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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치마가 짧고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이유로 중학교 3학년 아이한테, '너 술집 나가냐, 여기가 룸살롱이냐, 도대체 어느 놈 꼬시려고 학교에 나오느냐'고 얘길하셨다는데, 이게 교육자가 할 말씀입니까? 저를 학교에 불러서는 앉으라는 말도 없이 딸 아이와 3시간 넘게 서있도록 하면서, 제가 보는 앞에서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야', '너'라고 부르며 하대하는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일 있고 나서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해요."  ( 학부모 C씨의 증언)
경기도 안산시의 한 중학교 교장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폭언을 하고 교직원들을 자신의 출퇴근에 동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이 교장은 전 근무지에서도 공금 횡령과 허위공문서 작성, 향응 및 금품수수 등으로 경기도교육청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시 A중학교 교장 B씨(여)는 지난 2일 점심시간에 교복 치마길이가 짧고 매니큐어, 화장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4명의 여학생을 적발했다. 이 중 한 학생의 어머니 C씨가 학교에 불려온 것은 당일 오후 1시 50분경.

"세 시간 넘게 딸 아이와 함께 교장실에 서 있게 했다"

경기도 안산의 A중학교 교장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A중학교 교장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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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B교장이 자신과 딸을 교장실에 세워 놓은 채, 세 시간 넘게 자신의 업무만 보았다고 주장했다.

"담임선생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바람에 초등학교 1학년 막내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학교에 데려왔어요. 막내도 그 시간동안 꼬박 교장실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 딴엔 엄마가 여러 시간 같이 서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딸이 차분한 목소리로 '제가 치마 짧게 입었던 것도 맞고 매니큐어 칠했던 것도 잘못했는데, 어머니한테까지 이러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교장 선생님이 그 말을 듣고 갑자기 흥분해서 볼펜을 바닥에 던지고 같이 계시던 담임 선생님 어깨를 여러 차례 밀치시면서 '너 봤지, 쟤 말 대답하는 거 들었지'하시면서 당장 교권침해로 처벌하라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딸아이를 보았더니 새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요."

그런데 B교장은 이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내 인권침해에 가까운 수모를 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얼굴에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여학생의 가방 속에 있는 화장품들을 바닥에 쏟게 한 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학생의 얼굴에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른 다음 '이게 보기 좋으냐'고 물어 본 적이 있는가 하면,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치마를 잡아 내리거나 치마단을 뜯어 내기도 했다. 또 매니큐어 바른 것을 확인한다며 손톱을 검사하면서 손등을 때리거나 학생의 얼굴을 밀어 심한 모멸감을 주었다고 복수의 학생과 교사들이 증언했다.

"야, 너 왜 지랄이야"... 나이든 교사에게도 폭언 일삼아

교장의 폭언은 교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연세가 60 가까이 되신 분에게도 '야, 너 왜 지랄이야. 싸가지 없이..." 등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다른 선생님에게는 '너 몇 살이야. 나 같으면 그 나이에 집에서 놀겠다. 뭐 하러 학교에 나와'라면서 인격적 무시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교장실에 각 학년 담임교사들을 불러 자리에 앉게 하면서 '윗 것들은 앞쪽으로 앉고 아랫 것들은 저쪽으로 앉아', '나이 50 이상은 손들어봐' 등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교사도 "학교 특성상 기간제 교사의 수가 많은데, 교장은 이들이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차별을 했다"며 "기간제 교사가 결재를 위해 서류를 들고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찢어 면전에 던지고, '그러니까 네가 임시직인거야'라며 고함을 치고 수모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B교장은 교직원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에 대해서도 간섭하며 "새터민처럼 입고 학교에 오느냐", "공장에서 일 하느냐", "(자신이 사는) 일산에 있는 학교에서 이렇게 옷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머리 모양이) 헬멧이나 바가지 엎어 놓은 것 같다"고 지적하는 등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었다는 것이 복수의 증언이다.

교직원들에게 "집까지 태워달라" 강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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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B교장이 교직원들을 자신의 출퇴근에 동원하거나 식대와 물건값을 대신 내게 했다는 교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부임하자마자 행정실 직원들을 불러 놓고 '누가 학교에서 제일 가깝냐'며 아침마다 전철역 앞으로 자신을 태우러 오라고 지시했어요. 한 번은 무슨 일인지 직원이 못나갔던 적이 있는데 출근하자마자 핸드백을 집어던지며 신경질을 냈습니다. 방학 중에 출근을 하면 항상 누군가에게 (집이 있는) 일산까지 태워다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러면서도 기름 값이나 도로통행료도 내는 법이 없었고, 때론 저녁 식사까지 사라고 했습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무보조원, 행정실 직원 등 모두가 피해를 입었어요. 안산에서 일산까지 왕복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데 누가 선뜻 나섰겠습니까?"

"한 선생님을 데리고 쇼핑을 가서 자신이 산 물건 값을 대신 내게 했어요. 개학 전에는 학부모 두 분을 불러 부장선생님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학부모들에게 '둘이서 싸우지 말고 계산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학부모가 망설이다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한 선생님이 이미 계산된 것을 취소하고 새로 카드로 결제를 하셨습니다. 이런 일들은 수시로 있었어요."

B교장은 올해 초, 전 근무지에서 있었던 공금횡령과 허위공문서 작성, 향응 및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기도교육청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강등'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회 및 수학여행 업체를 선정하면서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해 특정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출장 인원을 부풀려 출장비를 허위 수령한 행위, 학교 인근 음식점에서 음식값을 부풀려 결제하고 차액은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카드깡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당시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6명의 징계 위원 중 3명은 '해임'의견을 냈지만, 징계위는 한 단계 가벼운 '강등'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B교장의 비리가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지만 횡령금액이 해임이나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 B교장은 징계위 결정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해 다시 '정직 3개월'로 감경되었다.

B교장 "직설적 말투가 부른 오해, 태워달라고 강요하진 않았다"

한편 B교장은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부모를 학교로 부른 적은 있지만, 3시간 넘게 교장실에 세워놓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화장품을 학생의 얼굴에 바른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출퇴근시 교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재를 늦게 가져오거나, 회식이 있을 때 자발적으로 태워다주겠다고 해서 탔을 뿐"이라며 "태워다 달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물건값과 식대를 대신 계산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바빠서 쇼핑을 나간 사실이 없다"며 "학부모와의 식사 자리에서도 농담으로 계산하라고 말했을 뿐, 계산은 부장 교사가 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폭언을 하거나 직원들의 외모에 대해 수치심을 주었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내 말투가 직설적이어서 그런 오해를 샀을 것"라며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에 대해서도 농담을 했을 뿐 모욕이나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교육비리,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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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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