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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열린 삼성노조 건설보고 기자회견.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열린 삼성노조 건설보고 기자회견.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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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동조합 만세! 만세! 만세!, 민주노조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삼창과 함께 삼성노동조합이 출범을 선언했다. 뿌리 깊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균열이 시작되는 소리기도 하다.

지난 19일 오후 7시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삼성노동조합 설립보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지난 13일 정식총회를 개최해 설립을 결정한 삼성노조는 18일 서울 남부지역노동청에서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으면서 정식 노조가 됐다.

삼성 계열사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비정규직까지 40만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대상인 초기업 노조이지만 현재 조합원은 4명뿐. 이날 출범대회도 간단한 기자회견 형식으로 치러졌다.

그럼에도 사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후 11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는 에버랜드에는 해질 무렵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오가고 있었다. 기자회견 장소를 놓고도 한참 실랑이를 한 사측은 기자회견이 시작된 이후에도 주변 음악 소리를 크게 틀기도 했다.

기자회견장 주변에도 30여 명의 경비 직원을 비롯해 간부들로 보이는 정장차림의 직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사진기와 캠코더 등으로 촬영을 하며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삼성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위해 올곧게 나가겠다"

백기완 선생과 나란히 선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
 백기완 선생과 나란히 선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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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기자회견에서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초미니 노조지만, 곧 슈퍼노조가 될 것을 확신한다"며 "진정성을 가진 최초의 노조인 만큼 그 진정성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조장희 부위원장이 노조 설립과 동시에 해고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라며 "사측의 탄압과 억압은 정면으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출범식 축하사절로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번 삼성노조 출범은 노동운동계의 질곡을 깨뜨리는 첫 발걸음"이라며 "바람이 조금 분다고 흔들리지 마라. 오히려 뿌리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에 앞서 조장희 부위원장은 자신의 해고를 "명백한 노조탄압"이라며 "회사는 억지로 징계를 했고 언론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악의적인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부위원장은 회사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와 대포차량을 운영한 혐의 등으로 지난 18일 회사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해고처분을 받았다. 회사는 조 부위원장의 행위가 사규에 따라 해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부위원장은 "회사 사원들의 연락처는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노조탄압에 대비해 조직사업을 할 수 있게 확보한 자료"라며 "외부로 유출한 게 아니라 내 메일계정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경영정보라는 것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던 정보"라며 "내가 정보를 유출했다고 하는데 그것에 따라 얻은 이익이 있는지, 회사가 손해 본 게 있는지 명백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포차 운영에 대한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4명의 조합원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후 발표한 회견문에서 "당당한 노동자가 아닌 일회용 종이컵처럼 취급받고 돈 버는 기계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지내온 세월이 얼마인가"라며 "삼성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힘을 모으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삼성노동조합은 에버랜드노동자와 삼성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기본권, 건강권, 근로조건개선 등 제 권리를 위해 현장노동자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천만노동자들과 힘을 모아 세계노동자들과 연대에 부끄럽지 않고 올곧게 삼성에 맞서 당당히 노조활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간부가 세운 에버랜드노조... "어용노조" 비판

지난 18일 징계해고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 그 왼쪽에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
 지난 18일 징계해고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 그 왼쪽에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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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20일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기 전 설립된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은 이미 회사와 단체협약(단협)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20일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 위원장은 인사팀에서 노무 관리를 맡아온 임아무개 차장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회사 인사팀 간부 출신이 위원장인 노조가 설립 1주일도 안돼 회사와 단협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에버랜드노조가 '어용노조'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임 차장 등 회사 간부급 4명으로 구성된 삼성에버랜드노조는 지난달 23일 노조설립신고증을 받고 6일 뒤인 29일 회사와 단협을 체결했다. 이달 15일에는 용인시청에 단협 신고서도 냈다.

노동계와 삼성노동조합은 새로 설립 되는 노조에게 교섭권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어용 노조'를 세우고 먼저 단협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협은 2년에 1회 채결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이날 출범을 선언한 삼성노조는 현 단협이 유지되는 2년 동안 회사와 교섭할 수 없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노조 위원장인 임 차장은 해고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이 노사협의회 활동을 할 당시 노사협의회를 관리했던 인사였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 신문에서 "임 차장이 삼성에버랜드노조 위원장인 것은 맞다. 리조트사업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최근 다른 사업부로 옮겼다"면서 "직원들이 회사를 생각하는 충정에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는 "노조가 설립되면 당연히 공고를 내야 하는데 삼성에버랜드 어디에서도 그런 공고를 찾아 볼 수 없었다"라며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한 '알박이' 노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삼성노조, #삼성, #에버랜드, #이건희, #삼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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