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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전교생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전남 무안군의 청계남초등학교는 올해부터 방학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물론 그 대상에 유치원 꼬마들까지 포함된다. 도시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겠지만 방학이면 농촌의 젊은 농부들은 아이들 문제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들에 나가야 하는 데 빈집에 아이들만 둘 수도 없고 마땅히 하루 종일 봐주는 학원도 없다. 면소재지에 나가면 피아노나 태권도 같은 기본적인 학원이 있긴 하지만 점심을 챙겨주지 않거니와 한 과목에 8만5000원이 넘는 학원비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교장선생님은 또 한 번 학부모들을 감동시켰다. 방학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방학 중에도 급식까지 실시하겠다고 한다. 물론 비용은 학교가 전액 부담한다. 지난해까지는 부모들은 방학 중에는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냈다.

 

 

요지는 여름철에 도시락은 상하기도 쉽거니와 날마다 농사일로 바쁜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챙겨주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이다. 거기다 누구나 예민한 시기 경험했을 도시락 반찬에서 오는 상처들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희망자에 한해서 오전에는 벨리댄스나 사물놀이, 글쓰기 등 평소 배우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6시 30분까지 학기 중 뒤쳐졌던 과목을 보충하기도 한다. 급식 외에 따로 간식도 제공된다. 사교육비, 급식비 제로다.

 

방학이 시작되고 행정실장님께 연락이 왔었다. 도시락업체에 대한 위생 점검을 함께 가자는 말씀이었다. 죄송스럽게도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렸다. 대신 3학년 재형이 어머니와 몇 분이 업체를 직접 방문해 업체를 실사했다.

 

며칠 후 하반기 추경을 심의하는 학교 운영위원회에 업체대표를 직접 불렀다. 학부모들은 햄이나 소시지, 어묵과 같은 2차 가공식단을 가급적 줄이고 1차 생산물 위주의 식단을 짜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1회용품을 사용한 도시락이 아니라 학교급식과 같은 뷔페식으로 1식5찬으로 식단을 결정했다.

 

 

오늘도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왁자지껄 학교에서 준비한 점심밥상으로 달려들어 줄을 선다. 삼삼오오 친한 친구들끼리 마주앉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 거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동체 중에 으뜸은 밥상공동체인 것 같다.

 

우리아이들은 대도시의 아이들과 달리 방학에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도시락 반찬으로 비교되던 유년시절의 상처도 없다. 방학과 학기를 포함해 학부모들이 학원비 걱정 없도록 사교육의 기능은 모두 방과 후에 학교가 담당하고 있다. 돌봄 교사를 채용해 학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방치아동이 없도록 한다. 요즘은 학부모의 평생교육 기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가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중등교육에 대한 완전한 무상교육과 사교육을 대체할 대안 프로그램,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평생교육의 기능까지 담당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교장선생님은 특정 교원단체와 무관한 교육관료 출신임을 밝혀둡니다.


태그:#방학무상급식, #무상급식, #청계남초등학교, #무지개학교,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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