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민단체가 여수출입국사무소의 행태를 규탄하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투신사건 피해가족의 영주권 신청을 지원하기 위한 청원서 전달식에 참석한 모로코 사업가 핫산씨의 모습.
 시민단체가 여수출입국사무소의 행태를 규탄하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투신사건 피해가족의 영주권 신청을 지원하기 위한 청원서 전달식에 참석한 모로코 사업가 핫산씨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자꾸 물으면 출입국관리 수용사무실에 감금하고, 내일 당장 쫓아버리겠다."

지난 9월 22일, 여수출입국사무소로부터 갑작스런 호출을 받은 모로코 출신 핫산(43세)씨와 그 동행자 한국인 임아무개(59세·경기도, 이하 임씨)씨는 당시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음성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기자가 확인에 들어가니 보호과로 전출된 직원 L씨는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보름이 지난 10월 7일 핫산의 부인 자밀라씨는 여수출입국리소 사범과 2층 복도에서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선택했다. 투신한 그녀는 광주 전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수술을 마쳤지만, 담당의사는 평생 휠체어 내지는 목발 신세를 져야 하는 항구적 장애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투신으로 인한 충격으로 척추 뼈가 찌그러지고, 양쪽 발목이 산산히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밀라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내몰린 것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인권유린과 인정이 메마른 차가운 멸시 때문이라는 주변 반응이다.

그럼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내국인의 이미지는 어떨까? 이들 핫산-자밀라 부부와 늘 동행해 왔던 임씨의 뇌리에는 이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수사반장보다 더 무섭고 억압적인 곳이 출입국사무소다, 그곳은 갈 때마다 무섭다, 직원들이 불친절하고 강압적이기 때문이다."

막상 찾아가 본 여수출입국사무소에 민원실에는 친절을 강조하며 불친절 신고센타 및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고충 상담실을 운영하는 팻말도 보인다.

여수출입국사무소 사범과 사무실에 직원 친절을 강조하는 불친절 신고센터가 있다.
 여수출입국사무소 사범과 사무실에 직원 친절을 강조하는 불친절 신고센터가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여수출입국사무소, 5년 전 대형 참사에 이어 투신

여수시 화장동에 있는 법무부 소속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이곳은 5년 전 화재로 인해 여론의 지탄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2007년 2월 11일 새벽 화재로 보호소에 갇혀 있던 불법 체류자들이 꽁꽁 잠긴 출입문 때문에 외국인 수용자 9명이 숨지고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비록 불법체류자들의 방화가 화근이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허술한 관리로 국제적 망신살을 샀던 사건이며, 당시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그때 사건으로 불법외국인 노동자 수용시설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의 문제점이 불거졌다.

그 후로 5년 뒤, 머나먼 북아메리카의 모로코에서 온 사업가 핫산씨와 그의 부인 자밀라씨가 겪은 일을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인권 보장은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

친구에게 받은 짝퉁시계 30개, 불행의 시작일 줄이야

지난달 7일, 자밀라씨는 체류기간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여수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날 자살을 시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항구적 장애판정을 받은 상태다.

타국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선택한 자밀라씨는 2009년 10월 모로코에서 핫산과 결혼해 동반비자(F-3)로 한국에 들어왔다.

D-8비자란?
비즈니스 비자로 외국인이 한국에 1억 이상 투자하여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는 비자로 사업을 통해 한국인 고용효과도 있어서 우대하고 안정적인 비자로 취급한다. 사업성공 여부에 따라서 외국인을 차별대우 한다는게 정설임. 그 예로 1년씩 연장하던 비자를 최근들어 6개월에 한 번씩 연장하고 있음.

코리안 드림을 꿈꾼 핫산씨는 10년 전 D-8 비자로 한국에 왔다. 5천만 원을 가지고 여수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레스토랑, 칵테일바, 액세서리 가게, 호프집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돈을 벌기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문화적 괴리와 차별로 사업에 여러 번 실패도 했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두 부부는 신기동에서 하던 레스토랑 가게를 접고 최근 8월 광양에다 약 1억 원을 투자해 한식당을 개업했다. 그런데 2개월도 되지않아 그들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간 시발점은 짝퉁시계 30개였다. 이들은 지난 8월 모로코에 있는 핫산씨의 장인이자 자밀라씨의 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모로코를 다녀왔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은 액세서리 장사를 하다 그만둔 핫산씨의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모로코에서 1500~2000원짜리의 샤넬, 구찌, 머리핀, 팔찌 등 싸구려 액세서리였다. 한국에 가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라는 친구의 정성이었다. 그런데 그 액세서리는 큰 화근이 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이들 물품을 검색한 세관직원에게 친구로부터 받은 짝퉁 샤넬, 구찌를 압수당하자 왜 빼앗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다 상표법 위반명목으로 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것. 핫산의 말이다.

"선물주려고 가지고 왔는데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몰랐습니다."

이후 세관에서 벌금이 나왔고 8월 400만 원을 납부했다. 그 벌금은 일부는 지인에게 빌리고 나머지는 두 부부가 박스를 주워 팔아 어렵게 마련한 돈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KBS 방송에도 보도된 바 있다고 임씨는 전했다.

이후 출입국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이 사실을 전한 임씨의 증언을 재구성해 봤다.

담당자 : "왜 벌금을 안 냈나?"
핫산 : "벌금을 납부했다."
담당자 : "그럼 낼 당장 그 영수증을 가지고 1시까지 와라."

이후 다음날 출입국관리소를 찾았다.

담당자 : "이제 당신은 한국에 못 산다"
핫산 : "왜 못 사나?"
담당자 : "벌금 200만 원 이상 내면 외국인을 강제 추방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핫산 : "그 규정 좀 보자."

임씨에 따르면 "(이후 담당 직원은) 인천세관에서 400만 원을 냈다고 통보한 쪽지를 보여주었다"면서 "핫산이 일방적으로 추방한다고 놀라서 질문을 하자, 담당 직원은 손가락을 자꾸 쉬쉬하면서 질문하지 말라고 강압적으로 대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또 "(담당 직원이) 그렇게 귀찮게 물으면 당장 사무실에 감금시켜 내일 당장 쫓아버리겠다"면서 "감금되어 내일 당장 나가든지 아니면 14일 이내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만 택하라, 딴말 걸지 말고 귀찮으니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담당자는 어딘가 전화를 걸어 "14일 이내로 쫓아내면 소장 결재 없어도 가능하냐"고 전화로 물었고, 전화를 끊더니 한 달(9/22~10/22일까지)을 줄 테니 임씨에게 신원보증을 서지 않으면 이 사무실에서 못 나간다고 보증각서를 요구해서 서명을 했다고 한다.

이에 임씨는 "사무실을 나온 핫산씨는 놀라서 표정이 굳어 있었고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이후 집에 가서도 여러 번 죽고 싶다고 부인에게 그 얘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핫산씨가 "죽고 싶다, 정말 너무한다, 사전 통보도 없이 막 쫓아내고 내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돈 한 푼 없이 쫓겨나면 난 어떻게 살라고…"라며 하소연했다고도 한다.

오픈한지 2개월된 가게 처분해야 하는데... 강제추방 언성에 투신자실 기도

공동대책위는이날 출입국사무소의 행태를 규탄하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투신사건 피해가족의 영주권 신청을 위한 청원서를 전달했다.
 공동대책위는이날 출입국사무소의 행태를 규탄하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투신사건 피해가족의 영주권 신청을 위한 청원서를 전달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핫산씨의 부인 자말라씨는 절망했고, 직접 10월 6일 자신들의 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소 담당 직원은 다음날(7일) 보증 선 사람을 데리고 오라했고, 다음날 오후 4시 40분경 보증인 임씨와 함께 3명은 출입국 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이날은 첫 담당자였던 L씨는 없고 K씨만 있었다. 담당이 바뀐 것이다.

핫산씨과 보증인 임씨는 "가게를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출국 시 가게를 처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고, 담당 직원 K씨가 "부인은 비자기간인 내년 3월 2일까지 가게를 처분하고 들어가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또한 그 옆에 있던 여직원도 "그때까지는 괜찮다"고 말하기에 임씨는 "담당자 L씨는 안 된다고 해서, 당장 쫓아낸다 했는데… 부인은 3월 2일까지 정말 괜찮은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직원인 J씨가 2층 사무실로 오더니 직원 K씨가 J씨에게 물으면서 "자밀라씨는 3월 2일까지 있어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J씨가 화를 내면서 언성을 높였고 순식간에 일은 벌어졌다고 한다. 직원 J씨가 "무슨 소리를 하느냐? 안 된다고… 안 돼, 나가,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자, 이때 보증인 임씨가 "이분은 된다는데 왜 안 된다고 그러냐?"고 따졌단다. 이런 사이 잠시 후 밖에서 큰 비명소리가 났다. 자말라씨가 울분을 참지 못해 뛰어 내린 것이다. 당시 상황를 본 임씨의 말이다.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안돼 안돼 소리를 들은 부인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같아요. 우리가 10년 동안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이제 알거지 되어 당장 쫓겨나는구나, 우리는 가게도 처분할 기간도 없이 당장 쫓겨나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거죠."

출입국 직원, "시끄럽게 떠들고 나대면 재미없다" 협박

모로코 핫산씨의 동행자 임아무개씨(임씨)가 핫산씨와 함께 영주권을 신청하고 있다.
 모로코 핫산씨의 동행자 임아무개씨(임씨)가 핫산씨와 함께 영주권을 신청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사건이 있은 후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전화 협박도 있었다고 한다. 사건 직후 119로 여천 전남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출입국 직원 K씨가 따라왔다. 출동한 경찰이 왜 그러냐고 물었고, 출입국 직원 K씨는 "왜 떠들고 신고를 해서 골치 아프게 경찰까지 출동했냐"고 따져서 임씨는 "황당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당시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협박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임씨 : "이런 일을 당했는데 경찰까지 신고할 경황이 어디 있겠어요?"

출입국관리소 직원 : "우리들이 출입국에서 의견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떠들고 여론화 시키면 우리가 좋게 안 쓴다. 여론화 시키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임씨 : "이런 말을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한 번은 나한테 직접 휴대폰으로 하고, 또 한 번은 목사님과 핫산과 나와 같이 셋이 있는데 이런 말을 했다. 한마디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고 나대면 재미없을 거예요'라고 했다.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민원인을 강압적이고 억압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어요, 이런 만큼 핫산씨 부부에게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과 장애에 대한 도의적이고 인도적인 책임을 출입국사무소에서 일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 영주권 신청 및 청원 운동... 철저한 조사, 공개사과 등 요구

전 재산을 투자해 식당을 옮긴지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모로코 핫산씨 부부. 이들은 이제집도 절도 없이 전 재산을 다 날릴 상황에 놓였다. 또한 멀쩡하던 부인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불구의 몸이 되었다, 또 자기 나라로 쫓겨나야 할 처지다.

이에 공동대책위로 구성된 시민단체에서 규탄대회와 함께 항의방문 및 영주권 신청 및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 이들은 현재 피해자 자밀라씨의 치료를 위한 온정의 손길을 주기위해 성금모금운동 전개 중이다.

특히 지난 3일 여수시 출입국관리소 정문 앞에서 광주를 포함한 전남동부지역 종교계, 정당, 시민사회단체, 진보·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반인권 여수출입국관리소 투신사건 해결 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가 열렸다.

이날 출입국사무소의 행태를 규탄하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투신사건 피해가족의 영주권 신청을 지원하기 위한 청원서 전달식을 가졌다.

공동대책위는 "국제도시로서 도약을 준비하는 여수에서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2012여수세계박람회라는 지구촌 축제의 정신인 인류의 공존과 평화가 열리는 여수에서 그 정신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지역과 전남동부권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대응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공개사과, 출입국관리 업무 담당자의 인권교육 이수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지역사회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영주권신청서와 함께 제출된 청원서에는 전남동부권 국회의원들과 함께 여수시의회 및 전남동부권 종교계, 노동단체 및 범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등 사회적 지도층들이 청원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단체는 영주권 취득 절차와 관련한 결정은 해당지역 출입국관리소장의 결정사항이기에 이날 전달식 이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장 면담을 갖기로 했으나 소장의 거부로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출입국사무소 모 과장은 "당사자는 보호과에서 강제퇴거대상자다"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어 문제를 삼으면 이해가 되겠는데, 이것이 기사 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온정적으로 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데, 오히려  안타깝다"며 "당사자들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할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모로코 핫산, #자밀라, #인권유린, #외국인 노동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