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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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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취업에 애를 먹고 있는 사람들은 324만 명 정도 됩니다. 이중 상당수가 실업자이지요. 한국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3%지만 사실상 10%에 가깝습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임시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면 절반 가량이 워킹푸어(근로빈곤자)가 되지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6월 21일과 28일, 두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상조의 종횡무진 한국경제 - 노동과 복지'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이중구조, 비경활 함정, 근로빈곤, 저숙련 함정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려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사정에 맞는 고용 전략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의 고용모델들을 언급하며 "직장안정성의 개념이든, 고용안정성의 개념이든, 소득안정성의 개념이든, 한국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설명하며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복지 모델들을 설명하며 "한국은 사회보험을 내실화하고 사회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히고 "복지 재원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를 조율해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공식 실업률 3.2%... 실상은 10% 가까워

2011년 5월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3.2%다. 이는 비슷한 기간 조사한 미국(8.7%), 호주(5.0%), 일본(4.9%), 독일(6.0%), 프랑스(9.2%)등의 OECD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 실업률만 놓고 보면 한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의 천국이다. 현실은 어떨까? 김 교수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 한국 취업통계의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안 하는 인구입니다. 2010년 비경제활동인구가 1600만 명인데, 그냥 '쉬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이 160만 명입니다. '4주 동안 구직활동을 안했구나? 이유가 뭐니?'라고 물었을 때 '이유가 없는데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160만 명이라는 얘기에요. 공식 교육기관을 졸업하고도 학원 다니는 사람들이 57만 명 정도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다 실업률 통계에서 빠져있으니까 실업률이 낮지요. 사실상 한국의 실업률은 3%가 아니라 거의 10%에 가깝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국가 실업률이 낮지만 실상이 이렇다보니 고용률도 낮은 기현상이 나타난다. 고용률은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만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 한국의 고용률은 2011년 5월 기준 64.7%로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축에 해당될 뿐더러 최근 3년 간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김 교수는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국가 고용의 핵심과제 중 하나"라며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 취업에 장벽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용직과 일용직 사이의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 김 교수는 "같은 상용직이어도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노동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2010년 늘어난 상용직 일자리 69만 7천개 중 21.8%가 비정규직, 28.4%가 저임금근로직, 31.9%가 1년 계약직으로 비정규직 채용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규직이면서 상용직인 노동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비정규직이면서 상용직 노동자의 임금은 62,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은 40정도"라며 "노동시간에도 차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이면서 임시 일용직으로 취업하면 그 중 절반은 워킹푸어(근로빈곤자)가 됩니다. 일은 풀타임으로 하지만 빈곤을 벗어날 수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의 임금 수준이 평균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생계에 필요한 만큼도 보장되지 못하는 수준이거나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수도 200만 명이 넘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우니 한 곳에서 오래 일할수도 없다. 김 교수는 "장기 근속은 숙련도와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한국의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은 16.5%로 OECD 최저수준"이라며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라고 지적했다.

덴마크가 실업수당 4년 주는 이유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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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을 거론하고 "국가적인 고용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며 각기 다른 고용모델을 가지고 있는 스웨덴과 네덜란드, 덴마크의 예를 들었다.

"스웨덴의 특징은 한국처럼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비중이 전체의 55%를 넘지요. 그래서 직장이 안정적입니다. 또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도 평균적 임금수준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도록 격차를 줄여주는 연대임금정책과 보편적 복지제도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네덜란드식 고용모델의 특징은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 김 교수는 "네덜란드는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는 것으로 확보하는 유연안정화 모델"이라며 "대신 수시로 고용하는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정규직과 동일하다는 것이 한국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경우, 비정규직 비중이 매우 낮고 상대적으로 해고의 자유가 인정된다. 대신 직업교육이 철저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긴 실업수당 지급기간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덴마크는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복지제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EU 고용모델의 롤 모델이 된 나라"라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실업하면 일할 때 받았던 급여의 90%에 해당하는 실업수당을 4년 동안 지급합니다. 정부에서는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실업자가 많아져서 이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빨리 취직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직장을 바꾸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해고되는 것이 인생의 마이너스지만 덴마크에서는 그런 인식이 없지요."

김 교수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덴마크 모델의 성적이 매우 좋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고용 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 모델이 진짜 좋은 모델인지에 대한 반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고용모델들은 해당 국가의 산업구조 특성과 역사·문화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고용모델의 장·단점을 고려하는 동시에 해당 모델이 한국에 잘 맞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어느 모델을 선택하든 한국에서는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며 "노동부가 주관하고 있는 비효율적이고 성과 없는 사업들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확충하려면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조정해야

김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한국의 복지 모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가장 기본적인 4대 보험으로 막을 수 없는 '보험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며 "이것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와 사회서비스의 확충에는 돈이 드는데 결국 세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국세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상속세 많이 걷는 것으로는 어렵습니다. 결국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의 세율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지요. 한국의 소득세는 감면받는 비율이 너무 많으니 이걸 조정해야 하고, 법인세는 그냥도 낮지만 각종 감면을 감안한 후의 실효 법인세는 정말 낮거든요. 역진적인 현행 감면제도를 고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복지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 확충에 합의한다면 부가세를 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요."

김 교수는 "이 세 가지 세율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반드시 합의해야 할 것은 조세의 수직적, 수평적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태그:#김상조, #한국경제, #종횡무진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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