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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식1찬이 주는 삶의 지혜는 비울수록 물질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1식1찬이 주는 삶의 지혜는 비울수록 물질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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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1식1찬으로 밥상을 차린 지 몇 해가 지났다. 처음에는 달랑 반찬 한두 개에 아이들이 불만을 보일 때마다 "음식은 입(맛)으로 먹는것이 아니라 머리(마음)로 먹는다"고 말하며 꾸준하게 소박한 1식1찬을 실천하고 있으며 밥과 반찬을 남기는 일도 없다. 딱 먹을만큼 양을 조절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좀 더 먹고 싶어도 밥이 없는것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조금 더 먹고 싶다고 하면 서로의 것을 조금씩 덜어주면 된다.

소박한 밥상을 실천한 후로는 밥상을 준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스)를 줄일수 있었고,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었다. 아울러,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는 잠깐이더라도 반드시 뽑아야 한다. 예를들면 식사를 하는 중에는 불필요한 전등이나 컴퓨터가 켜져 있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면서 무엇이든지 비우면 비울수록 물질의 집착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즉, 무소유에 가까운 소박한 삶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생겨났다고 할까?

'무소유와 물질이 대립관계라고 한다면 물질만 탐하지 않는다고 무소유한 삶을 살수 있다고 할수 있을까?' 하는 허기진 의문이 생길 무렵에 무릅을 탁 칠만한 책을 한 권 만났다. 그 이름만으로도 범상치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섯 현자가 들려주는 무소유와 소박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메시지는 약육강식과 물질만능 시대에 맞서서 살아온 인생철학과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2010년 10월부터 6주에 걸쳐서 생명평화결사의 주최로 열린 '우리시대 무소유를 묻는다'라는 주제의 즉문즉설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을 묶은것이다.

비워야 산다.- 휴
 비워야 산다.- 휴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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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지킴이로 알려진 지율스님은 4대강 현장을 기록하느라 어쩔수 없이 소유하게된 컴퓨터, 카메라, 휴대폰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유의 고통을 절감한다며 소유의 욕구가 너무 강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욕망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이 무소유의 첫 걸음이 아니겠냐고 한다.

산위의 마을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박기호 신부의 5남매중에는 '노동의 새벽'으로 알려진 박노해 시인과 수녀인 여동생까지 평범한 집안은 아니라는 것은 박신부의 어머니를 통해서도 알수가 있다. 홀로 사는것을 고집하는 어머니는 푼돈을 모았다가 동네에 일이 있으면 목돈을 내놓는다고 한다. 박신부는 소유욕으로 부터의 자유는 내 의식과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첫번째 조건이라고 한다.

'소유로 부터의 자유가 풍요를 가져다줍니다. 자기소유가 없으면 눈을 부릅뜨고 그것을 지킬 필요가 없겠지요'

이남곡 선생은 서울대 법대와 교사로서 순탄한 삶이 보장되는 길을 벗어나 험난한 삶의 여정을 거쳐왔다.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으며,1990년대에 무소유,무아집을 모토로  야마기시마을에서 8년간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전북 장수의 산골에 '장수좋은마을'을 일궈서 살고 있다. 21세기말에는 무소유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근거로 무소유사회로 진화하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을 고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야만의 사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뚜렷하기 때문에 인류가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몇년전, 강원도 화천의 시골교회에서 임락경 목사를 뵌 적이 있다. 1980년부터 터를 잡고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유기농업으로 생계를 꾸리며 지금까지 장애인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임목사의 살림살이는 무소유적인 소박할 삶이 그대로 보였다. 방안에는 14인치 TV를 비롯해서 생활에 꼭 필요한것만 헌제품을 알뜰히 갖추고 있었다. 일찍이 10살때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고민을 했다는 임 목사는 공무원은 없어도 괜찮을것 같고, 목사가 없으면 사람들이 더 잘 살것 같았지만 농사꾼이 없으면 다 죽을 것 같아서 평생 농사짓자고 결심을 한 후로 아직까지 손에서 흙을 놔본적이 없다고 한다.

칫다다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관련분야 연구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중 고혈압과 당뇨등의 앓다가 '아난다마르가' 수행공동체(인도어로 무한한 행복으로 가는길을 뜻함)를 만나면서 몸과 정신이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본주의 이후 새 시대의 경제모델'프라우트'와 스승 사카르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프라우트는 지구상의 모든 물질적,정신적 자원을 지속 가능하면서도 공유 가능한 형태로 유지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의 하드웨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모색한다고 한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국수집으로 널리 알려진 서영남씨는 인간극장을 통해서 더 친숙해진 인물이다. 수도원에서 25년간 수사 생활을 하다가 47살에 환속한 이유를 그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뜻하지 않게 결혼까지 하게 되어 큰호박(아내),작은호박(딸)의 가족들 역시 남을 위해 베푸는 일에 가진것을 내놓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서씨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원칙으로 내세운 것이 정부지원과 부자들의 생색내는 돈은 받지 않는것이다. 그것은 민들레 식구들에게 눈칫밥을 먹이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자존감을 지키주기 위한 배려로 읽힌다.

여섯 명의 현자들이 들려주는 무소유와 소박한 삶은 분명 보통사람이 따라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을 위한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자신의 소박한 삶을 지향한다면 그 방법론 차원에서 이들이 전하는 말을 귀기울여 볼것을 권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길에 여섯 현자가 들려주는 책과 함께 떠난다면 몸과 마음을 비우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비워야 산다 - 채워도 채워도 허기진 현대인을 위한 여섯 현자의 메시지

지율.박기호.이남곡.임락경.칫다다.서영남 지음, 휴(休)(2011)


태그:#무소유, #소박한 삶, #지율스님, #민들레국수집, #물질만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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