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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민 귀뚜라미 그룹 명예회장.
 최진민 귀뚜라미 그룹 명예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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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사장이 전면무상급식을 "빨갱이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던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과 관련된 부분을 리포트(기사)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KBS 새노조(위원장 엄경철)는 22일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경 김인규 사장이 보도국 사회1부 김종진 부장에게 전화해서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회장과 관련된 문장을 삭제할 것을 종용했고 결국 9시 뉴스 리포트에는 최 회장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최진민 회장은 지난 3일 그룹 공고문을 통해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며, 좌파에 의해 완전 점령당할 것"이라며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새노조 "공영방송 사장의 자격을 스스로 버린 행위"

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저녁 9시 뉴스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된 내용이 첫번째(톱)와 두번째 꼭지로 보도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두번째 꼭지'에서 일어났다.

'투표 참여 대 거부, 날선 공방'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될 예정이었던 두번째 꼭지에는 전면무상급식을 "빨갱이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한 최진민 회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9시 뉴스 리포트에서 사라졌다.

새노조는 "삭제된 기사내용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며 "(김인규 사장의 지시는) 사실상 특정 기사를 삭제할 것을 지시한 것이어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사장이 특정 기사 내용에 대해 취재 부서에 직접 전화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사장의 '언급'을 단순한 '언급'으로 받아들일 간부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노조는 "최진민 회장의 주민투표 독려 논란에 대한 기사 가치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취재기자가 원고를 직접 작성하고 일선부서 부장이 사인을 낸 기사에 대해 사장이 직접 전화해 데스크를 보는 것은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라며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서 9시 뉴스의 기사가 좌지우지되는 치욕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사측이 그렇게 떠들어 대던 '제작 자율성 보장'을 김인규 사장은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김인규 사장은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사장의 자격을 스스로 버렸다"고 김 사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사측 "김인규 사장, 사회1부에서 삭제한 후에 전화했다"

하지만 김종진 사회1부장은 "김인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에 대해서 '문의'를 했을 뿐"이라며 "스스로 판단해 리포트 길이를 줄이기 위해 최진민 회장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배재성 홍보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인규 사장이 최 회장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새노조 쪽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배 실장은 "이미 김종진 부장이 최 회장 관련 기사 중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자체 판단에 의해 그 부분을 뺀 상태였다"며 "김인규 사장이 김 부장에게 전화를 한 것은 그 이후"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 실장은 "한국민영방송협회 부회장이 김인규 사장에게 전화해서 'KBS에서 보도할 최 회장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해서 김 사장이 김종진 부장에게 전화해 그런 내용을 전달하면서 '선거와 관련된 사안이니 신중하게 보도했으면 한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배 실장은 "김인규 사장이 김종진 부장에게 전화한 때도 9시 뉴스가 임박한 때이고 사회1부에서 조치('최 회장 관련 부분'을 삭제한 것)를 다 끝낸 상태였다"며 "김인규 사장이 최 회장 관련 부분을 빼라고 직접 지시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태그:#무상급식, #김인규,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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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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