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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최종투표율이 33.3%에 이르지 못하자, 24일 투표종료 시간 이후 서울 종로구청 대강당으로 모아진 투표함들은 '뚜껑'도 열어보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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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4일 오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투표율이 25%만 넘으면 패배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투표한 사람들은 사실상 전부 한나라당 지지층일 것이므로 이번 투표율이 28% 정도 되면, 내년 총선 투표율이 50% 전후라고 볼 때 한나라당이 55% 정도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책임론에 대비한 사전방어막을 친 것이다. 

 

그 뒤 2 25.7%라는 최종투표율이 나오자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했다. 4·27 재보선 참패로 등장한 홍 대표가, 4개월 만에 재연된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공세적인 태도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역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라며 '서울시 4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청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구청 공무원이나 통·반장들이 투표를 제대로 못 한 열악한 조건 속에 이만큼 투표율이 나왔다면 선전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신임투표에 대한 심판... 책임회피용 선긋기 설득력 약해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보수세력이 적잖은 '본전'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 시장이 정책투표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변질시킨 가운데 서울시민들이 그를 내치는 심판을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책임면피용 궤변에 가깝다. 무상급식 문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국민적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었고, 애초 이번 주민투표의 승패기준도 투표함 개함여부였다.

 

"오세훈 원맨쇼에 한나라당이 월척으로 걸린 꼴"이라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의 말대로 이번 투표는 대선불출마에 이어 시장직까지 건 오 시장의 드라이브에 한나라당이 말려들어간 측면이 크다. 하지만 황우여 원내대표에 이어 홍 대표가 총력지원을 선언하고, 주민투표라는 성격에 따른 각종 제한에도 한나라당이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홍 대표가 바라는 '선긋기'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당내에서는 "만약 주민투표에 이기면 오세훈 시장의 안대로 2014년까지 50% 단계적 무상급식이 당론이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던 유승민 최고위원과 남경필 최고위원을 비롯해 주민투표에 대해 적지 않은 반론이 있었다. '복지'가 화두인 시대에 '반복지' 멍에를 쓰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 승리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주민투표 결과와 복지정책을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홍에 휩싸일 수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복지확대에 제동을 걸어온 이명박 대통령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정부의 감세 유지 방침과는 달리 감세 중단과 복지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최대 패자는 오 시장이다. 당장 '식물시장'상태로 들어가게 됐고, 한나라당과 상의없이 주민투표와 시장직연계를 강행해 패했다는 점에서 원망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그러나 25.7%라는 투표율로 최소한의 재기발판은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당장은 그의 사퇴시점이 주목된다. 오 시장 측은 1, 2일 안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했다. '승부사 스타일'인 그가 야권의 즉각사퇴 압박과 조롱을 견뎌낼 것이냐는 점에서 그의 사퇴는 목전에 다다랐다는 예상이 많다.

 

그가 9월 30일 이전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0월 26일 재보선때, 그 이후 사퇴하면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장 10월에 서울시장 보선을 할 경우 패배가능성이 높아 4월 총선때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4월 총선때 함께 치를 경우 '오세훈 심판'이 총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물론 총선 전체에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기적 보수 대 복지로 무장한 진보' 담론 구도 가능성

 

복지가 대세임을 확인하는  큰 소득과 함께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민주당 등 야권은 보편적 복지 흐름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의 담론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07년 대선때가 '안정보수 대 싸가지없고 무능한 진보'구도였다면, 내년 대선은 야권연대(또는 통합)를 전제로 '이기적이고 지리멸렬한 보수 대 복지로 무장한 진보'라는 담론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선전'이라는 청와대와 '오세훈의 승리'라는 홍 대표의 태도를 보면 여권은 '복지포퓰리즘 반대'투쟁을 접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을  오 시장의 '1, 2일내 거취표명'과 맞춰보면 서울시장 보선이 포함되는 10월 재보선이 그 장이 될 수도 있다.

 

야권은 당연히 연대틀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은 극히 지지부진한 야권연대(통합)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리고 매우 중요한 무대로 떠올랐다.

 

서울시장은 '지방권력의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자리다. 야권이 2002년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뺏겼던 이 자리를 9년만에 되찾아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과 각을 세울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울시장 이명박'의 문제점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 선거운동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지역 25구청 중 19개를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주민투표 독려운동은 큰 제약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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