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농업기술센터 강당에서 200여 명의 서천 농업인들이 모인 가운데 강연을 했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2001년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설립하였고 2009년 농림식품부 제1차관으로 발탁되었으며 작년 10월에 농촌진흥청장에 취임하였다.

 

민 청장은 '작지만 강한 농촌을 만들자'는 '강소농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한국농업, 꿈이 에너지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데 이번 서천 강연의 주제도 타지역과 같은 '서천농업, 꿈이 에너지다'였다.

 

그는 "강소농 사업이란 각 품목에 따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사업"이라며 "서천 농업인들에게 사정하고 부탁하러 왔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90분 강연의 대부분을 피나는 노력으로 꿈을 이룬 사례들을 소개하는 데 썼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하루 19시간의 맹훈련과 연간 1천여개의 신발을 소비했다며 영상을 통해 굳은 살이 박혀 기형적으로 된 강수진의 발을 보여주며 서천의 농업도 꿈을 갖고 이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어 축구 선수 박지성,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선박 수주 성공 사례, 대제국을 이룬 몽골의 칭기즈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의사 안철수 등을 동영상을 곁들여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이 도출해낸 '꿈을 이룬 사람들의 7가지 특성'을 소개하였다.

 

△한계를 극복하려는 열정 △긍정적 사고 방식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성 △본보기가 될 나만의 스승 △더 큰 목표를 향한 도전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등을 꼽았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가. 서천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농업은 이미 고령층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마을 도처에 빈집들이고 7, 80대 노인들이 농사일에 시달린다. 객지에서 변변찮게 살아가는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려면 농사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몸은 어느 한 구석 성한 곳이 없다. 평생 고된 농사일로 허리는 낫처럼 굽었고, 다리는 멍에처럼 휘었다. 의사가 진단하면 모두 병원에 입원 치료해야 할 육신인데도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 500평 밭의 고추를 따야 하고, 논에 나가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 이들의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등을 발레리나의 발에 비유할 수 있을까. 몬산토나 카길 등 다국적 기업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주도하는 농산물 개방 압력을 농민들이 무슨 다른 묘수가 있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작년 쌀값 폭락으로 벼 적재투쟁을 벌인 바 있는 서천군 농민들의 소박한 꿈은 계속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이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쌀값을 두고 어떤 더 큰 꿈을 가지라는 것인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쌀값에도 우리 농민들은 땅을 놀리는 것을 죄악으로 여겨왔다. 이 덕분에 우리는 주곡인 쌀을 자급하여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힘을 펴고 있다. 이외에 어떤 열정을 더 요구할 수 있는가. 일부 품목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를 모든 농가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

 

그의 전국 순회강연은 우리 농업이 처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궤변일 뿐이다. 위의 7가지 특성은 사람이 먹고 사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을 그가 설립한 벤처농업대학의 시각으로 바라본 착각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6월 27일자 <뉴스서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민승규, #농촌진흥청장, #강소농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