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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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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안철수 교수님께

한국의 남녀과학자, 여성노벨과학상 수상자의 리더십을 연구한 저의 최근 책에서 저는 몇 쪽을 할애해 안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별도로 담았습니다. 안 교수님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과학자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성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연구해보니 우리나라 대다수 과학자와는 달리 사회적 책임 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정치색을 별로 드러내지 않고 중립적인 전문가에 머무르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여성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수상 이전부터 진보적인 정치 견해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사회참여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 그런 과학자가 있다면 바로 안 교수님이라 생각했습니다. 안 교수님이 정치색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비판하고 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안 교수님,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안 교수님이 대권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건 꽤 되었습니다. 저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정치세력과 결합하지 않은 안 교수님의 독자 출마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님이 아무리 정치를 몰라도 그렇게 단순한 분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무소속 시장출마를 고민하고 계신다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안 교수님이 정치참여를 고민하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고 또 앞으로 좋은 결정만 내린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무소속 돌풍은 기존 정당의 개혁을 앞당기는 자극제가 되므로 출마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정치 무관심층, 냉소층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 교수님은 전국민의 멘토로서 우리 사회에서 존경 받는 분입니다. 안 교수님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상처 받는 걸 아무도 원치 않습니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또 안 교수님의 리더십 연구자로서 정치인 안철수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교수님은 현실정치 참여를 거부했던 이유가 "한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면 한 사람이 크게 많이 바꿀 수 있는데 일단은 그럴(대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고, 시장도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와 다르다"하신 점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지 한 달 만에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보십시오. 그 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정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요. 문국현 대표의 실패에서 보셨듯이 정치는 기업 운영과 다릅니다.

서울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왜 뻔히 질 줄 아는 주민투표를 강행해서 시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겠습니까. 의회의 협조 없이는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행정직인줄 아셨다면 큰 오해입니다. 행정직을 원하신다면 다른 과학자처럼 정부의 장관이나 자문위원을 택하셔야 할 것입니다.

박찬종, 문국현, 미국의 로스페로 같은 제3후보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결선투표가 없는 미국과 우리의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무당파층들도 여론조사에서와 달리 사표방지를 위해 선거에서는 결국 될 만한 정당후보에 표를 던지기 때문입니다.

장문의 편지를 써놓고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보니 안 교수님이 윤여준씨의 주장과는 달리 역사의식도 있으며 한나라당 당선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파심에 다음의 몇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안교수님의 정치도전은 성공해야 하고 또 그로 인해 한국정치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출마' 소식에 한나라당이 웃는 이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첫째,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밝히신 대로 진보진영과 단일화하여 후보가 되십시오. 그 경우에는 시장 당선 후에도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셔야 합니다.

현 양당제 구도에서 안 교수님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과 안 교수님과 개혁적인 후보의 동반낙선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1992년 로스 페로는 클린턴 지지자로부터 38%, 부시 지지자로부터 38%, 나머지는 무당파층으로부터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안 교수님의 무소속 출마에 한나라당은 웃음 짓고 진보진영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일까요.

이는 안 교수님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듯이 한국 정치의 역사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은 다른 정당에 비해 뚜렷한 정체성과 강고한 지역적 기반,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35%정도의 안정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 교수님의 출마는 한나라당보다는 정당제도화에 실패한 진보진영에 타격을 입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결선투표가 있다면 안 교수님의 무소속 출마가 비난과 오해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쉽게 당선이 보장되겠지요. 왜 이런 비합리적인 제도가 신인들의 정치 진입을 어렵게 할까요. 현 제도로 이익을 얻는 한나라당이 불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님의 목표가 진정으로 무소속 서울시장이고 제3의 정치세력화를 할 생각이 없다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고 서울시의회의 80%를 점하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시정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며칠 새 전 한나라당 전략통이었던 윤여준씨가 안 교수의 정치계획과 관련한 인터뷰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윤여준씨는 안 교수님의 시장선거를 도울 것이며, 당선 후엔 총선, 대선을 대비해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 평가받습니다. 윤여준씨와 선을 긋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이런 인터뷰가 나오게 되었는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그간의 경과를 밝혀주셔야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보진영 정당 혁신하는 데 힘 보태주십시오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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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안 교수님이 시장 당선 후에도 신당창당, 정치세력화를 꿈 꾸신다면 국정경험이 있는 정치세력과 손잡아 주십시오. 무소속시장으로 남기보다는 진보진영의 정당을 혁신하는데 힘을 보태주십시오.

정치는 인물이나 바람이 아니라 정당과 시스템으로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발전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안 교수님 없이 발전하는 것도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민주주의 발전 속도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민주화된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립니다. 곡학아세로 여론조작을 일삼는 수구언론의 영향도 크지만,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지역주의로 인한 정당발전의 지체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양당에 대한 정치불신도 이러한 지역정당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 시민사회에는 민주당을 혁신하고 진보진영과 연합하기 위한 혁신과 통합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 교수님 만큼 신뢰받고 진정성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교수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안 교수님이 그런 분들과 제3의 세력을 구성한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를 제외한 전국민이 환영하고 손뼉 칠 일입니다.

오랜 독재정치 후에 나타난 지역정당의 할거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정치의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이념정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진보-보수 구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안 교수님은 보수-진보의 대결을 비판하셨지만 이념대결은 정당정치의 기본이고 자신의 이익에 기초한 계층투표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이념갈등을 무조건 비판하실 게 아니라 긍정적 측면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안 교수님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추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여야 정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은 그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흘리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양심적으로 정치해 온 양심세력에 대한 모욕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탈이념주의자이며 무당파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뚜렷한 진보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진보성향이란 정치의식이 높은 누리꾼, 원칙과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 좌파적 성향 등 반한나라당을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 무당파가 많은 이유는 진보정당이 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탄생하면 그쪽으로 지지를 옮겨갈 사람이 다수입니다. 시장 출마로 단지 시정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진보진영 정당의 제도화에도 힘을 보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진보진영도 비주류 운동권 의식에서 벗어나 주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구주류와 달리 도덕적으로 떳떳하게 성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신주류가 진보진영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엘리트가 양진영에서 세력균형이 이루어질 때, 게임의 규칙도 공정하게 바꿀 수 있고 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이 심한 건 일방적인 수구기득권 체제에서 시민의식의 성장으로 진보진영이 한나라당에 의미 있는 도전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님처럼 양심적인 신주류가 우리사회 새로운 정치 질서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 교수님의 출마가 한국정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발전과 제도화에 기여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11년 9월 5일  조기숙 올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blog.daum.net/leadershipstory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서울시장, #통합과혁신,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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