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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 참석한 연예인과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불법복제 그만"을 외치고 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 참석한 연예인과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불법복제 그만"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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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불법 복제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이 아니라 콘텐츠 보호 책임을 방기해온 정부에 있다."

정부에서 주최한 불법복제 방지 토론회가 정부 성토장이 됐다.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복제 방지 토론회를 겸한 정부기관 협약식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야? 연말 시상식이야?"... 아이돌 스타 총출동

이날 행사장은 연말 시상식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영화, 음반, 게임 등 콘텐츠업계 관계자들과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했다. 영화계와 가요계 대표 토론자인 영화배우 정준호와 가수 백지영을 비롯해 씨크릿, 나인뮤지스, 장우혁, 허각, 씨스타, 걸스데이, 티아라, 주얼리 등 아이돌 가수 50여 명이 청중석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들러리에 그치지 않고 국내에 불법 복제가 만연된 책임을 먼저 정부에 돌렸다. 이 자리엔 공동 주최자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비롯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황희철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콘텐츠 업계의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싸이더스 대표 출신인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오늘 4개 부처 장관들 축사가 무서웠다"면서 "불법 복제의 가장 큰 책임은 계몽해야할 국민이 아니라 그동안 콘텐츠 보호책임을 방기한 정부에 있다"고 따졌다.

차 회장은 "국민 계몽보다 강력한 콘텐츠 보호 정책을 펴야 하는데 문광부는 늦게나마 심각성을 인식했지만 방통위와 법무부는 문제 심각성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면서 "웹하드 업체의 기업적 저작권 침해는 불법으로 돈 버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범죄재산 몰수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직무대행은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률이 40%로 세계 평균 이하로 내려갔지만 20%인 미국과 일본보다는 2배나 많다"면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대부분 기업에서 하는 만큼 정부에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야 하고 정부 역시 소프트웨어 구매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 한국영상산업협회 회장 역시 "불법 복제를 많이 하는 정부기관, 공공기관, 도서관, 학교부터 못하게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초입 단계에 들어가면서 저작물을 갖다 쓰는 입장에서 저작권을 가지는 지위로 올라섰다"면서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면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데 정부부터 솔선수범해 적법한 콘텐츠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곽승준 위원장은 "콘텐츠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 확산에 정부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서 "오늘 협약식을 계기로 방통위와 법무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에 참석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저작권 보호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에 참석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저작권 보호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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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K팝 확산으로 이익 보는 건 아티스트 아니라 기업"

아울러 대기업, 포털 등이 주도하는 콘텐츠 유통 체계와 콘텐츠 가격 문제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작곡가 김형석씨는 "웹하드 사업이 등록제로 바뀐 건 고무적이지만 포털 검색을 통한 영화, 음악 불법 게재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네이버가 1년 검색 수익이 1조 원을 넘지만 콘텐츠 제작자 수익 배분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음원 가격도 아이튠즈가 한 곳당 1000원꼴인데 비해 우리는 3000원만 내면 무제한인 터무니없는 가격이어서 정상적인 수입이 어렵다"면서 "불법 콘텐츠가 만연하면 가격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불법 복제와 가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예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음원 유통 과정이 복잡해 한류, K팝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 건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업들"이라면서 "음반 산업계가 바뀌지 않으면 아티스트 세계를 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지영씨는 "우리 음반 시장이 과대평가돼 이런 행동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배고프게 활동하는 많은 약자들을 위한 장치임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영화계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지난 10년 사이 극장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했는데 TV, 온라인 등 부가시장은 8000억 원에서 800억 원으로 1/10로 줄었다"면서 "IT 강국이면서 IT 기술이 불법 웹하드 이용 등 다른 쪽에 이용되다보니 온라인에서 수익을 못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준호씨 역시 "부가시장이 튼튼해야 영화 제작사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관객이 100만, 200만, 300만이 들어도 손해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이돌 스타들도 방명록에 "영화-음악 발전을 위해" "불법 다운 노!" "불끈!!" 등 글을 남겨 음반, 영화 등 불법 다운로드 중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적극적 단속 의지로 화답했다. 임원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은 "불법 복제 단속은 합법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라면서 "단속이나 교육-홍보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만큼 지속적이고 단호한 단속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 참석한 연예인들이 방명록에 올린 글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육성과 불법 복제 방지 토론회' 참석한 연예인들이 방명록에 올린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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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저작권, #불법복제, #콘텐츠산업, #K팝,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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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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