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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암이 보이는 팔공산의 풍경
 염불암이 보이는 팔공산의 풍경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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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대구 12경'을 선정했다. 11일 발표된 '대구 12경'에는 팔공산, 비슬산, 강정보, 신천, 수성못, 달성토성,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대구스타디움, 대구타워, 동성로, 서문시장, 대구옛골목이 포함됐다. 대구시는 "대구 12경은 도시 지리적 상황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주요 자연경관, 문화경관, 도시경관 등으로 구성됐다"고 발표했다.

'대구 12경' 과연 적절한가?

팔공산이 '대구 12경'에 포함된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관봉석조여래좌상의 갓바위, 세계 최대 불상의 동화사, 영조의 파계사, 대장경의 부인사, 전탑의 송림사, 설경의 동봉 등등 우리나라 어디와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을 만한 자연 경관과 역사적 배경을 지녔기 때문이다.

비슬산 역시 마찬가지다. 석조계단의 용연사, 일연의 유가사, <빨간 마후라>의 유치곤장군기념관, 임진왜란의 사효굴, 고위평탄면의 대견사지는 비슬산의 자랑이다. 특히 이 산은 세계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만 하면 대구를 대표하는 경관이라 하겠다.

세계 최대의 빙하기 유적인 비슬산 암괴류
 세계 최대의 빙하기 유적인 비슬산 암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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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보는 낙동강 개발 논란의 핵심에 드는 시설이지만, 완공이 되고 나면 '호불호'를 떠나 그 거대한 규모만은 볼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달성토성은 한국에서 고대 토성 축조의 본보기가 되는 사적이니 대구의 대표적 역사 유적으로 내세울 만하다. (물론 달성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긴 하다)

예로부터 서문시장은 우리나라 3대 전통시장의 명성을 누려온 곳이다. 이 곳 일대는 90년 정도 전만 하더라도 큰 늪지대였는데, 그곳을 다 메워 지금과 같은 대형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서문시장은 대구 지역에서 일어난 3·1 독립만세의 근원지라는 역사적 의미까지 갖춘데다 요즘 보기 드물게 남아있는 재래시장이니 외지인들이 답사를 요청하고도 남을 만하다.

대구 옛골목은 세계적 명소인 약전골목. 이 곳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의 고택, 국채보상운동 서상돈의 고택, 동학 교주 최제우의 처형장 관덕정 등이 있어 이곳 역시 대구의 명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한약상들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

약전골목의 풍경
 약전골목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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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는 대구의 '현대적 얼굴'이다. 현재로서는 타지인이나 외국인들에게 자랑할 만한 수준은 못 되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는 곳이다. 가꾸고 다듬어서 대구 12경으로 재탄생시키지 않으면 안 될 곳이니 이번에 선정된 것은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신천도 동성로와 같은 의미를 지닌 장소이다.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여 금호강까지 흘러가는 신천은 대구를 찾는 이들에게 결정적 이미지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신천이 맑고 화사하면 대구의 이미지도 그렇게 여겨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의 이미지를 줄 것이다. 신천만이 아니라 금호강까지 잘 가꾸어 '대구의 맑은 얼굴'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성못,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대구스타디움, 대구타워의 선정은 의아하다. 수성못이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유원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규모나 주위 경관은 외지인들에게 자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 국채보상공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5일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의 문을 열었고, 국채보상운동 자체가 대구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단한 국가적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채보상공원 그 자체는 그저 작은 시내 중심가의 소공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스타디움의 선정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곳은 큰 도시라면 어디를 가나 있는 대규모 스타디움에 불과하고, 일반 시민들은 결코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 것을 대구의 '대표'라 할 수는 없다. 대구타워도 군소도시나 농어촌에 없다는 것일 뿐, 그저 시설물에 지나지 않는다.

망우공원의 홍의장군 곽재우 동상
 망우공원의 홍의장군 곽재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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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곽재우를 기리는 망우공원이 '대구 12경'에서 제외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상태의 망우공원으로는 조금 무리지만 가꾸고 다듬으면 충분히 자연경관으로도 대구의 얼굴이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금호강 일대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지가 바로 망우공원에 붙어 있고, 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둘째, 왜적들이 전라도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아 나라를 지킨 의병의 본거지가 바로 우리 대구다. 최초의 의병을 일으킨 이도 바로 대구에 묘지까지 있는 홍의장군 곽재우다. 이렇게 자연경관과 역사적 의미가 충분한 망우공원을 왜 대구의 자랑거리에서 제외했는지 안타깝다.

강정보 대신 도동서원을 앞세워야 낙동강이 산다

달성군 구지면의 도동서원 일대가 제외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낙동강을 발치 아래로 내려다 보는 도동서원은 그 자체가 국가 사적이며 보물이다. 뿐만아니라 이 곳은 조선시대의 사화(士禍)를 가르칠 수 있는 역사적 답사지다.

게다가 이 인근에는 곽재우 장군의 묘소도 있다. 이런 명소를 12경에서 제외하다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불성설이다. 강정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도동서원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강정보는 그에 덩달아 답사할 곳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낙동강 개발에 매달린 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고 강정보를 12경에 넣은 듯 여겨질까 두려운 일이다.

도동서원 전경
 도동서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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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을 더 추가하자. 육신사다. 전국적으로 사육신의 직계 혈통이 남긴 유적지는 대구의 육신사밖에 없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육신사는 대구를 대표할 만한 국민적 답사지라고 생각한다. 보물인 태고정도 있고, 마을 바로 옆의 고즈넉한 산길을 넘어가면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인 삼가헌도 있다. 사육신기념관도 근래 건립됐고, 육신사 외삼문의 현판 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다. 이래저래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주는 육신사. 왜 '대구 12경'에서 제외했는지 묻고 싶다.

활발한 의견 개진으로 대구발전에 동참을
대구시가 '대구 12경'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들은 1854명으로 전체 대구 시민 250만 명 중 0.07%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 참여도가 너무나 낮았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구 시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기사를 읽는 대구시민이 있다면 독자의견(아래의 댓글)을 많이 남겨 주시고, 대구시 홈페이지에도 방문하여 무엇이 대구의 대표적 답사지인지 의견을 남기길 소망한다.
대구시는 '대구 12경'을 선정하기 위해 그 동안 구·군에서 추천받은 대구경관 자원 52선을 대상으로 시내 거리조사와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정체성, 심미성, 생태성 등의 감안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대구시는 "이번에 선정된 대구 12경을 대상으로, 온라인 콘텐츠, 매체별(홈페이지, 스마트폰) 디자인가이드라인, 각종 홍보물 등을 개발해 아름답고 멋진 대구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보 및 관광 활성화도 도모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임진왜란의 망우공원, 사화의 도동서원, 사육신의 육신사를 '대구 12경'에 넣어 대구의 브랜드 가치도 높이고 관광 활성화도 꾀하길 제안한다. 팔공산, 비슬산, 달성토성, 약전골목(도심 옛골목), 동성로, 신천, 서문시장, 도동서원(강정보 포함), 망우공원(금호강 포함), 육신사, 이렇게 하면 '대구 10경'이 된다. '대구 12경', 너무 많지 않나? 억지로 부풀린 인상을 주면 대구 '홍보'에 오히려 해로울 듯하다.


태그:#대구12경, #대구10경, #팔공산, #비슬산, #홍의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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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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