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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만여 건의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 가운데 약 33%인 26만여 건이 서울시 내부검증 결과 '무효' 처리됐지만, '망국적 복지포퓰리즘 추방'을 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세훈 시장은 1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독재와의 싸움 없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룰 수 없었듯이 망국적 유령인 '복지포퓰리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결연하게 말했다.

 

"복지포퓰리즘 넘어서야 대한민국 민주주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오 시장은 "오는 8월 서울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포퓰리즘의 유혹을 극복하고 국제사회가 존경하는 선진국으로 가느냐, 그리스처럼 국가재산까지 팔아야만 하는 비참한 길로 가느냐의 여부가 주민투표 결과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또한 위기를 인식한 정치인으로서 최선의 도리를 다하겠다, 시민이 이기고, 미래가 이기는 길 하나만 보고 달리겠다"며 "인간적 고뇌도, 저 개인의 앞날에 놓인 수많은 변수도 대한민국 복지이정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정의 앞에 모두 내려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명에 참여해주신 80만 시민, 그리고 든든하게 받쳐주고 계신 천만 서울시민이 결코 포퓰리즘에 박수치지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만약 대중영합주의를 누르고 이긴다면 그것은 저의 승리가 아닙니다. 양심 있는 서울시민의 승리, 망국적 포퓰리즘과 과감히 맞선 침묵하는 다수 시민들의 승리입니다."

 

이어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주민투표, 김문수 도지사와의 관계, 민자 사업 특혜논란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언급을 안 하고 계신다", "한나라당이 플러스는 못될지언정 마이너스는 안 됐으면 한다", "김문수 지사가 가끔 (무상급식에 대해) 김빠지는 말만 해서 섭섭했다"며 중앙당에 대한 섭섭했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주민투표 결과 나오면 여야 막론하고 정신 번쩍 날 것"

 

식사에 앞서 오 시장은 건배사로 "지속가능한 복지를"을 선창했고,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간부들이 "위하여"를 외쳤다. 다음은 이날 오고 간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

 

- 1주년 기념사에서 주민투표의 의미를 '선진국으로 가느냐, 비참한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상당히 결연하게 표현했다. 주민투표의 의미를 크게 보는 것 같은데.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내년도에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보수정당, 진보정당, 여당과 야당이 어떻게 하면 인기에 영합할 것인가, 표를 얻을 것인가를 유일한 가치로 삼고 정책경쟁을 하는 양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8월 말에 예정된 주민투표는 바로 그 점에 대한 국민적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이렇게 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막연히 베풀어주면 베풀어줄수록 국민이 좋아할 것이다, 선호할 것이라는 정치인 나름대로의 계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투표에서 복지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어려운 분들에게 국한해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민주당에서 화두로 들고 나온 복지가 현재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를 어렵고 힘든 분들께 국한해서 하는 것이 옳다는 선택을 해주시는 순간, 여야를 막론하는 정치권의 정신이 번쩍 날 것이다."

 

- 청와대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지도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에게도 여러 가지 지원을 받고 싶고 박 전 대표께도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주민투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저는 이 주민투표는 서울시가 주체가 돼서 당당히 밀고나갈 때 오히려 시민 여러분의 편견 없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중앙정부가 나서게 되면 예측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박 전 대표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박 전 대표 행보를 지켜보시면서 다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언급을 안 하고 계신다. 그 분의 뜻이 미루어 짐작이 가는데 굳이 말씀드림으로써 이런저런 해석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서울시가 열심히 나서서 이 주민투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충분히 알려내는 것, 그것이 오히려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계속 정치권이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게 되면 이 주민투표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하지만 중앙당은 다를 수 있다. 이 투표를 진행해가는 데 있어서 제가 속한 한나라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국민들에게 드리는 메시지 될 수 있어. 엊그저께 (한나라당 서울)시당에 가서 이 주민투표 결과가 총·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뜻은 무엇이냐면 만약에 이 주민투표 결과가 제가 바라는 방향으로 귀결이 된다면 지금 여러 가지로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도 스탠스, 중심을 바로 잡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치 보편적 복지가 다음 화두인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민주당의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분배나 복지보다 앞서는 것 있다, 그것은 성장이다'라는 지금은 불리한 프레임이 공정하고 완전한 게임의 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제가 주민투표를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의 뜨악한, 우려하는 스탠스 거두어 주십사, 적어도 한나라당이 플러스는 못될지언정 마이너스가 되기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새지도부, 서울시당 대표 등을 만난 것이다."

 

"민자사업 특혜의혹 검찰고발, 더할 수 없이 홀가분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특강 교류를 한다고 들었다.

"좋은 제안 받았다. 8월 3일에 제가 경기도에 가고, 10일에 김 지사가 오시는 걸로 계획을 잡고 있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씀드리면 섭섭했다. 1년 이상 김상곤 교육감과 무상급식 놓고 설전 논쟁 벌이셨던 김 지사께서 서울시가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을 알면서 가끔 김빠지는 말씀만 하셔서(웃음).

 

그래서 얼마 전에 뵙고 부탁드렸다. 더 이상 김빠지는 말씀 그만하시고 언제 한번 날 잡아서 힘주는 말씀해주시면 안 되겠나. 즉답은 안 하시더라. 웃으시더라. 그리고 얼마 뒤에 강연 제의가 왔다. 저는 이게 화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닌 게 아니라 가끔 인터뷰 때 '주민투표 왜 하나' 이런 말씀, 요즘은 보지 며칠째 못했다. 부탁드린 것을 넓은 마음으로 수용해주신 듯하다. 아직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느낌과 분위기는 그렇다." 

 

- 민자사업 관련해서 논란이 많은데.

"이른바 앵커사업의 의미와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다. 앵커기업은 아무도 투자를 선뜻 내켜하지 않는 순간에 투자를 해주는 선도 기업을 말한다. 그런데 기업가들은 돈을 벌려고 한다. 돈 버는 일이 보장 안 되면 안 들어오려고 한다. 그 오너들 마음을 움직이려면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세빛둥둥섬에 파격적인 혜택 전혀 준 것 없다. 행정의 영역에서 형평의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혜택 줬다. 어떻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땅, 지역에 우리가 바라는 업체나 기업을 끌어들이는데 조그마한 혜택도 주지 말라고 질타할 수 있나.

 

저는 무슨 시민단체, 이름을 정말 잘 지어졌던데(무서운 시민행동) 저희를 고발했더라. 한강르네상스, 세빛둥둥섬 혜택있다고. 굉장히 고맙더라. 법적 검토하면 아무것도 나올 게 없다. 자신 있다. 오히려 정치공세 계속 끈질기게 하는 게 더욱 더 신경 쓰인다. 저희가 제공했던 혜택이 법률 이상이면 다음부터 그렇게 안 하면 된다. 처벌받으면 된다.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했다는 뉴스를 본 순간 더할 수 없이 홀가분했다." 


태그:#오세훈, #복지포퓰리즘, #무상급식, #주민투표,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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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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