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8회차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아주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15일 오전 9시 30분 여의도호텔에서 열린 '한명숙 공대위' 기자회견에 참석해 "나는 이 재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나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검찰의 기획·표적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이 '유죄의 틀' 속에 증언들을 짜맞추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일명 '곽영욱 사건'과 '한만호 사건'에 연루된 지 1년 8개월 됐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1년 8개월 동안 두 번의 사건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며 "왜 내가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통탄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사건의) 핵심 증인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고, 그의 사업에 영향력을 미친 적도 없다"며 "이 사건은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인 저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한 것이자 1심 무죄판결에 보복하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대표는 법정에서 나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후 (검찰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재판의 본류에서 벗어나 (한 전 대표의) 위증을 따지는 재판으로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며 "검찰 자신이 만들어놓은 '유죄의 틀' 속에 증언들들 짜맞추어 저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 전 총리의 검찰수사 비판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그는 "재판정에 있으면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검찰이 (증인을) 강압하고 협박해서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일 '18회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박아무개씨가 검찰이 자신을 회유하고 증거조작을 시도했다고 폭로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한만호 전 대표 부친의 운전기사였던 박씨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내 횡령 혐의를 조사할 게 있다면서 강압적인 태도로 소환해 '풍동(한 전 총리 집)에 한만호 사장을 태우고 갔다고 하면 횡령혐의를 덮어주겠다'는 취지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한 전 대표의 허락을 받아 회수한 채권 중 일부를 전세금으로 썼는데 검찰은 이것을 횡령으로 걸 수도 있다며 저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전 총리는 "(진술을 번복한) 한만호 전 대표를 위증 혐의로 불구속한 것은 판결을 앞두고 있는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며서 검찰은 내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주변 사람들을 압박하는 등 먼지털이식으로 확장수사를 하고 있다"며 "지인들이 그런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작성한 유언의 일부를 언급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고 적은 대목이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이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며 "진실의 힘, 양심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한명숙 수사부'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검찰이 이성을 잃고 발악하고 있다"며 "한 전 총리가 (곽영욱씨나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돈을 안 받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 검찰"이라고 꼬집었다. 박주선 공대위원장도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 외에 직접증거는 물론이고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수사지휘권은 잘못된 검찰수사를 바로잡으라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곽영욱 사건의 항소를 취소하고 한만호 사건도 기소를 취소하는 것이 법무부장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한편 한명숙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마자 검찰이 칼끝의 방향을 바꾸어 한 전 총리를 수사하고 기소하고, 이것이 무죄로 판결나자 다시 별건으로 수사하고 기소한 행태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명백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앞서 언급한 박씨의 '검찰 회유와 증거조작 증언'과 관련해 "더구나 혐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는 혐의를 만들려고 했다는 공작수사의 타락성이 또 한 번 폭로되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을 지켜야 하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훼손하고 법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대위는 "검찰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의 핵심증인인 한만호 사장을 위증죄로 기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며 "치졸한 수단으로 한 사장에게 보복하고 재판장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를 위해 한 사장이 옥중에서 작성한 자료를 모조리 압수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운전기사에게서 한 총리 자택에 간 적이 있다는 허위진술을 받아내려 한 것도 한 사장의 양심선언을 뒤집어 보려는 검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대위는 "검찰이 입만 벌리면 척결하겠다고 부르짖는 '거악'은 4대강 등 이 정부의 온갖 특혜 의혹 사업 속에 숨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마치 '한명숙 수사부'인양 한 전 총리를 겨냥한 기획·표적수사에만 매달려왔다"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일부 권력욕과 출세욕에 물든 정치검찰의 권력남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정당한 검찰권이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훼손될 것"이라며 ▲ 공소제기 취소 ▲ '증인협박'과 '증거조작' 책임자 문책 ▲ 표적수사 기획한 인사의 '장관-총장-민정수석' 인사 배제를 촉구했다.


태그:#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한만호, #한명숙 공대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