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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 근에 1만 원이었는데, 현재는 이곳 전남 구례에서도 2만 원대에 근접했거나 넘어섰다. 가격이 이렇게 오르다 보니 올해 김장을 해야 하는 주부들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작년에는 배춧값 폭등, 올해는 고추, 혹시 내년에는 파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닐까? 올해 파 값이 폭락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

 

농산물을 직거래 하는 한 인터넷 장터에서 작년 유기농 고추 최하 가격은 600g 기준 1만 원이었고 평균가격이 1만4000원대였다. 하지만 올해 햇고추는 시작 가격이 1만5000원이었다. 그리고 2주 후 1만7000원, 다시 1주일 후에는 1만9000원이더니 현재는 2만2000원이다. 이것마저도 물량이 많이 소진된 상태다.

 

고추가격, 왜 이렇게 오르나?

 

이와 관련 전남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임성수 농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값이 폭락해서 대파를 예초기로 자르고 있다"고 했다.

 

올해 그는 2000평 밭에서 고추 1500근 정도를 수확했다. 평년의 반 수준이다. 그래서 고추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어도 수익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올해 고추 가격이 이렇게 오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돌아온 첫 대답은 "날씨 탓입니다" 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첫째는 날씨 탓입니다. 올 4, 5월 저녁기온이 낮았어요. 그러다 보니 고추 꽃이 피지 못했습니다. 또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와 고추가 많이 죽었습니다. 습하니 탄저병이 심했고, 물러죽은 것도 다반사였고요.

 

둘째는, 고추 재배면적이 줄고 있어요. 고추를 수확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추 수확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농촌에 인력이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고추는 농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사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요. 최근 20%이상 줄어든 상태입니다.

 

셋째는 고추가격이 낮다는 것입니다. 고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이유는 노동력에 비하여 낮은 고추가격에 있습니다. 그동안 고추 가격이 1만 원 이하였거든요. 이 가격으로 힘든 고추 농사를 지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봅니다.

 

넷째는 재배기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보통 밭작물의 재배기간은 3개월 미만입니다. 하지만 고추는 1월에 씨를 파종해서 키워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수확합니다. 재배기간이 긴 만큼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일은 힘들죠. 고추는 하고 싶은 농사가 아닙니다.

 

다섯째는 풋고추 가격이 높았습니다. 건고추를 파는 것보다 풋고추 가격이 10kg 5만 원 이상 하다 보니 모두 풋고추로 출하를 해버린 것이죠.

 

대신 올해 배추 가격이 작년처럼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고추 가격이 높다 보니 김장할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 뻔한테, 대파 가격이 폭락해서 대파를 갈아 엎고 배추를 심은 분들이 많아요. 저부터 오늘 대파를 갈아엎고 있으니까요. 고추가격이 좀 올라서 그래도 돈 좀 번 것 같은데 결국에 대파가격이 폭락해서 예초기로 잘라내고 있으니 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정부에서 수입 고춧가루를 가져 오면 값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고추농사 자체가 노동집약적이라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며 "대부분 여자분들이 수확하는데 시골에 일 할 사람이 없다, 고추 수확을 기계로 하지 않은 이상 고추 수확량 감소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생산 농부의 말에서 고추 가격은 오를 게 올랐고, 농산물 가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농촌에 사람이 없으면, 수확량 ↓ 가격 ↑

 

최근 여름마다 우기라고 할 만큼 비가 많이 왔다. 그러다 보니 고추농사뿐 아니라 많은 농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더구나 농촌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노동력이 많이 줄면서 수익도 낮은 농사는 퇴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속적인 농촌 홀대와 농촌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은 것에 있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근본 문제는 농촌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수확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이 줄고, 의심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농민과 소비자가 매번 널뛰는 시장가격이 아닌 약정가격, 손실보전가격, 책임가격, 생산비 보전 가격제 등으로 서로 미리 계약하고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농민들 역시 안정적인 가격과 판로만 있다면 농사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요즘 귀농인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금방 농사는 못 하겠다고 손을 드는 사례가 많다. 전남 구례로 귀농해서 배농사를 짓는 농부의 한숨소리를 적어본다.

 

"올해로 귀농 3년 차 배농사 농부입니다. 동네 배농장을 임대했어요. 첫해는 배농사가 그런대로 돼 3000만 원을 받고 상인에게 넘기기로 했답니다. 계약금 500만 원을 받고 배를 보냈는데 상인이 잔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법원에 고소하라고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계약서 한 장 없이 고소해봐야 안될 것 같더라고요. 결국 500만 원에 배 2만 개를 판꼴이 되었습니다. 빚만 2000만 원 생기더군요.

 

그리고 작년에는 흑성병(배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병)이 많이 걸렸어요. 공판장에 배 50상자를 가지고 갔더니 그냥 다시 가져 가라고 하더군요. 섬진강가에 차를 세우고 엉엉 울었습니다. 올해까지 계약 기간이라 농사를 짓고 있지만 배농사는 포기했어요. 더는 이 짓을 못하겠습니다. 해봐야 돈 되는 게 아니라 빚이 되니까요. 일만 죽으라고 하고 수익은 없고 이런 일 누가 합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추가격, #건고추, #참거래농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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