때도 모두 왔을 정도다. 그 아이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면 확실하게 믿어주었고, 의리있는 아이였다."

성구매자한테 살해 당했던 창원 상남지구 노래방 도우미의 장례미사가 8일 오전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이청준 신부의 집전으로 열렸다. 사진은 이청준 신부가 분향하는 모습.
 성구매자한테 살해 당했던 창원 상남지구 노래방 도우미의 장례미사가 8일 오전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이청준 신부의 집전으로 열렸다. 사진은 이청준 신부가 분향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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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 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걸 몰랐나.
"가족이 없이 외롭게 살았던 아이다. 평소 전화 통화를 했고, 지난 봄에 만나 같이 밥도 먹었다. 그때 '힘든 일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 요즘은 힘든 일 없어요'라고 말하던 게 기억난다. 그때는 '칵테일' 만드는 걸 배워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월 150만 원을 받아 저축도 한다고 했다. '보도방'에서 일하는 줄은 몰랐다. 이번에 살인사건이 난 뒤에 알았다."

-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창원 상남동(중앙동)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텐데.
"상남동에 오는 사람들이 밥 먹고 노래만 부르고 가면 된다. 그런데 노래 부르면서 도우미를 왜 부르고, 왜 2차를 가는가. 그 아이 친구들이 간혹 모이면 상남동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상남동에 대해 아이들은 직접 '보도방' 일을 하지 않아도 들어서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아이들은 상남동·중앙동은 쑥대밭이라고 했다. 완전히 죽음의 도시라는 말을 곧잘 했다. 아이들은 거기에 여자들이 들어가면 엉망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태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성매매와 관련되어 아이가 죽었는데, 어떻게 피살했던 그 사람만 잡아놓고 일을 다한 것처럼 정리하려는지 모르겠다. 경찰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이 지나서야 양부모를 찾아 연락했다. 지문 감식만 해도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경찰은 이미 '무연고자'로 해서 입관까지 한 상태였다. 그 아이의 동생과 친구가 경찰에 찾아간 날짜가 지난 4일이었다. 그날 경찰은 양부모한테 연락했다. 경찰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도 처벌하는 지역도 있다. 그런데 여기는 조사 한 번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도방 연결한 것도 조사해야 한다."

- 창원시는?
"위생법과 소방법으로 건물주 등을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다. 그동안 창원여성인권상담소는 상남동의 유흥업소 실태에 대해 창원시에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자료까지 제출했다. 보도방 승합차와 관련한 자료도 넘긴 적이 있다. 그런데 창원시는 손을 놓고 있다. 창원시는 '명품도시'라고 하면서 상남동의 유흥업소 문제를 그대로 둘 것인지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구매자한테 살해되었던 노래방 도우미 장례미사가 8일 오전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열린 가운데, 로뎀의집 조정혜 관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도하며 울고 있다.
 성구매자한테 살해되었던 노래방 도우미 장례미사가 8일 오전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열린 가운데, 로뎀의집 조정혜 관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도하며 울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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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둘 수 있다'는 식품위생법, 개정돼야

- 창원 상남·중앙동 일대는 동양 최대라고 할 정도로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데, 업주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장례를 치르기 하루 전날에는 '근조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고, 장례를 치른 뒤에는 '근조 화환'을 상남동에 갖다 놓았다. 이른바 항의나 분노의 표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되었다. 처음에는 유흥업소조합 회장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받지 않았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상남동에서 가족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돈을 그런 식으로 벌면 안된다. 업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 대책은?
"여자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여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상남동을 가족이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행정당국도 나서야 하지만, 지역 주민들도 나서야 한다. 내 아들이 모텔 앞에 즐비한 '보도방 전단지'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성매매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이 무뎌져 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 식품위생법 개정운동은?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할 것이다. 법에는 유흥업소에 '부녀자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오래 전부터 그랬다.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된 양성평등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법에서 그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할 것이다."

- 고인을 기리는 추모 촛불문화제는?
"29일 저녁 상남동 중심인 분수대공원에서 열 예정이다. 전국 여성단체들이 참여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책 등을 촉구하며 창원시장, 창원중부경찰서장, 창원지방검찰청장의 면담을 요청해 놓았는데, 오는 15일까지 답변을 기다려 보고 없으면 행동에 나설 생각이다."


태그:#노래방 도우미, #성매매, #조정혜 관장, #창원시 상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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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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