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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장미동 근대역사박물관 일대에서 22일(토)~23일(일) 이틀 동안 '소통과 추억 그 길 위에서 놀자'란 주제로 제1회 군산구불길축제가 열린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구불길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군산시가 후원한다.

 군산 내항 철도변에 걸린 ‘제1회 군산 구불길축제’ 현수막.
 군산 내항 철도변에 걸린 ‘제1회 군산 구불길축제’ 현수막.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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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22일)은 오전 9시부터 구불길 걷기로 시작한다. 구불1길(비단강길 : 객주문화탐방), 구불6길(달밝음길 : 보부상문화탐방), 구불6-1길(탁류길 : 근대문화탐방), 구불4길(구슬뫼길 : 생태탐방) 등 테마별로 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특성을 따라 걷게 된다.

이어 근대역사박물관 일원에서 난타, 길놀이, 한마당잔치, 7080밴드 공연, 포크송 공연, 선상(위봉함) 공연과 함께 추억의 기찻길놀이, 추억의 운동회, 구불길 퀴즈, 객주와 보부상 퍼포먼스 등 체험형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오후 2시부터 2시 30분까지는 근대역사박물관 2층에서 군산대 사학과 곽장근 교수의 특강(주제 : 금강의 포구와 문화)이 있으며, 박물관 관람과 사진전, 올바른 도보 문화를 내용으로 하는 트레킹 교육도 함께 열린다.

23일에는 참가자와 회원,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는 운동회(줄넘기, 캥거루 릴레이, 훌라후프, 동전 쌓기 등)와 다문화가정 페스티벌, 행사장 내 보물찾기, 난타공연,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도 펼쳐진다.

시청 말단 공무원이 계획한 '군산 구불길'

지난 15일 구불길 카페 회원들이 탁류길 코스인 수덕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구불길 카페 회원들이 탁류길 코스인 수덕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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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구불길'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흥미롭다. 군산시청 말단 공무원 임현(39)씨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 관광진흥과에 근무하는 임씨가 2008년 12월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한 여행 작가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군산 출신이지만 고향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던 임씨는 우선 군산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마냥 걷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을 군산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처음엔 차량으로 이동했지만 이내 차를 버렸다. 똑같은 길인데도 걸으니까 느낌이 달랐다.

그가 교과서로 선택한 책은 군산시 학예연구사 김중규씨가 쓴 <군산 답사·여행의 길잡이>. 그는 책을 달달 외우면서 군산의 옛 모습을 그렸다. 군산을 걷는 길은, 군산의 옛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제주 올레길이 개장한 직후였다.

마침내 2009년 7월 군산 구불길 1∼4길(68km)이 개통된다. 손가락질하던 직원들도 주말마다 걷기행사에 참여하고,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gubulgil)도 개설했다. 공무원이 걷기 시작하니까 시민도 호응했고, 구경꾼들도 박수를 보냈다.

이제 임현씨는 길에 관하여는 명사가 되었다. 사단법인 '군산 구불길' 이사이자, 8월에 출범한 전국 트레일 네트워크 '한국 길모임' 사무국장이다. 그러나 시청에서는 여전히 말단 공무원이다.

'구불길' 정신은 '소통과 추억'

구불길 축제를 이틀 앞둔 20일 오후 2시 개막식 날 사용할 임시 건물 설치를 감독하면서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쁜 임현씨를 만났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한참 기다리다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사중인 부스 앞에서 구불길 탄생 계기를 설명하는 임현씨
 공사중인 부스 앞에서 구불길 탄생 계기를 설명하는 임현씨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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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길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군산을 알리는 방법으로 만화도 기획해보고 기행문도 생각해봤는데 졸필이어서 답답했어요. 그러다 2008년 12월 군산대에서 여행 작가(김효선)의 특강을 듣게 됐어요. 강의 중간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떠올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내천길'로 생각했는데 '구불길'로 바뀌었지요."
 
- 기획 과정에서 애로점은 없었나요?
"주변에서 미친 사람 취급할 때와 자료 조사하러 다니면서 시골길은 물론 좁은 농로까지 시멘트가 덧발라진 것을 봤을 때입니다. 그런데 어느 길이든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고 건강해지면 되지 길이나 사람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원래 등산이나 걷기를 좋아했나요?
"살던 집이 시골이어서 어렸을 때 시내로 학교 다니느라 걸어 다녔지, 어른이 되어서는 등산도 걷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군대에서도 운전병으로 복무했으니까요. 휴가 나와서도 택시만 타고 다녔는데 어쩌다 그만···."(웃음)

- 인위적이라며 구불길 걷기를 반대하는 분도 있던데 어떻게 설득할지?
"저희는 알려지지 않은 길을 공개하는 것이지 굴착기로 파거나 새로 만든 길은 없어요. 반대하는 분들은 정보도 없이 평가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구불길 걷기에 참여해서 함께 느껴보자는 것이지요. 걸어보면 무엇이 좋은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 이번 행사 주제가 '소통과 추억 그 길 위에서 놀자'인데요. 의미는?
"소통과 추억에 구불길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과 주민, 새만금 시대를 앞두고 군산 지역의 특수성으로 볼 때 충남과 전북 도민의 소통도 의미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축제는 다양한 계층, 다양한 지역 주민이 구불길 위에서 소통하며 놀자는 것입니다." 

- 지난 주말(15일) 탁류길(7.8km) 걷기에 참여했는데요. 소설 <탁류>의 초봉이 직장(제중당 약국)과 남승재 직장(금호병원)이 있는 동네가 코스에서 빠져 서운했습니다. 
"옛 역전 부근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탁류길에는 '동령고개'가 들어가 있고, 그곳은 간선으로 앞으로 표지판을 세울 것입니다. 그리고 길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니 언제든 들를 수 있겠지요."

임현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도보여행 문화를 확산시키고 올바른 걷기문화를 통해 구불길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김치냉장고, 트레킹화 등 다양한 경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구불길, #소통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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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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