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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의 시대입니다. 고유가를 맞아 서울의 교통흐름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7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자동차 한 대 당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240만 원이나 됩니다. 경제도 어려운 요즘 서울에서는 차가 막혀 개인이 주유비, 자동차세, 보험료 외에 더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자동차 수요관리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동차 중심의 교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8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안합니다.... 기자 말

기후변화시대, 세계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녹색 정책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대통령이 나서 연설마다 녹색성장을 부르짖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토해양부도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지속가능 국가교통물류발전 기본계획(2011~2020)'을 발표했다. 이 내용의 주요 골자는 그간 교통부문이 도로건설 중심, 자동차 중심 등의 교통정책으로 에너지 다(多)소비적이고 온실가스 다(多)배출적이었음을 반성하며 철도,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

특히 외국의 선진정책을 소개하며 선진외국의 교통·물류 분야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크게 "억제(Avoid), 전환(Shift), 개선(Improve)"으로 구분된다며 억제(Avoid)정책으로는 탄소세 도입, 혼잡통행료 부과, 승용차 통행제한구역 설정 등 승용차 이용 억제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전환(Shift)정책으로는 보행·자전거 등 비동력 무탄소 교통수단장려, 고효율교통수단으로의 전환, 자발적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등을, 개선(Improve) 정책으로는 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도입,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에코드라이빙 활성화, 공회전 방지 사업 등을 대표 정책으로 꼽았다.

서울환경연합은 심각해져만 가는 서울의 교통 문제 해결과 대기질 개선을 위해 서울시의 교통수요관리 정책 평가와 건의를 지속해 왔다. 교통 정책은 '도로에서 무엇이 중심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중교통을 혁신적으로 바꾼 브라질 꾸리지바의 전 시장 레르네르는 '정책 결정자는 '침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항상 어떤 제도를 구현하기 위해 '예산이 부족하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등 똑같은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정책 결정자는 침술가가 몸의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혈을 찾아내는 것처럼 부족한 예산, 시간 속에서도 핵심적인 정책을 찾아내 막힌 맥을 풀어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친환경 교통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민선 4기 시절 서울의 극심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혼잡통행료'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냈고, 지난 2008년 도입하겠다고 언론 등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 정책이어서 정책 수용도가 낮은 '혼잡통행료'를 치밀한 홍보와 설득 정책 없이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시민들은 득실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경제적 타격을 걱정해 반대했고,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들은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며 반대 집회까지 열었다.

결국 정책 도입의지를 밝힌 초기에 강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오세훈 시장은 이 정책을 슬그머니 뒤로 뺐다. 그러고는 기업체 교통수요관리 프로그램이나 승용차 요일제와 같은 '부담없는' 자발적 프로그램과 변화된 교통환경과 물가 가치 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교통유발부담금이나 주차상한제 등을 정책 중심에 놓게 된다.

물론 이 외에도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업그레드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은 했다. 자전거 도로도 많이 늘렸다. 전기 자동차도 도입하고 버스도 친환경연료인 천연가스로 전환했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 혼잡은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오히려 대중교통분담률은 낮아지고 있고,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어설프게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승용차 억제가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점은 과연 무엇인가? 어떤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승용차 억제"다. 승용차가 중심인 교통 구조에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시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면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자가 설 자리가 없다. 자동차 억제 정책과 함께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환 정책, 개선 정책이 함께 가야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자동차 억제' 정책은 무엇인가? 오세훈 시장이나 국토해양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혼잡통행료'제도다.

국토해양부는 '혼잡통행료' 제도에 대해 '자동차 보유 및 통행의 급증으로 인하여 대도시 도심지역에 교통체증현상이 상습화하고 이에 따른 교통혼잡비용이 급증하나 교통시설의 확충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을 부과하여 도심으로 진입하는 자동차를 감축시키거나 우회하도록 유도하여 도심의 교통혼잡을 완화시키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5년 전에 남산 터널에 '혼잡통행료' 부과가 도입되었고, 이 정책의 실행 결과와 혼잡 통행료 확대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었다. 하지만 효과도 검증되고 시정개발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연구를 통해 효과를 확인한 지금까지 실행을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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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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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도입한 혼잡통행료의 효과를 살펴보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1996년부터 교통 수요관리를 위해 남산 1·3호 터널에 혼잡 통행료를 부과한 결과, 혼잡 통행료 징수 시행 전('96) 대비 '09년도 자동차 등록대수는 36.3% 증가했다. 그럼에도 징수 구간 승용차 교통량은 36.8% 감소, 버스 교통량 113.4%증가하였고, 징수구간 통행속도가 21.6㎞/h에서 44.0㎞/h로 2배 이상 향상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그만큼 교통흐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한데 면제 및 감면 차량 확대, 현실적이지 않은 통행 요금으로 인한 운전자의 반응도 둔화 등이 그 원인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터널 통과 이후 도심 진입부분 (남산 1호 북단~명동역, 남산 3호 북단~회현)의 통행속도가 낮게 나타나고 있어 이의 해결을 위한 혼잡통행료 부과지역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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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교통혼잡에 따른 사회 비용이 반영된 혼잡통행료 징수요금 조정 및 징수지역 확대 필요성을 발표하였으며 그 실행 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07년 서울시가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혼잡 통행료를 도심지역(종로, 중구)만 확대 징수 시 진입구간 승용차 통행량 28.0% 감소, 버스 통행량은 11.2% 증가, 도심지역과 부도심지역(영등포, 서초구, 강남구)을 함께 확대 징수할 경우 진입구간 승용차 통행량 30.0% 감소, 버스 통행량 17.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혼잡통행료 확대의 필요성을 확인했으며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혼잡 통행료 확대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시민 합의와 녹색 교통 중심 체계 구축 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혼잡 통행료 확대의 선결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시민 합의 과정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대중교통 확충 및 서비스 개선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 통행 속도는 크게 변화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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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직도 의지가 부족합니까?

이는 서울시의 교통 수요 관리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 부족과 반대 여론을 의식하여 미루고 있는 것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 물론 서울시가 걱정하는 것처럼 혼잡통행료 도입은 도입되는 지역의 상인, 주민, 특정 건물 등 다양한 이해집단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도심혼잡통행료 시행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민, 전문가 등과 거버넌스를 구성해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해당 지역 주민 및 상인들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혼잡통행료로 마련된 재원을 대중교통체계 개선 등 대안 교통수단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전액 사용할 것, 그리고 이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혼잡통행료 도입 후 승용차 교통량이 33~35% 감소한 반면 버스 이용객은 23%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기오염 물질은 질소산화물 13%, PM10 15%, CO 16%가 저감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도 탄소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혼잡통행료를 도입해 승용차 교통량을 30% 감소시켰고 버스 이용객은 6%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싱가포르도 혼잡통행료를 도입하고 나서 전체 교통량의 10~15%가 감소하였으며, 대중교통 분담률은 29%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포퓰리즘을 지양하자는 말을 누구보다 즐겨쓰고 있는 오세훈 시장. 정작 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당장 시민들이 좋아할만한 정책을 고집하는 포퓰리즘 교통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할 일이다.


태그:#혼잡통행료, #서울환경연합, #대중교통, #교통정책, #교통수요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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