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가에서는 21세기 지식 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유전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이 의약학, 생명, 농업 산업 등의 녹색 산업에 대한 원천 기술임을 알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전통지식에 대한 이익공유(benefit-sharing)를 규정한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가 체결(2010)되면서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제 전통지식은 산업화의 기초인 다양한 특허를 확보를 할 수 있는 녹색 금(green gold) 즉, 돈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전통지식의 확보는 제조업의 원천 재료인 지하자원을 확보하는 것에 비교될 만큼 그 중요성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20세기의 생물약탈(biopiracy)이 이제는 전통지식의 약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닭발곰탕" 문제는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미국 하버드의과대학의 David Trentham 박사의 연구팀은 Dr. Joel Wallach의 돼지 관절염 치료법으로 알려진 처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닭의 연골을 이용한 관절염 치료제의 임상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에 사실 연구팀은 그 효과를 믿지 않았지만,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어서 아주 간단한 임상 실험을 하게 되었고, 뜻밖에 성과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 팀은 이런 연구 결과들을 1993년 사이언스지(Vol. 261, No. 5129: 1727-1730)에 투고하여,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의 단기 임상실험을 한 결과, 닭의 연골로 만든 교원질액이 증세의 진전을 차단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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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사이언스지(Vol. 261, No. 5129: 1727-1730) |
| ⓒ 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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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내용을 보면 재래식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59명의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28명에게는 오렌지 주스+교질원액을, 나머지 31명에게는 오렌지 주스만을 복용하게 하고, 3개월 후 결과를 보았더니 전자의 경우 모두 증세가 호전되었으나, 후자의 경우는 악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치료법은 체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에도, 연구팀은 연구를 계속하여, 다수의 미국 특허(번호: 05,399,347, 05,720,955, 05,783,188, 05,856,446)를 획득하였습니다. 의사와 과학자들이 믿지도 않았던, 민간 치료법이 급반전을 하여 신치료법으로 변신되면서 어마어마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닭고기 중에서도 닭발은 거의 먹지 않아 버렸던 미국인들은 횡재를 하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치료법이 지역사회에 전통지식으로 면면히 전승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전통의 관절염 치료법은 미국에서 특허 등록된 치료법보다 훨씬 약성이 좋은 재료를 이용하는 우수한 원천 기술입니다.
"닭발곰탕" 즉 "닭발+쇠무릎(우슬)+기타"를 곰탕으로 만들어 먹은 전통지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의 치료법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시골 지역사회에서는 무릎이 아플 때 지역에 따라 넣은 식물이 약간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쇠무릎"이라는 식물을 넣어 곰탕을 만들어 복용하여 많은 효험을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어느 시골이든지 닭은 키우지 않는 곳이 없듯이, "쇠무릎"도 동네마다 집 울타리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아주 흔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주 상비약처럼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치료법은 원래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부터 충청도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노인들이 무릎이 아플 때 오래전부터 이용하였다고 하나, 조사된 결과를 보면 전북지방과 지리산 일대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제 일부 지역사회의 전통지식이 아니라 국민의 지식자산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전통치료 지식 자산이 우리만의 것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넘어서 이제 미국의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내용을 기록한 문헌이 아직 밝혀지고 있지 않아, 이 전통지식의 선행성을 주장할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에 있어, 이제 완전히 미국의 지식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의 전통지식을 왜 하루 빨리 과학적으로 발굴하고 유효 공표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전통지식은 우리에게 건강과 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