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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단풍에 휩쌓인 군포시 아파트 단지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좋아 보인다.
 낙엽과 단풍에 휩쌓인 군포시 아파트 단지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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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이야기 숲속 작은 음악회 수리산 산림욕장 숲속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공연 이야기와 군포시 낙엽쌓인 가로숫길 이야기를 기사로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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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쌓인 숲 속에서 열린 아주 작은 음악회

지난 토요일(11월 5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음에도 최근 등산에 재미를 붙인 동생 내외와 외사촌 동생 일행 네 사람이 군포시에 있는 수리산으로 산행을 간다고 했다. 나는 동행하기로 약속을 해놓고 급한 업무가 생겨 산행을 함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동생들과 친구에게 '미안해. 하산하면 만나서 가볍게 저녁이나 먹으며 하산주 한잔하자'고 말하려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화 불능 지역에 있었던 모양이다. 강원도 오지에서도 잘 터지는 휴대전화가 왜? 수도권 중심에서 통화가 왜 안 되는지 참 이상했다. 어쩔 수 없이 오후 2시쯤 하산할 것이라 생각하고 낮 12시에 부평에서 출발해 전철을 타고 군포로 가고 있었다. 그제야 매제에게서 전화가 온다. "형님, 어디세요?"

"응. 지금 금정역 가까이 가고 있어"라고 하니 "그럼 형님, 금정역 내려 2번 버스 타시고 중앙도서관 종점에 내리세요. 우리도 그리로 갈게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금정역에서 15분 정도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가는데 매제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다. "형님, 버스 타셨어요?" "아냐, 지금 택시 타고 가고 가는 중이야." 그런데 매제와 통화 전화 소리에 아주 근사한 색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수리산 산림욕장 입구 모습
 수리산 산림욕장 입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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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쌓인 숲속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계신 군포 "시민교회" 부부 연주자님 모습이다.
 낙엽쌓인 숲속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계신 군포 "시민교회" 부부 연주자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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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마 벌써 하산해 어디서 차라도 한잔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중앙도서관 앞에 하차하니 매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수리산 삼림욕장'인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동생들이 배가 고팠을 텐데 나를 삼림욕장 낙엽 쌓인 숲 속 벤치로 안내하며 "이 숲 속에서 작은 열린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데 잠시 구경하고 가자"고 한다.

음악회라고 해 다소 기대를 했는데, 특별히 무대가 설치된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무대 위에서 40~50세 정도 돼 보이는 남녀 두 명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낙엽 쌓인 수리산 산림욕장의 가을 분위기에 어쩌면 그렇게 음악이 잘 어울리는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던 등산객들과 주말 오후 산책을 나왔던 군포시민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모여 앉아 두 연주자의 색소폰 연주에 빠져들어 곡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매제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주하는 두 연주자는 부부 사이라고 한다. 관객은 100여 명도 채 안 돼 보이는데 낙엽 쌓인 숲 속에서 두 부부의 신명난 색소폰 연주에 빠져든 시민들이 곡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찬사와 앙코르를 요청했다. 그 모습이 어느 소문난 음악회에 버금갈 정도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음악에 큰 관심이 없던 나도 연주자들의 색소폰 연주에 빠져 자리 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부인이 홀로 연주할 때, 남성 연주자에게 "수리산 산림욕장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 숲 속 작은 음악회가 감명 깊었다"고 인사를 하니 고맙다고 답했다. 두 연주자는 수리산 인근 '시민교회'에 나가는데 토요일 오후 시간을 내 공연 무대가 없어도 삼림욕장 분위기와 어울릴 것 같아 잘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수리산 숲 속에서 공연하게 됐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나같이 음악 문외한이 감동할 정도니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말했더니 쑥스러워하며 고맙다고 했다.

숲속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연주에 빠져든 등산객과 시민들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자연스러워 좋다.
 숲속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연주에 빠져든 등산객과 시민들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자연스러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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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뜻하지 않게 수리산 낙엽 쌓인 숲 속에서 작은 음악회 감상도 했겠다, 출출해져 서둘러 인근 '산너머 남촌'이란 식당에 들렸다. 점심 겸 저녁을 먹으며 동동주 한 잔과 함께 동생들의 안전한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나누고, 오랜만에 무채를 썰어 넣은 콩나물밥을 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옛날 피난 시절 저녁이면 거의 매일 같이 먹던 콩나물죽, 어쩌다 어머니가  해 주셨던 콩나물밥이 생각나 갑자기 하늘에 계신 어머니 생각에 잠시 목인 메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키가 작으셨던 내 어머니. 그 작은 체구로 일제 치하 36년, 6·25 전쟁 등을 겪으시고 세상에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도맡아 하시며 6남매 배곯지 않게 하느라 허기진 배 졸라매시며 전전긍긍 고생하셨던 우리 어머니…. 콩나물밥은 우리 주시고 당신은 빈 솥에 물 부어 숭늉 드시고 배부르다 하셨던 우리 어머니…. 동동주 몇 잔에 울컥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동생 집까지 30여 분가량 걸었던 군포시 도로에는 가로수를 모두 느티나무로 심었다. 가을이 되니 지난여름 햇볕을 가려줬던 느티나무 이파리들이 낙엽이 돼 떨어져 신발이 묻힐 정도로 쌓여 있었다. 시민들이 이 낙엽을 그대로 밟고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고 이색적일 수 없다.

작은 음악회 공연에 심취해 있는 동생들 모습이다.
 작은 음악회 공연에 심취해 있는 동생들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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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는 가로수로 느티나무와 단풍 나무를 심어 가을 낭만을 시민들이 흠뻑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군포시는 가로수로 느티나무와 단풍 나무를 심어 가을 낭만을 시민들이 흠뻑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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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직생활 퇴직한 매제에게 '어떻게 군포시는 낙엽을 쓸어낼 생각을 안 하고 낙엽을 지르밟고 다니게 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며 '너무 보기 좋고 아름다운 발상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매제는 "초창기엔 다소 불평불만 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지만, 시민 다수가 낙엽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두고 적당 기간 즐기고 쓸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랐다"고 답했다.

'벌써 수년 전부터 가을이 돼도 낙엽을 쓸지 않고 시민과 함께 가을 낭만을 즐기게 됐다'는 매제의 이야기를 들으며 '군포시 시민의 한 차원 높은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결정 과정에서 다소 의견 충돌이 있었을 텐데 이런 훌륭한 결정을 내려 아름다운 군포 문화를 이끌어 가는 군포시 관계자 여러분 결정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시내 가로수 길 분위기가 이쯤 무르익다 보니 마침 토요일 오후라 산책 나온 시민이 삼삼오오 낙엽 쌓인 가로수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고 부러웠다. 그러다 보니 나는 시인도 아니면서 가로수 길을 걸으며 시를 흥얼거릴 정도로 흠뻑 가을 분위기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어떤 어르신은 낙엽 쌓인 벤치에 비스듬히 누어 신문을 읽기도 했고 어떤 초등학생 친구들은 벤치에서 서로 마주 보며 책을 읽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게 천진스럽고 아름답고 부러울 수 없었다. 이 천진스런 아이들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어느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가로수길에 떨어진 낙엽을 즈려 밟으며 산책을 즐기시는 군포 시민들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가로수길에 떨어진 낙엽을 즈려 밟으며 산책을 즐기시는 군포 시민들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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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낙엽쌓인 가로수 밑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이 천진 스럽고 아름다울 수 없다.
▲ 책읽으며 사색을 즐기는 두 어린이 토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낙엽쌓인 가로수 밑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이 천진 스럽고 아름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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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지은 지 25년 정도 지났다. 그러다보니 우리 동네도 아파트 단지 안에 온통 느티나무·단풍나무·은행나무·벚나무 숲이 무성해 해마다 이맘때면 우수수 가을 낙엽이 비처럼 떨어지곤 한다. 낙엽이 내리는 풍경이 얼마나 그럴 듯하고 아름다운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동네는 이 낙엽들을 경비원과 청소원 아저씨들이 구역 책임 하에 모두 쓸어 담는다.

마치 겨울철 눈 내리면 바로바로 치우듯 하루에도 몇 번씩 낙엽을 쓸고 쓸고 또 쓸어버린다. 그것도 부족해 낙엽을 쓰는데 다소 게으른 경비원 아저씨를 힐책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군포시는 다르다. 군포시는 해마다 이맘때면 똑같이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시민과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며, 정서적이고 풍요로운 문화를 일궈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그 아름다운 분위기를 몽땅 쓸어버리고 만다. 

이날 내가 본 두 어린이만 해도 우리 손자 아이와 같은 또래 아이들이었다. 군포시에 사는 아이들은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가을 낭만을 즐기며 생활을 하는데, 우리 손자 아이는 기성세대 어른들의 '낙엽은 떨어지면 무조건 싹 쓸어 버려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삭막한 아파트 분위기 속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용기를 내 우리 동네 2475세대 책임자로 봉사하시는 입주자 대표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아파트 단지도 나뭇잎 다 떨어질 때까지 쓸지 말고, 주민들이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우리 동네 입주자대표회장은 "좋은 의견 주셔서 고맙다"며 당장 관리소에 지시해 며칠 동안만이라도 낙엽 쓸지 않기로 했다는 약속을 받았다. 귀가하는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낙엽쌓인 가로수길에 강와지와 산책을 나온 시민들 모습도 정겹고 아름답다.
 낙엽쌓인 가로수길에 강와지와 산책을 나온 시민들 모습도 정겹고 아름답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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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포시, #작은음악회, #수리산산림욕장, #시민교회,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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