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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맨 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네이트 개인 정보 유출 사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맨 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네이트 개인 정보 유출 사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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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5월 2일 옥션 해킹 문제로 토론회가 있었는데 해킹 당한 업체가 바뀐 것 말고는 토론자도 토론 내용도 똑같다. 3년 3개월 같은 문제를 얘기해도 안 바뀌는 게 우리 현실이다."

16일 '네이트 해킹 사태 토론회'에 참석한 김학웅 변호사가 내뱉은 쓴소리다. 지난 2008년 옥션 해킹으로 개인정보 1800만 건이 유출된 지 3년 만인 지난 7월 말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정보 3500만 건이 유출됐다. 국내 인터넷 인구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전 국민의 주민번호,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털린 셈이다.  

최근 정부에서 민간기업의 주민번호 수집 자체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을 달 때 본인 확인을 의무화해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선 '폐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제도를 집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이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양문석 "개인정보 유출 책임 통감... '인터넷 실명제' 폐지 노력"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선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주장해온 진보네트워크와 공공미디어연구소 등 시민단체 주최로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 대책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는 직접적 '비판 대상'인 양문석 위원이 직접 후원하고 사회까지 맡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지역MBC 통합 문제로 삭발한 채 나타난 양 위원은 토론회 도중 이번 SK컴즈 개인정보 유출 관련 방통위 책임론이 거론될 때마다 "청문회에 선 느낌이다", "방통위에 맹공을 퍼부어 상당히 불편하고 아프다"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이 기존 정부 입장만 되풀이하자 양 위원은 토론회 말미에 "개인정보 유출에 인터넷 실명제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인정하고 "상임위원 5인 중 하나로 책임을 통감하고 위원회에 폐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해 합의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언론시민단체 출신이면서 지난해 7월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 활동을 시작한 양 위원은 지난 2008년부터 이미 인터넷 실명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실명제 때문에 주민번호 수집" vs. "주민번호 보관 의무 아냐"

이날 발제를 맡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악플을 규제하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인터넷실명제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인 반면 이용자들의 표현을 통제하고 추적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주민번호를 이용한 본인 인증이 허용되는 한 유출된 주민번호를 이용한 명의도용 시도는 계속 될 것"이라며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촉구했다.

반면 김광수 과장은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는 146개뿐이고 회원 가입 받는 사이트는 40만 개인데 이 가운데 90%가 의미 없이 주민 번호를 받고 있다"면서 "법에서는 본인 확인한 사실만 보관하라는 것이지 주민번호와 이름 보관을 강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주민번호 수집 보관 책임을 인터넷 기업들에 돌렸다.

이에 최민식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과거에는 개인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게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해킹 사건 이후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 되는 주민번호 수집 보관 의무가 없어지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결제업체 페이게이트 이동산 이사는 "초기 접속시 다양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인증 방식은 모든 접속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선량한 사용자를 보호하면서 비정상적인 사용자만 걸러내는 방식도 구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국민들이 동일한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로 동일한 보안구조로 설계된 사이트에 접속하는 '단일 보안 취약점'은 해커의 좋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면서 "전국민 본인 확인 방식이 '아이핀' 하나로 통일되면 이 역시 구조적 취약점을 유발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다양한 보안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무리한 집단소송 피해 우려... 1심 보고 해도 안 늦어"

한편 김학웅 변호사는 최근 SK컴즈 해킹이나 애플 위치정보 수집 관련 일부 법무법인이 주도하는 집단소송 원고인단 모집에 피해자들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2006년 리니지 명의 도용으로 20만 원 보상 결정이 나오자 2008년 옥션 사태 때도 3만 원 내면 200만 원 받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지만 결국 1심에서 기각됐다"면서 "재판은 상대 쪽 대응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할 경우 '소액 피해에 다수 피해자' 문제가 의뢰인들과 변호인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집단 소송을 한다고 대규모 원고인단을 모집하는 자체가 무리"라면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안 날부터 3년, 있은 날로부터 10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1심 판결을 지켜본 후에 소송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태그:#SK컴즈, #네이트 해킹, #양문석, #인터넷 실명제,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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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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