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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여수남초등학교에서 35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 제8회 외국인노동자 추석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13일 여수남초등학교에서 35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 제8회 외국인노동자 추석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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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오로지 돈 벌러 왔다가, 다들 행복해하는 명절날 쓸쓸해져버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연휴 끝날 시간 되시면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추석이 다가오면 지인인 여수YMCA 이상훈 총장으로 부터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추석인사와 함께 연휴 마지막 날 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메시지였다.

추석 마지막 날 여수YMCA는 우리지역에서 3D업종에서 묵묵히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외로게 살아가는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한가위 한마당을 펼쳐왔다. 이 단체가 이 같은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시민중계실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체류관련 법률과 임금체불, 복지 등 다양한 이동상담이 이루어졌다. 이때가 마침 추석명절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추석연휴기간에 마땅히 갈 곳과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YMCA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명절을 쇤 음식과 막걸리, 돼지고기를 구워 추석연휴 끝날 이들과 함께 보낸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정처 없는 이국타향에서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단지 한 차례 계획한 행사였는데 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후 이들에게 돌아오는 바로 이 한마디.

"다음해에도 또 만나줄 거죠?"

한 해 두 해 쌓여 추석연휴 마지막 날을 이들과 함께한 지 어언 8년째를 맞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들에겐 삶의 큰 위안으로 자리잡은 추석맞이가 된지 오래다. 이는 여수지역 시민단체들이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전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13일 여수남초등학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25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1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중추절에 모여 흥겨운 한마당 행사를 가졌다.

여수YMCA 김일주 부장과 중국통역을 맡은 유영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흥겨운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우리소리 사물단 공연과 청소년 댄스공연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의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오카리나 연주자 조요섭씨가 '왕의 남자 OST 인연'과 '야생마'를 연주해 참가자들이 잠시 고향의 향수와 그리움을 달랬다.
 오카리나 연주자 조요섭씨가 '왕의 남자 OST 인연'과 '야생마'를 연주해 참가자들이 잠시 고향의 향수와 그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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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전통춤을 추며 문화공연을 마친 외국인 여성들과 선원노동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복을 입고 전통춤을 추며 문화공연을 마친 외국인 여성들과 선원노동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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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화공연에서 조요섭씨가 들려주는 오카리나 연주 '왕의 남자 OST 인연'과 '야생마'의 은은한 선율은 이들에게 잠시 고향의 향수와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행사 관계자는 "올해는 예상인원보다 100여명이 더 왔다"며 그 열기를 전했다.

여수YMCA 오광종 이사장은 "우리 고유명절에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 드린다"며 "어느덧 이 같은 행사가 8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 맘껏 즐기고 한국에 있는 동안 좋은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날이 되기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여수시가 주최하고 여수YMCA와 외국인근로자문화센타가 주관했다. 또한 지역에 있는 기업체인 GS칼텍스와 ㈜LG화학, 삼남석유화학에서는 푸짐한 후원금을 지원해 주었다. (유)대한주류상사는 8년째 생맥주를 공급해 주고 있다.

제일한의원 한정우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해마다 한방 의료진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여수시 다문화가족센타 '다문화 음식사업단'은 점심식사와 자원봉사에 나섰다. 또한 외국인노동자센타, 지구촌사랑나눔회, 국제와이즈맨 남해동부지부에서도 사랑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YMCA직원과 산단업체에 근무하는 참가회원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줄 숯불고기를 굽고있다.
 행사에 참여한 YMCA직원과 산단업체에 근무하는 참가회원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줄 숯불고기를 굽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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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만두를 빗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만두를 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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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수산업과 여수산단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주를 이뤘다. 이날 돌산신기에서 문어잡이 배를 타고 있는 파우열(27세)씨는 "배를 타고 고기와 문어를 잡고 있는데 새벽 3시에 나갔다 오후 4시에 들어온다, 어떤 때는 며칠씩 배를 타고 바다에서 자고 오니까 힘들다" 털어놨다.

전복 양식에서 일하고 있는 뿌빨(26세)씨는 "하루 12시간 일하는데 100만원을 받고 있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작아 임금이 더 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굴 양식에 종사하는 버스넷(28세)씨는 "네팔에는 바다가 없어 처음 바닷일에 종사할 때 멀미로 고생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었다, 이런 기회로 1년이나마 추석때와 설날 한두번이라도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고마움 전했다.

네팔에서 온 선원 노동자들이 인터뷰를 마친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우측부터 뿌빨, 파우옐, 버스넷)
 네팔에서 온 선원 노동자들이 인터뷰를 마친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우측부터 뿌빨, 파우옐, 버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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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계동에서 정치망을 타고 있는 그릉씨는 "한국에 오니까 가장 생각나는 것이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 가장 많이 보고싶고 고향 음식도 가장 먹고 싶다"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전했다.

거문도에서 가두리 양식에서 종사하는 루그(31세)씨는 여객선을 타고 새벽에 7명의 친구들과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그들은 다시 거문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12시경에 급히 자리를 떠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선원법 바꿔달라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 분류에 따른 고유코드가 정해져 있다. E-9-2(제조업), E-9-3(건설업), E-9-4(농업,목축업), E-9-5(어업)이 바로 그것. 한번 선원비자(E-9-5)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다른 업종으로 Change가 안 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취업하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현재 두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내지는 선원법을 적용받는다. 여수에서는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여수외국인근로자문화센타에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관에서 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선원법 적용을 받는 선원노동자는 국동 문화센타에서 상담이 가능하며 유일하게 출입국 관리사무소만 관장하기 때문에 그 관리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어업비자를 받아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은 무엇일까. 한 선원 노동자의 이야기다.

"어업은 제조업처럼 하루 일과가 딱 정해져 있지 않아 밤이고 낮이고 사업주의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밤낮이 따로 없다. 12시간씩 많이 일하고도 100만원 밖에 못 받는다. 배에 가면 일도 많이 시키고 욕도 많이 먹는다, 그런데 (선원법이) 잘못된 것은 제조업등 다른 업종으로 취업한 친구들은 어업으로 올 수 있지만 어업만큼은 제조업 등으로 다른 업종으로 취업이 불가하다, 이런 부분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여수외국인근로자문화센타 박용환원장은 "선원법은 21세기에 없어져야할 노예계약으로 대표적 악법이다"고 말했다.
 여수외국인근로자문화센타 박용환원장은 "선원법은 21세기에 없어져야할 노예계약으로 대표적 악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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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외국인근로자문화센타 박용환원장은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는 선원법을 들여다보면 표준근로계약서가 있는데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O/T(over-time)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래서 장시간의 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선원법은 21세기에 없어져야할 노예계약으로 대표적 악법이다"라고 규정했다.

박 원장은 "선원법에 따라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리점 형식으로 선원을 모집해 한국 대리점에 넘겨줘 선주에게 넘어가면 계약이 이루지는 인력시장형태다 보니 인권탄압과 임금착취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원장은 "시민단체 그리고 NGO등의 끈질긴 노력으로 산업연수제가 고용허가제로 넘어가는데 5년이 걸렸듯 관련 부처에서 마인드 변화를 통해 선원법은 반드시 없어지거나 아니면 고용허가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한가위 , #외국인 노동자, #여수YMCA, #선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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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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