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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광화문 KT 기자실을 찾아 1.8GHz 대역 주파수 경매 입찰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광화문 KT 기자실을 찾아 1.8GHz 대역 주파수 경매 입찰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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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승인시 (9월 말) 2G(2세대)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오니 전환을 위해 안내원과 통화를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세요."

지난 5일 휴대폰으로 지인과 통화하려던 50대 김아무개씨는 낯선 안내 멘트에 깜짝 놀라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잘 못 건 줄 알고 다시 걸었지만 같은 멘트가 흘러 나왔고 멘트가 끝난 뒤에야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고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었다.

2G 가입자, 전화 걸 때마다 종료 안내 멘트 들어야

KT는 지난 5일부터 2G 가입자들이 전화를 걸면 1일 3회까지 2G 서비스 종료 안내 멘트를 듣도록 했다. 2G 가입자들이 서비스 종료 사실을 몰라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20년째 써온 011 번호 때문에 2G를 계속 쓰고 있다는 김씨는 "요즘 하루에도 수차례씩 3G로 전환하라는 전화를 받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가입자 동의도 없이 통화 연결 전에 안내 멘트까지 넣은 건 횡포"라고 따졌다. 결국 김씨는 KT 고객센터에 항의해 안내 멘트를 중단시켰다.  

김씨뿐 아니라 네이버 '010번호통합반대운동' 카페 등에도 KT 2G 가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바니천사'는 6일 "어머니가 KT에서 017 번호를 쓰고 있는데 오늘 갑자기 전화 걸려고 할 때마다 서비스가 종료되니 어쩌니 하면서 9번을 누르라고 멘트가 나오고 난 뒤 전화가 걸린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음 'KT 2G 종료 대책위원회' 카페 한 회원도 이날 "어제(5일) 갑자기 통화 연결음에  2G 종료 안내 멘트를 이용자 동의 없이 삽입해 버렸다"면서 "114로 따져 묻자 일방적으로 2G 사용자에게 넣어버렸다고 한다"고 따졌다.

KT "이용자 보호 조치"... 2G 가입자들 "불편하게 만들자는 것"

KT 홍보팀 관계자는 "방통위 승인시 2G 종료 예정이란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알리는 이용자 보호 조치 하나로 송출 회수는 1일 3회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방통위와 협의해 내보냈고 안내 멘트 내용에 9월 말 종료라고 구체적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용자 동의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난 5일 안내 멘트를 넣겠다고 2G 가입자들에게 문자메시지(SMS)로 통보하면서 청취 거부를 원하면 114로 연결하라고 안내했다"면서 "안내 멘트는 5일, 6일 이틀 내보냈고 오늘(7일)은 쉬고 8일, 9일 또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문자메시지로 통보를 받은 적도 없고 설사 문자를 보냈다고 해도 가입자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KT에서 9월 말 2G 종료한다는 얘기는 전화로 귀에 따갑게 들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결국 2G 가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따졌다.

KT 2G 종료 일정 불투명... 이경재 의원 "통보 기간 더 늘려야"

KT는 애초 지난 6월 말 2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방통위는 당시 남은 가입자가 81만 명에 이른다며 승인을 유보했다. KT는 오는 11월 지금 2G 서비스에 사용하는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할 계획이지만 2G 서비스 종료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KT는 그동안 2년간 기본료 할인, 스마트폰 무료 제공 등 각종 보상 조치로 2G 가입자들을 달래는 한편 '9월 말 종료'가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홍보해 3G 전환을 압박해 왔다. 덕분에 지난 3월 말 2G 종료 발표 당시 110만 명에 이르던 KT 2G 가입자 수는 9월 초 현재 3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5일 예정대로 11월 1.8GHz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한달 내 (2G 가입자) 이전 방안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스팸 전화 뺨치는 독촉 전화에 통화 연결 전 안내 멘트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KT와 2G 가입자들 간에 갈등의 골만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에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KT 2G 종료 논란과 관련해 현재 60일에 불과한 폐지 통보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하고 사업 폐지에 적정한 이용자 숫자 등 승인 심사기준을 구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경재 의원은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0년 3월 2G 종료 당시 38만 명이 남았지만 2년여동안 홍보했는데 KT는 이용자 통지기간이 60일로 너무 짧아 무리하게 추진되어 일부 이용자의 권리와 선택권이 침해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모호한 승인 심사기준을 사업폐지 사유의 타당성, 이용자 보호계획의 적정성, 사업 폐지를 할 수 있는 이용자수 기준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KT, #2G, #이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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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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