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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시스터즈'라고 이름을 자칭한 쇠사슬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쇠사슬 시스터즈'라고 이름을 자칭한 쇠사슬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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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5일 오후 11시 30분]

고병수 신부 "당분간 강정마을에 공권력 투입은 없을 것"

저항의 밤이 축제의 밤으로 바뀌었다. 공권력 투입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밤 11시 40분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공권력 투입이 무기 연기됐다, 당분간 공권력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자꾸 이기는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끝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작은 승리의 밑바탕엔 우리 강정주민을 비롯한 활동가 여러분들이 있다"며 "그 큰 공권력도 우리의 작은 힘으로 한 걸음 양보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공권력 투입 유보는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야당의 강한 반대, 주민들의 강한 결속력, 갈수록 국내외서 높아가는 해군기지 반대여론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3 당시 육지에서 온 '응원 경찰'에 대한 극도의 반발심을 갖고 있는 제주도에 이를 연상시키는 '육지 경찰'을 투입해 제주도민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 유보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주민들은 먹을거리 등을 나누며 노래를 하고 이웃의 발언 등을 경청하며 흥겹게 밤을 새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권영길 원내대표와 함께 22일째 쇠사슬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애자 민노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격려하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권영길 원내대표와 함께 22일째 쇠사슬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애자 민노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격려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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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는 밤 10시 30분 무렵 촛불집회 장소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4.3이후 63년 만에 처음으로 육지 경찰이 살수차까지 동원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겠다고 왔다"며 "충격적인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태풍이 오기 전에 강정 평화집회를 하면서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평화를 위한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태풍 속에 날려버렸다"며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이기고 있다,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해 주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22일째 몸에 쇠사슬을 감은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애자 민주노동당 위원장은 "세계인이 찾는 관광의 섬, 평화의 섬 제주도에 왜 군사기지를설치하려고 안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애자 위원장과 함께 쇠사슬 투쟁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쇠사슬 시스터즈'라는 즉석 팀을 만들어 노래 공연을 해 주민들이 크게 환호했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흥겨운 노래를 계속 이어부르고 있다. 마치 시골 잔칫집 같은  분위기다.

[2신 : 15일 오후 9시 30분]

경찰, 강정마을 진입 초읽기... 주민 "당당하게 싸울 것"

경찰 병력이 곧 진입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강정마을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경찰 병력이 곧 진입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강정마을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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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에 경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육지 경찰이 16일 새벽 강정마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우리는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차출한 전경 5개 중대 500∼600명과 대형버스 16대, 물대포 3대, 진압장비 차량 10여 대 등을 이미 강정마을 인근에 배치했다. 주 작전은 육지에서 온 경찰 병력이 담당하고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병력은 외곽지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된 경찰 병력은 약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병력 배치에 대해 "해군 시설 보호 및 주민들의 업무방해에 대한 사전예방 차원"이라며 "'불법 필벌'의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경찰은 해군기지 건설예정지 내에 담장을 치겠다는 해군의 업무를 보호하고 주민이 이에 반발하면 업무집행 방해 차원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진입에 맞서 15일 밤 9시 현재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육지에서 온 평화활동가 등 약 200여 명이 중덕해안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진을 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도 밤10시 30분 강정마을에 도착해 '쇠사슬 투쟁' 중인 현애자 제주도당 위원장, 주민들과 함께 밤이슬을 맞을 예정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언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해군의 용역회사가 됐냐"고 힐난하며 "중립을 지켜야할 경찰이 해군의 이해만 일방적으로 보호하며 주권자인 주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우리가 모두 끌려 나갈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경찰과 충돌하면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강정마을에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목소리도 거세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물리적 행동을 하지 말라"며 "해군은 우선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국회 예결위 소위 조사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15일 경찰의 움직임과 관련 강기정 예결위 민주당 간사,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 김재윤 의원 등과 대책을 협의했다. 강정마을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국회 예결위 활동을 연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치권이 기지건설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하여 소위 결성에 합의했는데, 국방부와 경찰은 밀어 부칠 기세"라며 "육지 사람인 나도 '4.3'이 떠오르는데, 강정마을 사람은 어떨까"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공권력 투입과 진압,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1신 :14일 오후 5시]

"대규모 경찰병력 제주도 도착... 강정마을 '초비상'"

14일 육지에서 약 600여 명의 경찰병력과 물대포 3대, 시위진압차량 10대, 경찰버스 16대가 제주항을 통해 제주도에 들어오고 있다.
 14일 육지에서 약 600여 명의 경찰병력과 물대포 3대, 시위진압차량 10대, 경찰버스 16대가 제주항을 통해 제주도에 들어오고 있다.
ⓒ 강정마을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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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육지경찰 약 600여 명이 제주항을 통해 제주도에 도착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서울·경기지역 경찰병력으로 물대포 3대, 진압장비차량 10대, 대형버스 16대 등과 함께 제주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오후 5시 현재 제주도 입도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동안 해군은 강정마을에 건설을 추진 중이던 해군기지 예정 부지 내에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등 불법건축물을 설치했다며 철거를 요구해왔다. (해군은) 부지 내로 들어가는 농로 사용권이 국방부로 넘어왔다며 이 길을 통해 공사부지 담장을 치는 공사를 하겠다고 주민들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 상태다.

경찰 병력이 투입된다는 것은 해군이 공사부지 담장을 설치할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경찰은 이를 업무방해 혐의로 제제하겠다는 것이다. 범대위 관계자들은 이를 사실상 '행정대집행'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서귀포시가 행정대집행권한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주민들은 공사의 적법성 여부가 아직 대법원의 결정을 남겨둔 상태인 만큼 경찰의 이 같은 행태는 사실상 해군 측의 공사 강행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는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을 강경 진압하겠다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부상 등 불상사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경찰병력이 시위진압 전문 부대로 알려져 주민들의 우려와 분노는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 공사에 대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고, 주민들이 어떤 물리력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의사표시를 4년 넘게 해오고 있음에도 마치 적군 상대하듯 몰아세우고 있다"고 분개했다.

군사기지저지 범도민 대책위도 "최근 정치권에서도 해군기지사업의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고, 여야의 공동조사도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찰병력의 투입은 해군과 정부의 과도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정마을 대책위와 범대위는 "경찰의 부당한 무력진압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 '비상상황', 경찰병력 투입에 대비

주민들은 육지경찰의 제주도 입도 소식을 접하자마자 현 국면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경찰병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육지경찰의 제주도 투입은 여야가 예결위에 소위를 구성하여 절차성을 따져보기로 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정마을 현지에 내려와 대화 시간을 갖는 등 국방부에 여러 면에서 불리하게 돌아가자 전격 진행돼 그 배경을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도 제주도를 극비 방문해 도민 여론을 알아보는 등 정치권이 문제해결을 위한 행보를 시작하자마자 보란 듯이 경찰병력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국방부와 경찰의 강경파들이 집권후반 레임덕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적 문제점은 야5당 진상조사단에 확인됐다. 여야는 소위 구성까지 합의할 정도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국방부와 해군 입장에선 이러다간 해군기지 건설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초조함을 느낄 정도로 민심과 여론은 돌아서고 있는 중이었다. 초조함이 빚은 선택이 바로 강경작전이라는 것이다.

또 경찰은 '불법 엄단'을 지시하고 나오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탄 버스가 서귀포경찰서 앞마당에서 저지당한 이후 연일 강정마을에 상주하며 공권력을 남용해왔다. 집회신고 장소를 경찰이 점거하는 등 집시법 위반을 경찰 스스로 먼저 하고, 태풍 직후에 "밥차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언론으로부터 숱한 질책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육지 경찰의 대거 투입에 대해 범대위 관계자가 "몰릴 대로 몰린 국방부와 경찰의 마지막 꼼수"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4.3당시 육지에서 온 서북청년단 깡패와 '응원경찰' 그리고 '토벌군'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이 살상당하는 아픔을 겪은 제주도.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육지경찰이 강정마을을 강경 진압하겠다고 제주도에 들어왔다. 제주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경찰, #국방부,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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