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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천 청정 지킴이 칠성부대(부대장 원홍규) 감찰참모 이형주 중령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화천지역 주민 여러분! 청정 화천이 환경위해식물로 지정된 돼지풀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도로 주변, 부대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돼지풀은 환경부에서 자연환경보전법 제39조에 의거 생태계 위해 외래 동식물 10종류 중 첫 번째로 퇴치해야 할 나쁜 식물입니다."


지난 9월2일 화천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쓰여진 어느 장교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돼지풀을 없애자는 거다. 돼지풀이이 위해식물이고 박멸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글이 행정이나 사회단체 또는 어느 주민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닌 한 장교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다.


화천에는 유난히 돼지풀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국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화천에 유엔군(특히 미군)들의 식량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돼지풀이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던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은 이 풀을 '미국똥풀'이라 불렀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미군부대 주변에 유독 많았다고 해 그렇게 불렀다. 이것이 미국 쪽에서 흘러 들어왔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돼지풀,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돼지풀은 번식력이 강하다는 데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거침없이 자란다. 그렇다 보니 돼지풀 하나가 자라고 있던 곳에 3년 뒤에 가보면 온통 돼지풀밭으로 변해 있을 정도로 토속 식물을 전멸시키는 위해 식물이다. 또 한꺼번에 날리는 많은 양의 꽃가루는 각종 호홉기 질환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종류도 둥근 돼지풀, 산풍잎 돼지풀 등 매우 다양하며, 돼지풀의 공통점은 번식력이 왕성하다는 것이다. 또 과거 미군부대 인근 또는 군부대 쓰레기장 옆에서나 간혹 볼 수 있었던 돼지풀이 이젠 밭, 뜰, 야산 등지로 퍼져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을 더한다.


이에 칠성부대에서는 지난 8월초 돼지풀 퇴치 1단계 목표를 정해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돼지풀 종류 및 퇴치방법에 대한 교육 실시와 아울러 부대주변을 비롯한 인근 마을까지 범위를 확대해 돼지풀 퇴치 작업을 실시하고. 이어 부대 인근 마을 주변에 서식하는 돼지풀을 제거했다.


"다음 단계는 각급 부대에서 담당하고 있는 1산(山) 1하천 지역 돼지풀을 완전 소탕할 계획입니다."


이형주 중령은 '돼지풀의 완전한 박멸을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합니다. 먼저 집 주변을 살펴보고 돼지풀이 있으면 뿌리채 뽑아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전단지를 제작 마을 이장을 통한 배부 등 각급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생님들을 통해 위해식물 퇴치에 대한 교육도 부탁할 예정이다.


"일부 사람들이 '군부대에서 국방의무만 충실히 하면 되지, 웬 돼지풀?'이란 비아냥도 있는데, 군에서 나서서 전국적으로 산재한 돼지풀이 완벽히 소탕한다면 이 또한 나라(국토)를 지키는 일 아니겠습니까!"


군부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70년대 부대 주변의 농민들은 군 장병들을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그들이 농가에 드나들면 낫이건 삽이건 모두 훔쳐(?)가서 남아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장들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가져가는지는 80년대 군에 입대하고서야 알았다.


당시 빼치카(보일러 대용)가 있었지만, 벽돌로 허름하게 만든 넓은 구식 내무반은 윗풍이 심해 내무반 양쪽 끝 모서리와 가운데는 드럼통으로 만든 화목난로를 피웠다. 한 겨울 점호 준비를 빨리 마친 졸병들은 밤새 난로에 땔 나무를 하러 인근 산으로 들어가지만, 나무를 자르기 위한 장비가 없어 꼭괭이도 가져오고 야전삽도 가져와 이것으로 지름 10cm 이상의 나무를 잘라야 했다(작은 나무는 너무 빨리 타버려 온기를 장시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쁜 짓인 줄 알지만, 인근 농가에서 낫이나 톱 등을 발견하면 손을 댈 수밖에...


군부대에서 벌초? 순직한 어느 부대원의 묘인가 했더니...


지난 9월1일, 추석명절을 앞두고 육군제15보병사단(사단장 김영식)에서 벌초작업을 했다. 한 두 기도 아닌 60여 기의 묘에 대해 벌초작업을 실시한 것이다.


"묘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병사들이 왜 남의 묘를 벌초를 하는 겁니까!"

"잘 아시는 것처럼 화천 지역이 수복지구다 보니까, 무연고 묘가 많아요. 아마도 자손들이 북한에 있거나, 한국전쟁 당시 돌아가셨을 것으로 추측이 되어서입니다. 또 추석에 아무도 찾아오지도 않는데 이렇게 벌초라도 해 드리면 조상 분들이 얼마나 기뻐하시겠어요."


15사단 김보람 공보장교는 이어'무연묘 벌초에 투입된 장병들 대부분은 본인의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 돌보는 마음을 느꼈다'는 소감을 장병들로부터 들었다며, 추석명절을 앞두고 민북지역 묘소를 찾는 민간인들의 출입절차 간소화 편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신의 아들이 이렇게 먹고 군 생활을 합니다


지난 8월, 육군제27보병사단(사단장 전인범)에서 화천군에 씨티투어 코스 추가를 요청했다.  관광객들의 군부대 홍보관 견학 등 사병식당에서 식사 체험을 통해 장병 자식을 둔 부모들의 안심과 과거 군 생활을 마친 분들에게 군의 변화를 알리자는 의도에서이다.


"자식을 입대시킨 부모들이 자신이 과거 군 생활의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경향이 많은데 이 같은 제도 시행으로 이젠 군도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입니다."


27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천에는 3만6천여 명의 군 장병이 산다. 이는 2만4천명의 지역주민보다 많은 숫자이다. 이에 화천에 위치한 군부대(7사단, 15사단, 27사단)에서는 매년 가을, 민과 군이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군 장병들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지역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에서다.


"내가 사창리에서 장사를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하루에 이처럼 많은 매상을 올린 것은 처음입니다."


정확히 얼마의 매상을 올렸는지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통닭집 주인의 말처럼 군과 민이 지역발전과 경기 활성화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문화가 지금 화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태그:#화천, #7사단, #15사단, #27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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