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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단골로 다니는 카센터에 언제부턴가 노란색 폭스바겐 뉴 비틀이라는 우리가 사는 시골에서는 흔치 않은 외제차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흔히 딱정벌레 차로 알려진 그 차에 대한 로망을 가져보지 않은 여자들은 없을 것이다. 여고 시절부터 동그랗고 부드러운 곡선이 앙증맞은 그 차에 매료되어 운전을 하게 되면 꼭 타보리라고 마음먹었던 나에게는 '꿈의 카'였다. 몇 년 전 '궁'이라는 드라마에서도 황세자 비로 궁에 들어온 윤은혜에게 시할머니인 김혜자가 30년 된 애마라며 보여준 차도 바로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그 카센터 앞을 지날 때마다 아마도 카센터의 사장이 젊다보니 시골 마을에서도 그런 차를 타고 즐기며 살 마음의 여유가 있을 거라는 짐작을 했을 뿐이었다. 그의 마음의 여유가 부러워서 카센터에 들렀던 날 물어 보았다.

 

"저 차 사장님 차에요?"

"아니, 어머니 차에요."

정말 의외의 대답이었다.

 

"올해가 어머니 70회 생신이거든요. 생신 선물로 제가 사드렸어요."

"어떻게 다른 차를 다 놔두고 저런 흔치 않은 차를 사드릴 생각을 했나요?" 

"20년 전 쯤에, 어머니가 저 차가 이 앞을 지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시길래 제가 언젠가는 사드리고 싶었어요."

역시 그 차는 여자들에게 로망이며 꿈의 카였다. 어머니가 한 번 본 그 차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선뜻 사주는 아들도 요즘 보기 드문 이였다.

 

사실 그의 어머니는 면허를 딴 지 3년 밖에 안 되었다. 그 나이에 운전면허에 도전하는 정신도 놀라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한 번에 통과 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저는 어머니가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신문이나 책을 많이 읽으시는 편이기 때문에 필기에 대한 이해는 빠를 거라고 믿었어요. 우리 어머니가 면허증을 따고 나니까 이 동네에 운전면허증 열풍이 불었어요. 우리 어머니 같은 연세에도 운전면허증을 따는데 누구는 못하겠느냐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는 아주머니들이 많아졌어요."

 

"그 분들은 거의 운전면허를 따셨나요?

"반 정도는 따셨고 아직도 도전 중인 분도 계시고 포기하신 분도 계시고 그렇죠."

카센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삼 그의 어머니가 새롭게 보였다. 평소에도 아들이 운영하는 카센터에 나와서 틈틈이 경리 역할을 해주던 그의 어머니의 젊은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내가 그 카센터를 찾았던 날에는 모자가 나란히 앉아서 스마트 폰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아직 이 전화기도 쓸 만한데 요즘은 다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고 이런 걸로 사왔지 뭐유. 가만 있어봐. 문자는 어떻게 보내는 거지?"

"문자는 여기를 누르면 되고요. 그렇게 세게 안 눌러도 되고 살짝 터치만 해주면 돼요."

역시 67세에 운전면허증을 따신 저력이 있는 분이라서 그런지 아들의 설명을 금방 알아 듣었다.

 

시골 마을에서 폭스바겐 뉴 비틀을 타고 스마트폰까지 능숙하게 사용하는 70세 할머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어머니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살뜰하게 챙기는 아들도 멋이 있지만 아들의 뜻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얼리아답터로 살려고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사는 시골 마을에 이렇게 멋진 모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태그:#폭스바겐 뉴비틀, #스마트폰, #카센타, #운전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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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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