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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동 판자촌 '재가 된 내 집, 고철로 내다 팔던 날' 포이동 판자촌 주민과 이들을 돕기 위해 모인 학생,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은 오늘 화마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화재현장의 잿더미 위에서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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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 '타워팰리스 앞 판자촌'으로 알려진 이곳 포이동 판자촌에 화마가 덥친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판자촌 주민과 이들을 돕기 위해 모인 학생,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은 오늘(22일) 화마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화재현장의 잿더미 위에서 분주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과 학생, 시민들이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화재 수습중인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과 학생, 시민들이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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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고철이라도 팔아 생계에 보탤 생각으로 화재현장 수습에 나선 겁니다.

힘겹게 꾸려오던 살림을 한순간에 태워버린 7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들은 자신의 집 터를 서성이며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물건을 찾아 조심스럽게 잔해를 들췄습니다.

"여기가 우리 집이다. 우리 옷하고. 그런데 굴착기 가지고 다 뒤집어서 이렇게 됐다. 찾지도 못해. 뒤지면서 찾을 것이 있으면 찾아가야지."

얼마 전까지 삶의 터전이었던 집의 외벽을 뜯어 고철로 내다팔아야 하는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루 말할 수도 업죠. 참담하잖아요. 두말하면 잔소리고. 소방당국에서 진짜 불을 잘못꺼 준 죄로. 불진화 잘했으면 불껐을 텐데, 그걸 안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고 나쁜 놈들이야, 정말."

주민들이 화재 현장에 남은 고철을 나르고 있다.
▲ 화재 수습중인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주민들이 화재 현장에 남은 고철을 나르고 있다.
ⓒ 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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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힘겹게 살아왔지만 이들에게 씌워진 것은 '불법토지점유'라는 멍에였습니다.

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내며 주거대책을 요구했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반지하에서 비만오면 물차는 곳으로 가라고? 우리에게 어떻게, 감히. /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그래놓고 우리나라 국민들 눈가리고 귀를 막고 거짓말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집, 임대아파트 주겠다는데 떼쓰고 있다', '투기할려고 한다' 뉘앙스 풍기고 있다. 정말 우리를 한번 더 죽이고 있다." (박철순 / 주민, 포이동 대책위원장)

그리고 지난 13일에 벌어진 화재 사건. 소방당국의 부실한 대처로 괜찮을 줄 알았던 집 70여 채가 한순간에 불타버리자, 주민들은 '일부러 불을 몰아 판자촌을 모두 태워버린 것이 아니냐'며 절규했습니다.

"얼마나 늦장부리며 안오는지. 호스깔고 물없다고 하고. 불났다는데 물없이 오는 소방차가 어디있나. 그게 우리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일부러 불태우려고 안 한 것. 소방차가 70대 오면 뭐하나 호스는 몇 개 없고 길이 막혔다고? / 주민들 열번을 죽이고 있다. 몇번을 또 죽이고 있다. 시장이라는 사람이, 서울시장이! 실의에 빠졌으면 등이라도 만져줘야하는 것 아닌가." (박철순 / 주민, 포이동 대책위원장)

고철을 나르는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 화재 수습중인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고철을 나르는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 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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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 수습 작업이 한창이던 오후, 예고된 장맛비가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장마철을 온전히 화재 현장 한켠에 마련된 천막과 임시거처에서 보내야 합니다.

점심식사도 마다한 채, 홀로 잿더미 속에 남아있던 한 주민은 빗방울을 보자마자 아이들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하나도 남은 게 없이 다 탔네. 애들하고 어떻게 살까 막막하다, 지금."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이 화재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화재 수습중인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이 화재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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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식구가 모두 임시거처에서 장마철을 나야한다는 한 주민은 언제까지 이 생활이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게 제일 걱정이다. 장마져서 어떻게 할거냐고. 그런데 구청, 시청은 들은 척도 안하고 있고, 미치겠다. 우리 식구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많다. 75가구 중에 우리 식구가 6명. 여섯식구가 살아 나가려면 큰 걱정이다."

몸 뉘일 공간마저 화마에 빼앗긴 '타워팰리스 앞 판자촌' 사람들. 그들은 이제 그 어느 해보다도 힘겨운 장마철을 준비해야 합니다.


태그:#포이동, #판자촌,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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