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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말
4박5일 일정으로 연길과 북경을 둘러보는 중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포함해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두만강,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대성중학교를 거쳐 자금성과 이화원, 만리장성 등을 두루 살펴 보았습니다. 몇차례에 걸쳐 여행기를 게재합니다. 취재에 도움주신 여천NCC노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내일(6월 28일) 아침이면 중국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태풍이 목적지인 중국을 빠져 나가고 있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한 직장에 몸담은 지 벌써 18년째다. 스물 셋에 입사했으니 어느덧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이나 변해가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참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을까? 이번은 지금까지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는 백두산 코스가 잡혔다. 지나온 시간이 잠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생은 무엇인가? 세월이 갈수록 자꾸만 더 삶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며칠간 세상밖으로 떠나자"

 

여수에서 출발한 버스가 4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우리를 실은 연길행 남방항공은 2시간의 비행 끝에 연길공항에 착륙했다. 이곳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이 더 늦다. 연길공항은 군용기와 민항기를 동시에 사용하는지 곳곳에 위장된 전투기들이 보여 이채롭다. 공항내부를 둘러보니 마치 20여년 전 우리나라 지방의 공항을 연상케 했다. 내가본 중국의 첫 이미지다.

 

"연길시에 오신 동포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생각하십시오. 20~30년 전 시골 고향 땅에 왔다고 생각하면 아마 4박5일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억양이 좀 강한 조선족 어투다. 독립투사 3세 여행가이드 박길관(29세)씨가 반갑게 일행을 맞이한다. 앞으로 연길에서 3박을 함께 보내야 할 가이드다.

 

오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은 56개의 다민족인데 그 중 90%가 한족이다. 나머지 55개의 소수민족이 있지만 국가의 핵심세력은 대부분 한족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는 약 100만명의 조선족이 살았는데 지금은 인구가 70만으로 줄고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길림성에 위치한 연길시이다.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연길시내도 고층빌딩이 즐비해 발전이 가속화 되고 있다. 곳곳의 모든 간판들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은 네온간판도 의무적으로 잘보이는 곳은 한글로 써야한단다. 연길은 아직도 우리민족의 뿌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도시처럼 보인다.

 

오늘은 차량을 타고 백두산 아래 첫 마을인 이도백화까지 가야 한다. 이도백화를 가는 도중 입이 쫘~악 벌어지게 만드는 코스가 있다. 바로 선봉령이다. 선녀들이 다녀간 봉우리라는 이곳에 오니 마치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온 듯한 기분이다. 수목림 사이로 펼쳐진 운무에 취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다.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연발한다. 다들 이 광경을 놓칠세라 사진 찍기에 바쁘다. 잠시 혼자 되뇌어 본다.

 

"신선이 따로 있나? 신선이 사는 곳에 가면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법이제"

 

이도백하에서 1박한 후 장백폭포를 구경했다. 장백폭포는 천지에서 흘러온 물이 폭포수를 이룬 곳이다. 또한 화산활동으로 84도의 유황온천수가 흘러 나오는데 이곳의 온천욕은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아침부터 흐렸는데 이내 장대비가 쏟아진다. 장백폭포 주변에는 아직도 쌓인 눈이 덜 녹았다. 장백폭포에서 낙하하는 물줄기 소리가 세차다.

 

중국에서 백두산 가는 길은 북파와 서파 그리고 남파코스가 있다. 이중 메인 코스인 북파는 트레킹보다는 주로 짚차를 이용해 정상을 오른다. 짚차로 정상까지 가는 데는 약 20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맑은 하늘이 펼쳐진 천지를 보기란 좀처럼 쉽지않다. 그 이유는 짚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은 길어야 한 시간 이내에 다시 타고 온 차로 되돌아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파란 천지를 볼 확률이 그만큼 낮다. 맑은 천지를 볼 수 있는 행운은 6대(앞으로 3대 뒤로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허허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드디어 일행은 백두산 천문봉으로 향하는 짚차에 올라탔다. 일행을 태운 짚차는 곡예수준의 과속운전으로 쏜살같이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마치 롤러코스트 놀이기구에 탄 기분이다. 이내 팔과 다리 그리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전율이 느껴진다. 완전 스릴만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운전기사들의 룰이 그렇단다. 2천미터 이상의 너무 가파른 지역이다 보니 오히려 속력을 낮추면 사고 확률이 더 높다는 것. 여기에 뽑힌 운전자들은 운전전문학교에서 2만명 중 뽑힌 400명에 속한단다. 그래서 이곳 운전자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오른 백두산(白頭山)코스는 이번 여행의 가장 백미였다. 특히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민족의 영산(靈山)에서 1박2일을 보낸다는 자체가 그 의미가 깊다. 백두산 관광은  6~9월이 적기다. 이곳은 국내에서 연중 30~4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하지만 우리 일행들처럼 산장을 빌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운 좋게도 우리는 이곳에서 16시간을 머물면서 신령스런 영산의 정기를 맘껏 받을 수 있었으니...

 

백두산에서 가장높은 해발 2670m 높이의 천문봉의 기상은 하도 변화무쌍해 예측 불허다. 그곳에는 중국기상대가 있는데 기상을 관측하는 기상대마저도 제대로 예측을 못한단다. 오죽하면 하루에 날씨가 백번 이상 변한다 해서 백두산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또한 화산폭발로 생긴 백두산에는 16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가 천지다. 모래바람 때문으로 덜 굳었는지 바위가 단단하지 않고 부슬부슬하다. 타원형  모양의 천지는 그 직경이 약 3.5km에 이른다. 이곳의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373m, 평균수심이 270m다. 천지에는 산천어만 서식한다. 정상에서 천지 연못까지는 500m 낭떠러지다. 예전에 1박2일에 나오는 강호동이 다녀간 연못까지 가는 길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천지에 오르니 날아갈 듯 바람이 세차다. 이곳 바람은 8급 이상이면 태풍에 속하는데 이날은 9급의 바람이 불었다. 이 정도면 작은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갈 수 있는 세기다. 그래서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아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백두산을 구경하기 위해 내 평생 이렇게 센 바람과 '맞짱'을 뜬 경우는 처음인 듯 싶다.  저 멀리 제운봉, 청석봉, 백운봉이 보인다. 

 

잠시 칼바람 같은 찬 바람을 피해 바위에 몸을 기대니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진다.

 

"아, 이곳이 우리땅 백두산이구나! 태초 단군신화에 우리 조상의 시발점이 되었던 민족의 영산이다. 저기 드넓게 펼쳐진 만주벌판도 우리땅인기라, 한민족의 기상이 발원된 백두산아, 사랑한다!"

 

일행들은 이날 예약한 산장에서 여장을 풀었다. 이곳 산장의 숙박료는 5성급 최고급 호텔 2박 수준이란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기 때문인지 완전 바가지 물가다. 참 아쉽다. 이같은 훌륭한 민족의 자연유산을 두고서 남과 북은 아직도 이념 차이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 틈바구니속에서 많은 돈을 벌어간다. 백두산의 2/3가 북한땅인 서파와 남파마저도 중국에서 장기임대로 차용한다고 하니 안타까움은 더한다. 약 3기압이 걸리는 고산증 탓인지 머리가 띵하다. 하지만 백두산의 정기와 검붉은 석양을 바라보니 감격에 벅차 올라 고산증을 느낄 겨를도 없다. 이날 백두산 천지에서 만찬과 함께 건배주가 돌았다.

 

"세계평화와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원샷!"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백두산, #장백폭포, #여천NCC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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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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