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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성 간의 낭만을 찾으려는 작은 모임 "조각보" 준비모임의 한 장면. 왼쪽에서 네 번째가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 '조각보는 오는 8월 5일 금요일 저녁 6시에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발기대회를 열 예쩡이다.
 남북 여성 간의 낭만을 찾으려는 작은 모임 "조각보" 준비모임의 한 장면. 왼쪽에서 네 번째가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 '조각보는 오는 8월 5일 금요일 저녁 6시에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발기대회를 열 예쩡이다.
ⓒ 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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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와 있었습니다. 티브이에 나오는 폭격 장면을 보며 가슴이 오그라들 만큼 아팠습니다. 특히 폭격때문에 전사한 두 젊은 군인들의 사진과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티브이 화면에 나왔을 때는 저도 제 아들들을 잃은 듯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No More, No More, No More!!!" 라고 허공에다 소리치며 방 안을 빙빙 돌았습니다.

남북한에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이제 이 '미개한' 게임, 지루하고 지겹거든요. 제발 고만합시다!" 오천 년을 한민족으로 살다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65년이 넘는 우리 나라.  60년이 넘었다는 것은 인간의 나이로 보면 환갑이 넘었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철없이 살았던 사람일지라도 환갑이 되면 이제 한 인간으로서 철이 들 때도 된 것 입니다.

우리가 100 살 까지 살 정도로 수명이 길어졌다 합니다.  그래도 60이 넘으면 인생의 오후 시간, 석양에 가까운 시간에 들어섭니다. "피터 팬" 처럼 만년 청춘으로 살아왔다 해도 60이 넘으면서는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삶의 시간대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성인이 아이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 자기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건 그 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일 겁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과 고통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 남의 탓을 하거나 핑계대지 않고, 직면해서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성인의 삶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오래 우리들이 해결할 일에 대해 남의 핑계를 대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에 관하여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우리 나라 주변의 강대국들에 대해 또 서로에 대해 "그건 너, 그건 너, 그건 너 때문이야." 를 해온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한국 분단이 일어나고 고정화된 역사에는 강대국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65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의 이 계속되는 분단과 싸움에 대해 다른 나라들을 탓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건 마치 60이 넘은 사람이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상처, 트라우마 때문에 (그것이 부모건 형제건 삶의 환경이었든) 자신의 인생이 요 모양 요 꼴이고 망가져 버렸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사람의 생에서 35살이 넘으면 더 이상 부모나 어린 시절 환경 탓을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일어났건 그걸 극복해내서 좋은 삶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내 책임이기 때문 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 싸움을 하면 어른들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둘이 똑같아서 싸운다." 미국에서도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탱고를 추기 위해선 두 사람이 필요하다." (It takes two to tango!) 한국 분단이 일어난 65년 후에도 우리가 평화 통일을 못하는 것은 이제 남북한과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모든 한국인들의 책임입니다.

이런 생각에 괴로와하며 나를 고요히 들여다보니까 "그럼 나는 무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도 우리 나라의 분단에 대해 분노하고 평화 통일을 막연히 원하기만 했지 적극적, 긍정적, 능동적으로 평화 통일을 위한 씨를 뿌리고 조건을 만들어낸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나부터 작은 일이라도 씨 뿌리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그들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해오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한민족으로서 서로에게 총을 쏘아 죽게 만드는데…….. 이렇게 가만 있어도 되는 거야?" 친구들도 입을 모아 "그래 뭐라도 해보자!"라고 동의했습니다.

뜻있는 여자 친구들과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남성 중심의 통일 운동과는 좀 다른 운동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육자회담이나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라는 어젠다를 관철하기 위해 하는 평화 회담 같은 것 말고 남북의 여성들이 가슴으로 만나 서로에게 자매가 되어줄 수 있는 감성적이고 일상 생활적인 평화 운동으로서의 통일 운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모임의 이름을 처음에 "정치적으로 옳지 않게" 들릴 수 있는"남북 여성 낭만 찾기"라고 지었습니다." 이 이름을 듣고 이렇게 첨예한 남북 대결의 시대에 무슨 귀신 씨알 까먹는 소리를 하냐고 혀를 끌끌 차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이름을 지을 때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했습니다. "문제를 만들어낸 똑 같은 사고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 저희는 이제 정치, 경제, 외교의 코드로 남북의 문제를 풀기보다는 "낭만"이라는 코드로 남북 문제를 풀고 싶습니다.

저는 세계 종교 평화 위원회와 전 세계의 분쟁 지역을 다니면서 평화 운동을 하며 배운 것이 있습니다. 평범한 보통 여성들이 "이제 이 싸움들, 지겨워 못살겠다."하고 일으킨 일상으로부터의 평화 운동이 어떤 남자들 사이의 정치 회담으로도 못 풀었던 오랜 분쟁의 문제들을 풀어내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여성의 눈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읽으면서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일들을 찿아내어 발칙하고 즐거운, 유쾌 상쾌 통쾌한 평화 통일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세계 도처에 있는 한국 여성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도 만들고 북한 여성들이 낳은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태양열로 콩을 끓여 두유도 만들어 먹이려 합니다.  홍수 가뭄이 계속되는 북한의 많은 민둥산들에 나무도 심을 겁니다.  그리고 남북여성들이 노래 실력을 뽐내는 "전국 노래 자랑"도하고 "나 가수"도 하고 "남북 여성, 스타와의 춤"도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또 "여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합창도 하고 부산에서 시작된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파리까지 함께 가고 싶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제 진짜 "낭만"을 찾고 싶습니다. 아름답고 인간적인 삶을 살고 싶은 겁니다. 우리는 서로 만나 함께 먹고 마시고 춤추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슴으로 맺어진 친구가 되어 우리 아들들과 남편들이 친구 아들, 남편들을 절대 쏘지 못하게 만들 겁니다. 우리가 삶의 낭만을 즐기며 살 수 있는 통일된 나라를 만든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로 진화된 국가가 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여성들의 디아스포라와 연결해 국제적인 연대 활동도 벌일 예정 입니다.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의 가사처럼 제가 이렇게 말하면 저보고 "꿈꾸고 있네"(You may think I am a dreamer.) 하실 분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럼 저는 존 레논처럼 대답하고 싶습니다. "저만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I am not the only one.) 남북 여성 간의 낭만을 찾으려는 저희들의 작은 모임은 "조각보"라는 더욱 포용적인 공식 이름으로 8월 5일 금요일 저녁 6시 장충동 경동 교회 안의 여해 문화 공간에서 즐거운 발기대회를 할 예정입니다. 우리 "조각보" 모임은 보람있고 재미있는 시간과 공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삶의 낭만을 찾고 싶으신 모든 분들, 평화로 매일의 일상을 물들이고 싶은 남녀노소, 진짜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살고 싶으신 여러분들, 오셔서 우리들의 즐거운 꿈에 동참해 주실래요?

덧붙이는 글 | 현경 교수는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입니다.



태그:#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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