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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이닉스, KB금융, SK텔레콤, 이상 4개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아래 '구조원')이 발표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통합 등급 평가 결과에서 가장 우수한 A+를 받았다는 점이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전 부문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기업'이 되는 셈이다.

부문별 평가 결과에도 주목할 만 한 대목은 여럿 발견된다. 지배구조에서는 두산 그룹 계열(두산 A+, 두산건설 A+, 두산인프라코어 A+)이 삼성그룹 계열(삼성물산 B+, 삼성테크윈 B+, 삼성엔지니어링 B+, 삼성전기 B+ 등)보다 '우월하다'. 반면 사회적 책임에서는 삼성 계열사(삼성SDI A+, 삼성물산 A+, 삼성전기 A+)가 두산 계열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업종별 '헤쳐 모여'도 '별미'다. KB금융,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시중 4대 금융사 중 KB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은 신한금융(지배구조 A, 사회 A, 환경 A)이다. 하나금융은 지배구조에서 신한금융보다 더 우수한 '학점'(A+)을 받았지만, '환경 무등급'으로 '평점'을 깎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독자 개발한 ESG 평가 모델은?

2011 ESG 등급 부여 현황
 2011 ESG 등급 부여 현황
ⓒ cg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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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ESG 통합등급 평가는 '구조원'이 상장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고 그 활동을 장려하는 한편 책임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UN PRI(UN 사회책임투자 원칙)나 ISO 26000(기업 사회적 책임 국제 인증제도) 등 글로벌 기준을 뼈대로 하고 있다.

먼저 지배구조 평가는 주주 권리 보호, 이사회, 공시, 감사기구, 경영과실 배분 등 크게 5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이는 다시 각 부문별로 '중분류'로 쪼개진다. 주주 권리 보호의 경우 '주주 권리 보호 및 행사 편의성', '소유구조',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로 분류되고, 다시 소유구조는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등기 임원 지분율', '계열회사 지분율'로 평가항목이 나뉘는 식이다.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 평가 역시 그 구성에 있어서는 지배구조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각 평가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 '경영 구조'가 아니라 '경영 성과'를 평가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 의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해당 의지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는가, 또 그 결과가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가 등이 '핵심 질문'이다.

다만 사회적 책임 평가는 성격상 '이해당사자'가 다양한 만큼, '사내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사 및 경쟁사', '소비자', '지역사회' 등을 주요 평가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각각의 평가 문항은 '협력사에 대한 기술·자금 지원 프로그램 유무', '소비자에 대한 공정거래 원칙 수립 유무'등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환경 부문, 경영자 의지에 따라 편차"

시중 4대 금융사 ESG 평가 결과
 시중 4대 금융사 ESG 평가 결과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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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평가는 사업보고서 등 공시 자료는 물론, 지속가능보고서(SR), 환경사회보고서, 환경보고서, 뉴스, 보도자료 그리고 환경부나 고용노동부 등 정부자료를 기초로 이뤄진다. 기초 조사 결과에 대하여 각 기업으로부터 피드백 과정을 거쳐 최종 평가 결과가 나오게 된다.

평가 등급 체계는 A+, A, B+, B, C 등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B등급은 지배 구조, 환경, 사회적책임 등 3개 부문 모두에서 취약한 기업, C등급은 ESG와 관련한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구조원' 홈페이지에서는 B+ 이상의 평가 결과만 접근할 수 있다. '꾸중보다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이 '구조원' 입장이다.

시중 4대 금융사 평가와 관련 김명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부문 연구위원은 "사회나 환경 부문에서 금융사간 편차가 다소 나타나는데, 이 부문들은 경영자 의지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큰 경향이 있다"며 "금융업 자체가 환경 영향도나 위험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A등급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과 그에 따른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금융업 전반적으로 지배구조는 좋은 편"이라면서 "KB금융의 경우는 지배구조, 사회적 책임, 환경 부문 등 ESG 관련 이슈를 전반적으로 잘 아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우수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이번 평가에서 환경 부문(A)을 제외한 여타 부문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는 금융4사 중 유일하게 A+ 등급으로 평가됐다.

KB금융, 최근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적극적인 행보

지난 5월 개최된 KB금융공익재단 설립 기념 행사
 지난 5월 개최된 KB금융공익재단 설립 기념 행사
ⓒ 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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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KB금융은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금융공익재단이 일단 눈에 띈다. 교육·학술·장학 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 전반에 나눔과 봉사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출범했다.

KB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투자증권 등 KB금융그룹 모든 계열사가 공동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연 기금은 200억원 규모. 앞으로도 매년 추가 출연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중소·중견기업과 청년 구직자를 이어주는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 'KB굿잡(KB Goodjob)'도 출범시킨 바 있다. 전국 1200여 지점과 중견기업연합회 등 제휴기관을 통해 확보된 기업 구인정보를 전용사이트(www.kbgoodjob.co.kr)를 통해 청년 구직자에게 제공하고, 전국 대학 취업센터나 한국폴리텍 등을 통해 확보한 구직 정보를 구인 기업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7월부터 1조원 규모로 판매를 시작한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도 KB금융 측이 사회적 책임 활동 사례로 꼽는 상품이다. 대출 기간을 10년부터 5년 단위로 최대 30년까지 정할 수 있고, 만기에 따라 연 4.8% ∼ 5.3% 수준의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 완화와 가계의 안정적 부채 상환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측 "실제로 환경경영 도외시하지 않아"

그렇다면 환경 부문에서 '무등급'을 받은 하나금융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에서 당사 환경 경영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취득하지 못한 결과"라며 "하나금융이 실제로 환경경영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녹색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국가, 조직, 개인 차원에서 실질적인 녹색활동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사내 일상 생활에서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 환경 인식 제고를 위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나금융 측이 제공한 '녹색 경영' 사례들을 살펴보면, 여타 금융사 경우와 '결정적인' 차이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구조원' 평가에 하나금융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데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선택'에서 '필수'로 변화하는 시대, 그에 따른 평가에 적극적으로 임할 책임이 또한 기업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태그:#ESG, #CSR,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회적 책임, #녹색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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