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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4시께 우포사진작가 정봉채씨, 김해 인제대학교에 재직 중인 김 교수(일명 큰구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우포늪을 거닐고 있는데, 늪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던 노랑부리저어새 2마리, 백로 2마리, 큰기러기 수십 마리들이 갑자기 후두둑하며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이야~ 멋지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넋을 잃고 구경하고 있는데, 옆에서 정봉채씨가 "조금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자세히 살펴 보니 큰기러기 한 마리가 날아가지 못하고 혼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뭔가에게 물렸나?" 생각하며 조금 더 가까이 늪 주변으로 다가가 유심히 바라보니 조금 움직이다가 퍼석 주저앉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순간 옆에 서 있던 정씨가 "저기 뉴트리아 잡을려고 덫을 놓은 장소인데, 아마 큰기러기가 덫에 걸린 것 같다"고 말을 건넨다. 어떻게 그걸 아냐고 물으니 "우포늪에서 상주하며 매일 사진을 찍으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고 말을 한다.

 

정 작가는 10년 이상 우포늪에서 사진을 찍어 왔고, 최근에는 아예 우포늪 세진마을에 집을 구해놓고 사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정 작가 말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조치를 취해보세요"라고 말을 하니, 전화기를 꺼내 '따오기자연학교장'인 이인식씨에게 전화를 건다.

 

"이인식씨가 환경감시원인 주영학씨에게 연락해서 함께 오겠다"는 응답을 들었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이인식씨는 차를 몰고, 주영학씨는 "삐뽀 삐뽀"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주영학씨는 오늘 비번이라 초곡동 부모님 산소에 가 있었는데, 큰기러기가 덫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고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급히 달려온 것이다. 두 사람는 우리와 이야기 나눌 새도 없이 얼른 쪽배를 타고 급히 노를 저어 큰기러기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일요일이라 우포늪에 놀러 온 사람들이 구경거리 났다고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영학씨와 이인식씨가 큰기러기 주변으로 다가서자 큰기러기는 푸다닥거리며 거의 발악수준으로 난리를 피운다. 그런데 두 사람이 "구구구구"거리며 소리를 내자 소동을 피우던 큰기러기가 이내 잠잠해 졌다.

 

큰기러기는 물갈퀴가 생명인데, 그게 많이 다치거나 잘리면 생존이 어렵게 된다. 걷기도 어렵고, 헤엄치면서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구출작전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도 '큰기러기 운명이 어떻게 될까' 가슴이 조마조마 한 듯 걱정섞인 소리들을 한마디씩 내뱉는다.  

 

"덫에 다리 잘리면 어떻게 하나."

"살 수 있을라나."

"혹시 덫에 걸린게 아니고 다른 동물 먹잇감 된 거 아닌가."

 

 

 

큰기러기 구출작전을 완료하고 돌아온 이인식 '따오기자연학교장'은 "큰부리큰기러기는 국제보호종인데, 이걸 살려줬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면서 "우포늪에도 새들이 다치거나 아플 때 치료할 수 있는 조류보호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환경감시원이자 '우포늪의 도사'로 자리잡은 주영학씨는 "우포늪에 구경 온 사람들 대부분이 잘 쉬고 있는 새들을 못살게 구는 경우가 많은데, 덫에 걸린 큰기러기를 발견해 빨리 신고해줘서 고맙다"면서 "큰기러기 구출되어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덧붙이는 글 | 위키트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오포늪 큰기러기 구출작전, #주영학, #이인식, #정봉채, #오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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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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