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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교사, 강사, 교수는 교법과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지식참구의 주인공으로, 강당에서 미래의 주인공인 선남선녀의 제자들에게 만법의 지혜와 인간의 도리를 전수하는 학자들로, 세간의 스승이며 학생들의 은사다.

한두 개의 단어 정도가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한글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그 뜻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위 글은 '는', '과', '에서'와 같은 조사(助詞)만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박호석이 쓰고 불광출판사가 펴낸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 실린 단어만으로 쓴 글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용어, '선생, 교사, 강사, 교수, 교법, 과목, 공부, 강당, 미래, 주인공, 선남선녀, 제자, 만법, 지혜, 인간, 도리, 전수, 학자, 지식, 참구, 주인공, 세간, 스승, 학생, 은사' 등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들이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공기 중에 들어있는 산소처럼 일상용어에 들어있는 불교 유래 상용어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 표지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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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도, 계산하지도 않고 호흡하는 공기 속에 21% 정도의 산소가 들어 있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하고 있는 일상용어 속에도 불교를 뿌리로 하거나 불교에서 유래한 용어와 지명들이 이토록 많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를 제외하고 생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소 농도를 낮추면 호흡 곤란으로 생명을 위협받듯이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를 제외한 의사소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질식할 만큼 답답해집니다.

일상용어에만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가 수두룩한 것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유래해 곳곳에서 박힌 돌처럼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도 수두룩합니다.

관음, 나한, 달마, 문수, 반야, 삼불, 염불, 절골, 천당, 탑골, 화엄처럼 불교풍이 물씬한 지명도 있지만 대덕, 무안, 무등, 보은처럼 불교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불교에서 유래한 지명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향마을 이름, 불교에서 유래해 사은리?

필자는 폐교로 없어진 초등학교, 고향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 있던 외사초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고향 주소나 다녔던 학교명에 칠성이나 외사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칠성'이 무엇이고, '외사'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고향마을 이름인 '사은리'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괴산군청 홈페이지에 마을단위의 유래가 어쩌고저쩌고 실려 있지만 동네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유래와 다르고, 유래에 들어 있는 '오랑'이라는 벼슬도 고려, 조선시대 관직에서는 찾을 수가 없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구전으로 전해주는 유래 역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고, 지형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포장도로가 북쪽으로도 뚫려있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고향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동북쪽으로 나있는 오리골재 길이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오리골재를 넘어서면 삼성마을이 있고, 삼성마을에는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당간지주가 있는 것으로 봐 그곳에 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 마을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고, 강 건너에 있는 마을이 초등학교가 있는 외사리(外沙里)입니다.

칠성(七星) : 북두칠성에서 유래한 지명.
※ 칠성 숭배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이지만 일부 사찰에서 보존하고 있다.

외사(外寺) : 사찰 바깥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지명.
※ 寺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沙로 쓴다. - 572쪽

지형이나 위치, 마을 출입이 가능한 도로 상황으로 봐 외사리라는 지명은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서 '사찰 바깥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지명'으로 설명하고 있는 외사(外寺(沙))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고향마을인 사은리에는 국사봉(國師峰)이라고 부르는 뒷산이 있고, 마을 동북쪽으로는 훌덕재라고 부르는 야트막한 재가 있습니다. 이 재에 가려 당간지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삼성마을에서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감춰지는) 동네가 필자의 고향마을입니다.

즉 절(寺=沙)이 있는 삼성마을에서 보면 훌덕재에 가려 보이지 않는(隱) 동네이기 때문에 마을 이름이 사은리(沙隱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향마을 이름 사은리, 절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삼성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동네라서 '사은리'가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향마을 이름 사은리, 절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삼성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동네라서 '사은리'가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 인터넷 지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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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몽돌처럼 상용어 되고, 박힌 돌처럼 지명 돼

따지지도 않고 사용하던 상용어이고, 묻지도 않고 사용하던 지명이지만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을 통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용어에 담긴 의미와 동네 이름에 스며 있는 유래가 등불처럼 밝아집니다.

불교역사 1600여 년을 걸치며 유래한 이런저런 단어들은 몽돌처럼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지면서 일상용어로 녹아들고, 박힌 돌처럼 마을을 지키는 지명으로 되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들, 가톨릭이나 기독교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교주, 교회, 구세, 기도, 전도, 성인, 성자, 설교, 교회는 물론 잠시라도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랑'이라는 말 조차도 불교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주소 체계를 변경한다는 명분으로 도로나 지역명을 함부로 취급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용어의 유래, 고향마을 이름이나 살고 있는 지명의 유래가 궁금했다면 그런 궁금증 정도는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서 후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박호석 씀, 불광출판사 펴냄, 2011년, 30000원)
'두번째 사진의 '모종재'를 '훌덕재'로 수정합니다.



상용어 지명 사전 - 불교에서 유래한

박호석 엮음, 정병조.최명환 감수, 불광출판사(2011)


태그:#불교, #지명, #상용어, #사은리, #외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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