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마크 쇼클리 모토로라 글로벌 모바일 디바이스 마켓 총괄 부사장이 19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모토로라 레이저를 발표하고 있다.
 마크 쇼클리 모토로라 글로벌 모바일 디바이스 마켓 총괄 부사장이 19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모토로라 레이저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왕의 귀환'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쏠린 시선을 돌리진 못했다.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전 11시) 홍콩에서 구글과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4.0 운영체제와 갤럭시 넥서스를 발표한 같은 시각 한국에선 모토로라코리아가 '모토로라 레이저(RAZR)'를 선보였다.

삼성 갤럭시 넥서스-모토로라 레이저 같은 날 발표 

이날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처음 열리는 행사인 데다 미국 현지에서 '드로이드 레이저'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 2005년부터 4년 동안 전 세계 1억3천만 대가 팔린 효자 상품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모토로라 레이저는 최소 두께가 7.1mm에 불과한 초슬림 디자인을 앞세웠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옛 버전(2.3버전, 진저브레드)을 사용한 데다 미국 모델과 달리 4세대 LTE(롱 텀 에볼류션)도 지원되지 않아 실망을 안겼다.  

'스펙'만 따지면 역시 3G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4.3인치 슈퍼 아몰레드 어드밴스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손떨림 보정 기능을 넣은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앞서 '아트릭스 4G'와 마찬가지로 '랩독'에 연결해 노트북처럼 활용하거나 'HD 독'으로 TV 등 주변기기와 연결해 쓸 수도 있다. 집안이나 직장에 있는 PC와 원격 연결해 음악, 사진, 문서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모토캐스트'도 처음 선보였다.

문제는 운영체제와 네트워크 경쟁력이다. 우선 11월 초 SK텔레콤과 KT를 통해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미 삼성, LG, 팬텍, HTC 등 경쟁사에서 앞다퉈 LTE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상황이어서 '프리미엄급'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드로이드 레이저'와 달리 LTE망 접속 기능이 빠진 데 대해 대해선 정철종 모토로라코리아 사장은 "국내 LTE 커버리지나 접속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3G 스마트폰 출시가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코리아가 19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발표한 모토로라 레이저.
 모토로라코리아가 19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발표한 모토로라 레이저.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구글 합병 뒤에도 큰 변화 기대 안해"... 모토로라 '몸 낮추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란 새 운영체제로 바로 업그레이드된다면 그나마 차별성이 있겠지만 11월 유럽에 처음 출시될 레퍼런스폰 '갤럭시 넥서스'에 밀려 그 시기도 장담할 수 없다. 

구글이 지난 8월 15일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전격 인수하긴 했지만 아직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공개적인 지원을 기대하긴 이른 감도 있다.

이날 정철종 사장은 "이제까지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건 변함없고 합병하면 같이 일하는데 나을 수 있지만 큰 변화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레퍼런스폰은 회사들이 돌아가면서 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업그레이드 계획에 정 사장은 "모토로라는 (새 운영체제 발표 후) 18개월 이내 업그레이드 약속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도 준비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성수 모토로라코리아 상품마케팀담당 상무는 "아직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료가 넘어오지 않았다"면서 "레퍼런스폰에 한두 달 정도 베네핏(이권)을 줘야해 12월에나 제조사에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삼성 구글 미디어 행사에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를 공개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삼성 구글 미디어 행사에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를 공개했다.
ⓒ 삼성전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삼성이 안드로이드폰 리딩 업체? 안심하긴 이르다

반면 이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구글-삼성 미디어 행사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넥서스 프라임'에 삼성 갤럭시 브랜드를 입혀 '갤럭시 넥서스'로 발표한 점을 들어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 리딩 업체임을 확고히 했다"고 과시했다. 구글 역시 모토로라 인수 이후 삼성, HTC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의 불안감을 달래듯 '안드로이드 아버지'인 앤디 루빈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삼성에 힘을 보탰다.  

구글이 '적자'인 모토로라를 우선 지원하리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인수 이전 모토로라는 쿼티 자판을 단 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성공과 허니콤 운영체제를 처음 장착한 태블릿 '모토로라 줌' 개발 등으로 이미 구글 '적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에 처음 출시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역시 모토로라 모토로이였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달아 레퍼런스폰을 내놓았다고 마치 구글 '적자'라도 된 듯 마음을 놓긴 이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에서 보듯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다고 해서 모토로라 레이저를 그저 '홍길동폰'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태그:#모토로라, #레이저, #구글, #삼성전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