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도가 보은·옥천·청원군 등 3개 군이 요청한 대청호 유람선 운항방안을 놓고 벌이고 있는 연구용역이 총체적 부실논란에 휩싸여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충북도는 또 찬반입장에도 '반대론자를 설득할 논리 개발' 등 편파적인 용역방향을 주문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5월 건국대학교 교책연구원과 약 2억 원에 '대청호 유역 친환경 공동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 연구용역은 대청호 친환경 도선 운항방안 연구와 대청호 유역 친수공간 조성방안 연구, 대청호 수변구역 관리 개선 및 취수탑 이전 대상지 검토 방안 강구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핵심용역은 '대청호 친환경 도선 운항방안 연구'라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지역환경단체에서는 처음부터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는 것을 전제로 한 연구용역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오염 우려가 큰 만큼 객관적 연구용역이 이루어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용역결과는 대청호에 유람선을 운행하는데 대한 찬성 쪽도, 우려의 시각을 가진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지난 8월 19일 오후 2시 옥천 군민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청댐유역 친환경 공동 발전방안 중간성과 보고회장. 이날 보고회는 '대청호 친환경 도선 운항방안 연구에 관한 중간용역보고' 자리였다. 보고회에는 충북도, 보은, 옥천, 청원군 관계자와 자문단, 언론, 대청댐 유역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다.

 

보고회장에서는 참석자들로부터 각종 지적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의 보도내용을 일부 간추려 보자.

 

"용역마감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용역진행은 30% " 

 

-이정렬 충북도 문화여성환경국장/ "이번 보고회는 3개의 세부과제 가운데 비교적 쉬운 도선운항 발전방안의 최종보고로 알고 왔는데, 도와 3개 군이 요구한 내용의 30%도 채워지지 않았다"

 

-정상혁 보은군수 : "대청댐 유역은 수도법을 비롯한 3가지 법 규제를 받고 있다. 관련법에 의해 3개 군은 많은 재산 피해와 지역발전에 악영향을 받아 왔다. 이런 내용들이 개량화되어야 함에도 보고서에는 전혀 이런 내용들이 없다. 특히, 충주댐, 소양댐 등의 저수지에서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악영향이 없었다는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김영만 옥천군수 : "댐에 대한 피해와 하류지역에 대한 수혜조사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수치 개량에 실패한 보고서다. 단순히 대청호와 용담호에 대한 분석만 해도 차이가 난다"

 

-신찬인 청원부군수 : "대청댐과 관련한 피해 내역과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수질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지, 도선의 목적이 교통인지 아니면 관광인지 등 도선운항에 대한 방안이 전혀 없다"

 

-김태승 물환경연구소장 : "환경부에 소속된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최종보고서에는 목적, 필요성, 분야별 세부항목을 만들어 제도적, 정치적, 경제적 현황보고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반대 입장도 분명히 밝혀야 하고 도선을 운항하는 나라와 운항하지 않는 저수지는 왜 운항하지 않는 지에 대해 그 입장을 알아야 한다"

 

언론보도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밖의 지적사항도 많았다. 충북도의 경우 대청호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 및 보상액 산정을 계량화하고 환경오염 정도를 계량화해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친환경 동력선'을 제시하고 그 비용을 분석해 달라는 주문도 곁들여졌다.

 

인근 지역주민 "유람선 운항해야" vs  환경단체 "식수원 오염 우려"

 

하지만 대청호 유람선 운항을 놓고 찬반입장이 분명히 갈려 있다. 다목적댐 건설로 이주한 충북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은 1979년 대청호 유람선 운항을 위한 모터보트 20여 척을 구입해 운항했다. 그러나 운행 4년 만인 1983년 당시 대통령 별장 청남대 보안 문제와 수질 보호가 대두되면서 대청호 유람선 운항도 전면 취소됐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대청댐 주변의 각종 개발행위 제한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유람선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식수원 오염 우려를 들어 유람선 운항 재개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대청호를 공동 이용하고 있는 대전충남북 지역의 환경단체에서는 "330만 충청도민의 젖줄인 대청호는 전역이 수질보전 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매년 조류가 발생하고 다량의 쓰레기가 유입돼 수질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수원인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수질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유람선을 운항할 경우 식수원을 직접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용역보고회 참석자들은 이번 용역이 '대청호에 배를 띄우기 위한 명분 찾기용'임을 분명히했다. 뻔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결론을 미리 내놓고 각종 자료와 수치를 이에 맞게 짜깁기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증폭시킨 것이다. 이날 중간용역보고회장에서의 충북도 및 각 시군의 보완요청 내용을 통해 연구용역을 벌이고 있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충북도는 아예 '대청호 둘레길 연계 도선운항 계획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고, 보은군은 대청호 일주도로 계획을 포함해 달라고 연구팀에 주문했다. 옥천군은 한술 더 떠 '(배를 띄울 수 있도록) 환경보호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계량화된 수치 연구'를 주문했다.

 

뿐만이 아니다. 중립을 지켜할 할 환경부 산하 금강물환경연구소장도 '반대론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을 주문하고 나섰다. 충북도 산하 '충북발전연구원'까지 '환경오염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일정 범위 내에서는 운항이 무방하다는 논리 개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당초 제시된 과업지시서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 당초 과업지시서에는 도선운항방안과 관련 ▲일반호소 및 상수원 호소 내 도선운항 국내외 현지실사 ▲대청호 도선운항 방안 검토 ▲도선운항의 행, 재정적 타당성 검토 ▲도선운항의 환경적 영향 분석, 친환경 도선 운항을 위한 행정사항 제안 ▲유선 국내외 운영 사례 조사 및 도입방안 등으로 명시돼 있다. 즉 도선운항의 행, 재정적 타당성 및 환경적 영향 분석을 위한 과업지시가 노골적인 '반대론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 연구용역으로 진화(?)한 셈이다.

 

금강물환경연구소장 "반대론자를 설득할 논리 개발" 주문

 

충북도는 또 지난 8월 말 내실 있는 용역보고서를 도출한다는 명분으로 TF팀을 구성해 연구진과 자문위원, 도 시군 공무원들이 상호 의견교환과 수시평가를 벌이고 있다. TF팀 구성 '유람선을 띄워도 무방하다는 논리 개발'을 돕기 위한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이들은 연구용역팀을 도와 빠르면 9월 말께 우선 '배 띄우기'에 대한 최종 연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10월부터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건의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환경부를 방문해 유람선 운항 등을 설득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대청호에 유람선 운항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객관적인 연구용역을 해도 공공기관인 충북도를 비롯 환경부산화 연구소까지 합세해 편파적인 연구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편파적인 과업지시에 따른 연구결과에 누가 승복하겠느냐"며 "특정 결론을 강요해 나온 용역결과는 또 다른 갈등과 논란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보은·옥천·청원군 3개 군은 각각 8000만 원씩을 모아 총 2억4000만 원을 들여 지난 5월 말 대청호 유역 친환경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연구팀(총괄책임연구원 김동욱, 이승일 교수)에 발주했다.


태그:#대청호, #유람선, #충북도, #연구용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