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4 ·27 재보선 패배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새로 구성하는 선거다. 따라서 선거 양태 또한 일신된 모습을 보여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에게 '한표를 달라'고 호소할 명분이 생긴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전 와중에는 후보 간 '계파 투표를 획책하고 있다', '줄서기를 강요했다'는 상호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전 전당대회와 같은 이전투구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정책·노선 논쟁이 전면에...남경필·유승민·권영세가 주도

이번 전당대회 선거전이 역대 전당대회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정책 및 노선 논쟁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했다는 점이다. 7명의 후보들은 무상급식, 감세 철회, 등록금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을 쟁점으로, 성장 우선 및 시혜적 복지라는 한나라당의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것인지,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길을 갈 것인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 것은 선거 초반 출마선언을 하면서 무상급식, 재정 투입을 통한 등록금 대폭 인하, 대기업 우선 정책 철회 등 전면적인 노선 수정을 공약하고 나선 남경필 후보였다.

남 후보가 정책·노선 논쟁의 깃발을 들었다면 이에 탄력을 붙인 건 유승민 후보였다. 이번 전당대회 후보자 중 유일한 친박계 후보로 계파투표의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스스로 포기한 채 논쟁 한가운데로 뛰어든 것이다. 특히 유 후보가 지난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공약에 집착하지 않고 감세 철회를 주장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과 노선 수정을 내세운 게 이 2명 후보뿐이었다면 논쟁은 싱거워질 뻔했다. 그러나 이들 후보와 정책 성향이 비슷한 권영세 후보가 선거전에 뛰어들어 '수정노선' 대 '기존 노선'의 구도가 3대 4로 형성됐던 것도 선거전 양상의 변화에 한몫 했다.

겉보기엔 줄어든 계파투표와 줄서기, 보좌진 파견은 여전

계파투표와 줄서기의 양상이 줄어드느냐도 이번 전당대회가 '쇄신 전당대회'가 될지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다.  

지금까지의 전당대회에서는 각 당협위원장이 어느 계파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각 당협에 속한 대의원들의 투표가 좌우됐다. 또 다음 총선 공천이나 당직임명 등 각 당협위원장들의 이해관계가 당협 소속 대의원들의 투표를 좌우했고 이것이 전당대회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또 국회의원 자신이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기획단장이나 대변인 등의 역할을 직접 맡는다든지, 보좌진을 선대본부에 파견에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방법도 줄서기의 한 방편이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이런 계파선거와 줄서기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다소 완화된 양상이다. 일단 각 후보들의 선대본에서 공식 역할을 수행하는 의원들이 없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이것을 금지하고 나선 영향도 있지만, 의원들 스스로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축소된 탓도 있겠지만,  '청와대의 뜻'을 운운하면서 계파투표를 유하고 있다는 등의 정치권 루머도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골적이진 않지만 계파투표와 줄서기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후보는 "친이계가 원희룡 후보를 지지, 계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원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의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두 후보가 선거전 중반전에 이런 주장들을 자제함에 따라 현재는 선거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진 않지만, 계파투표와 줄서기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보좌진을 파견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일도 여전하다. 특히 동시에 2곳 이상의 후보 진영에 보좌진을 파견한 의원도 있어 '공천받기용 줄서기'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홍준표 "계파투표 줄어들 것"...나경원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했다가 이번에 다시 출마한 후보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홍준표 후보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전당대회에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철저하게 계파 투표를 했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지난 번보다는 계파색이 엷은 분들이 후보로 나왔고, 지난번보다 계파 투표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계파가 없는 홍 후보의 바람이 섞여있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평가다.

그는 "당협위원장이 누구를 찍으라고 당원들에게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나경원 후보는 "많이 달라지길 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위기 상황이니 만큼 계파선거와 조직 선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나 후보는 "'오더(지시) 투표'에 응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말해 지난 전당대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