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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문경새재를 거꾸로 넘는 이들도 있었어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휴양림 쪽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을 거쳐 제1관문인 주흘관까지 가는 길이 6.5km 쯤 된답니다.
▲ 문경새재를 넘다 우리처럼 문경새재를 거꾸로 넘는 이들도 있었어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휴양림 쪽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을 거쳐 제1관문인 주흘관까지 가는 길이 6.5km 쯤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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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는 웬 고~갠고, 구보야~구보구보가 눈물이로구나! 이 노래, 며칠 앞서 자기가 편곡도 했잖아. 그런데 우리가 여길 간단 말이지?"
"하하하, 맞아. 우리 내친 김에 문경새재도 가보자. 그런데 다들 보니까 새재로 갈 때 문경에서 올라가던데, 우리는 거꾸로 한번 가보자."
"거꾸로 간다고? 그럼 어디에서 올라가야 하는데?"
"충북 괴산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거든. 연풍면인데, 일단은 문경까지 가서 거기서 소조령 가는 버스를 타보자. 안 되면, 연풍면에서 시내버스도 있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거야."

요 몇 주 동안은 자전거를 두고 시외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다녔어요. 지난번에 다녀온 문경석탄박물관과 토끼비리, 고모산성도 그렇게 다녀왔지요. 이곳들은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랍니다. 어떻게든 가려고 하면 갈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둘러볼 수가 없기에 큰 맘 먹고 자전거는 두고 시외버스로 가게 된 거지요.

이번에는 문경새재를 가보려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 문경에서부터 가지 않고 거꾸로 가자고 하네요. 문경새재는 제1관문부터 제3관문까지 있는데, 알고 보니 문경에서 가는 사람들은 대개 제2관문까지 가보고 그냥 돌아서는 이들이 많다고 하네요. 걸어서 가기에 꽤 먼 거리라서 거의 그렇다고 하더군요.

문경새재 고개를 온전히 넘어가려면,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가봐야 될 텐데 일부러 계획까지 세워서 가는 건데 꼼꼼하게 모두 둘러볼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거꾸로 올라가서 문경 쪽으로 내려오려고 합니다.

헉! 이게 직행버스 정류장이라고?

구미에서 아침 첫 차를 타고 점촌시외버스터미널로 가고 곧바로 다시 버스를 타고 문경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어요. 소조령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그건 없다고 하고 연풍면까지 가서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고 하네요.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은 작지만 매우 잘 단장되어있답니다.
▲ 문경시외버스터미널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은 작지만 매우 잘 단장되어있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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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평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문경 장에 가끔 나오는데,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장을 보고 가신대요. 가방이 몹시 무거워보였는데, 설거지할 때 쓰는 물비누와 막걸리도 사가지고 간다고 했어요.
▲ 터미널에서 만난 할머니 갈평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문경 장에 가끔 나오는데,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장을 보고 가신대요. 가방이 몹시 무거워보였는데, 설거지할 때 쓰는 물비누와 막걸리도 사가지고 간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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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표를 끊고 터미널 둘레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은 새 단장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어요. 말끔한 게 시골버스터미널 치고는 꽤 예뻤답니다. '갈평'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가끔 문경장에 나와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가지고 가신대요. 가방이랑 따로 꾸린 보따리가 꽤 무겁게 보이더군요.

허리도 많이 굽은 분이셨는데, 저 많은 짐을 어찌 지고 가실까 걱정되어 여쭈었더니, 무겁긴 해도 괜찮다 하시네요. 설거지할 때 쓰는 물비누와 막걸리도 몇 통 사가지고 간다면서,
"무겁기는 해도 여 오면 이래 한번 사가지고 가믄 한참은 쓰니께 괘안아요" 하시면서 웃으십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차를 기다리던 할머니보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일어섰어요. 이윽고 연풍면에 닿았는데 생각보다 꽤 가까운 거리더군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이고! 차창 너머로 한눈에 들어서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연풍직행정류소'이었어요. 말이 버스정류장이지, 무척이나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답니다. '여기에 과연 버스가 서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깥에서 봐도 안은 텅 비어있고, 손님 하나 없어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걸상 두 개, 탁자 하나, 벽에 걸린 거울 하나, 그리고 달력종이 뒷면에다가 적어놓은 버스 시간표가 다였어요. 한쪽 곁에는 지난날엔 매점을 했던 듯했으나 지금은 굳게 닫아놓았더군요. 이 낡고 오래된 정류장을 보는데 왠지 가슴 한 쪽이 썰렁하더군요. 매점까지 차렸던 걸 보면, 그래도 지난날엔 꽤 많은 손님들이 오갔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답니다.

헉~! 이게 버스정류장이라고요? 지금은 몹시 낡고 찾는 이가 하나도 없을 듯한데, 그래도 지난날에는 매우 많은 이들이 버스를 타려고 오던 곳이랍니다.
▲ 연풍직행정류소 헉~! 이게 버스정류장이라고요? 지금은 몹시 낡고 찾는 이가 하나도 없을 듯한데, 그래도 지난날에는 매우 많은 이들이 버스를 타려고 오던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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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종이 뒷면에다가 쓴 차 시간표에요. 퍽이나 정감이 넘치지요? 그래도 이곳에서 부산도 가고 대구도 가고 울산도 갑니다.
▲ 차 시간표 달력종이 뒷면에다가 쓴 차 시간표에요. 퍽이나 정감이 넘치지요? 그래도 이곳에서 부산도 가고 대구도 가고 울산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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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마자 연풍버스정류장 사진을 찍고 달력종이에 쓴 차 시간표를 들여다보니, 이미 버스는 떠나고 없고 못해도 한 시간 반은 더 기다려야 하더군요.

아까부터 우리를 눈여겨보던 아저씨 한 분이 다가와서 어디를 가느냐고 묻습니다. 조령산자연휴양림으로 간다고 하니, 버스는 벌써 떠났고 걸어서 가려면 한참 가야 한다고 합니다. 아까 내릴 때부터 봤던 택시기사님이셨어요. 우리는 버스 오기를 기다리자니 너무 늦고 해서 택시를 탑니다. 연풍정류소에서 휴양림까지는 거의 7km 쯤 되더군요. 날은 덥고 문경새재 길만 해도 그만큼 된다고 하는데 택시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틀었다가 남편한테 호되게 혼나다

휴양림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은 참 멋스럽고 시원합니다. 숲길이 잘 단장되어 있어서 걸어서 가기에 참 좋더군요. 가는 내내 오르막이기 때문에 힘들기는 해도 숲 그늘로 걸어가는 기분이 꽤 남다릅니다. 시원한 그늘,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맡으며 걷는데 조금 심심한듯해서 손전화기 음악을 켰어요.

"음악 꺼!"
"응? 왜?"

남편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꾸짖으며 음악을 끄라고 합니다. 그리 크게 하지도 않았고 우리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켰는데도 끄라고 하네요. 말없이 얼른 껐어요.

"저기 새 소리 들리나?"
"응. 들려."
"거 봐. 음악을 틀면 저 소리를 못 듣잖아. 자연을 느끼려고 예까지 찾아왔는데, 음악 소리 때문에 저 맑은 소리를 못 들으믄 안 되잖아."

부끄러웠어요. 자전거를 타고 갈 때도 높은 오르막길 갈 때 힘들면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잊곤 했는데, 여기에선 너무나도 단호하게 꾸짖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더군요.

시원한 숲길을 걸으면서 가장 짜증이 많이 날 때에요. 가는 내내 오르막길이고 그다지 넓은 길도 아닌데, 틈틈이 차들이 올라옵니다. 뒤에서 차 소리가 나면 걷는 이는 늘 길 한쪽으로 비켜서야 하지요.
▲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자동차들 시원한 숲길을 걸으면서 가장 짜증이 많이 날 때에요. 가는 내내 오르막길이고 그다지 넓은 길도 아닌데, 틈틈이 차들이 올라옵니다. 뒤에서 차 소리가 나면 걷는 이는 늘 길 한쪽으로 비켜서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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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에 애완동물과 자전거는 안 돼요!

애완견,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그런데 누리집 게시판에 보니까, 생각 밖으로 왜 안 되냐고 따지듯이 묻는 이들이 많더군요. 왜 안 되는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우리 지킬 건 지키자고요.
▲ 도립공원에서는 지켜야할 게 많아요 애완견,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그런데 누리집 게시판에 보니까, 생각 밖으로 왜 안 되냐고 따지듯이 묻는 이들이 많더군요. 왜 안 되는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우리 지킬 건 지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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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한테 방해가 되잖아. 저 사람들도 산에 올라올 땐, 자연을 몸으로 느끼려고 올 텐데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어젯밤에 문경새재 누리집에 가서 게시판 글을 봤는데, 애완동물을 데리고 가면 왜 안 되냐고, 또 애완견은 반려동물인데 왜 안 되냐고 따지듯이 묻는 사람이 있더라.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았단 말이라. 그게 생각이 있는 사람이가?"
"그렇지. 그건 안 될 말이지."
"애완동물이 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애완동물을 허락하면 도마뱀 키우는 사람, 이구아나, 원숭이, 또 뭐냐? 뱀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 있잖아. 그럼 그 사람들도 애완동물이라고 너도나도 다 데리고 여길 온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끔찍하냐? 그리고 개라고 해도 그래여. 우리도 개를 키우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은 제 아무리 애완견이라고 해도 끔찍하게 싫어하거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동물들은 사람한테는 병을 옮기지 않는다고 해도 같은 동물끼리는 얼마든지 병을 옮길 수도 있단 말이라. 그래서 이런 도립공원에는 더 못하게 하는 거라."
"맞아. 내가 잘못했어. 생각이 짧았어. 그런데 이런 데는 자전거도 못 들어가게 한다며?"
"안 되는 게 맞아여. 우리도 잔차 탈 때 생각해봐 선산에 비봉산 임도 내려오다가 싱글길(등산길) 만나잖아 거서 내려올 때, 등산하는 사람들 마주치면 말은 안 해도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라고 거는 길도 얼마나 위험하나? 게다가 몇몇 뽐내는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타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잖아."
"그래 그래 맞아. 그런 사람들 꼭 있어. 나도 전에 같이 갈 때 보니까 사람들한테 억수로 미안하더라고."

그렇지 않아도 아까 제3관문인 조령관에 들어서기에 앞서 팻말에 애완동물, 자전거는 출입을 금한다는 걸 봤어요. 지금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확실하게 알겠어요. 또 생각 밖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았답니다. 이름난 곳이기도 하지만, 꼭 도립공원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여러 사람이 오는 곳에 애완동물을 데려 온다거나 자전거가 들어와서 걷는 이들을 위협하는 건 절대로 안 될 말이지요.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비고 나들이를 다니지요. 시원하고 맑은 자연을 느끼면서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말 할 수 없이 즐겁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자전거도 가서는 안 될 곳이 있지요. 위 사진은 몇 해 앞서 울진 통고산 임도 라이딩 때 찍은 사진이랍니다. 이런 곳에는 갈 수 있지만, 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 그리고 웬만하면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곳에는 어지간하면 가지 않는 게 좋아요. 걷는 이들한테 방해가 되니까요.
▲ 산길과 자전거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비고 나들이를 다니지요. 시원하고 맑은 자연을 느끼면서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말 할 수 없이 즐겁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자전거도 가서는 안 될 곳이 있지요. 위 사진은 몇 해 앞서 울진 통고산 임도 라이딩 때 찍은 사진이랍니다. 이런 곳에는 갈 수 있지만, 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 그리고 웬만하면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곳에는 어지간하면 가지 않는 게 좋아요. 걷는 이들한테 방해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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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넘기 힘들었다는 문경새재 옛 길

문경새재 길을 참 잘 다듬어놨답니다. 길목마다 팻말로 이정표를 세워놓고 구석구석 뜻 깊은 이야기들을 짧게 소개한 글귀들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더군요. 제3관문인 조령관에서 2관문인 조곡문까지 오는 동안 틈틈이 옛 과거길이라는 팻말을 봤는데, 지금처럼 넓고 잘 다듬어진 길이 아닌, 오솔길이었답니다.

일부러 그 길로도 가봤는데 옛 사람들이 나처럼 이곳을 지나다녔을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은 나보다 앞서 걸으면서 시조를 읊기도 했다가 근엄하게 '음하하하' 하고 웃기도 하면서 옛사람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나도 따라 '문경 새~재는 웬 고~갠고' 하면서 아리랑도 불러봅니다. 이 길도 지난번에 봤던 토끼비리처럼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걷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경새재 아리랑에 '구보야 구보야' 이게 뭘 말하는 거지?"
"굽이굽이 산길이라는 거지. 문경새재가 새도 날아서 넘어가기 힘든 고개라 하잖아. 그만큼 굽이굽이 고갯길이라는 말이겠지. 이쪽 말로 구보야 구보야 그렇게 말했을 거라."

날개 달린 새도 넘어가기 힘들어 문경새재라 했다던 이 고개, 또 풀(억새)이 우거져 '초점'이라고도 하고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에 있는 재라 하여 '새재'라고 했다네요.

새재 가는 내내 황톳길로 되어 있어 발이 무척 편했어요. 더러 맨발로 신발을 들고 걷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더군요.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숲 그늘을 걷고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새소리도 들으며 걷는 기분이 퍽이나 좋습니다. 마음도 한층 더 너그러워지는 듯했지요.

이쪽 사람들이 짓고 살았던 귀틀집도 따로 마련되어 있고, 낙동강 발원지도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낙동강 발원지는 따로 다듬고 만들었기에 오히려 그 원형을 볼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어요. 누군가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돌탑 사이에 끼워둔 쪽지 한 장에 그 마음을 담아 적었더군요. 이런 걸 보면, 옛 것을 다듬고 다시 고쳐 짓는 게 꼭 나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답니다.

문경초점, 문경새재의 옛 이름이지요. 바로 이곳이 낙동강발원지라고 하는데, 글쎄요. 너무 잘 다듬어 놓은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 낙동강 발원지 문경초점, 문경새재의 옛 이름이지요. 바로 이곳이 낙동강발원지라고 하는데, 글쎄요. 너무 잘 다듬어 놓은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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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세종지리지 9권이 슬프다 발원지 뜻이 무엇인지? 流水가 발원지라니? 문경초점이 어디메뇨? 모르는가? 사람이 없다는가?] 라고 쓴 쪽지를 돌틈에 끼워놨어요. 무엇이든지 깔끔하게 새단장하고 꾸미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낙동강발원지 누군가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세종지리지 9권이 슬프다 발원지 뜻이 무엇인지? 流水가 발원지라니? 문경초점이 어디메뇨? 모르는가? 사람이 없다는가?] 라고 쓴 쪽지를 돌틈에 끼워놨어요. 무엇이든지 깔끔하게 새단장하고 꾸미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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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관문 조곡관에 들어서니, 여러 가지 이정표가 붙었는데 조곡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가는 시간이 적혔더군요. "80분 소요됨". 이래서 많은 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겠더군요. 길은 잘 되어있었지만 걸어서 올라오는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 또 3관문까지 가는데 80분이나 걸린다니 다시 돌아갈 길을 생각하면 아득하지 싶네요. 어쨌거나 우리는 거꾸로 올라왔기에 그 길로 내려가는 길만 가면 되니까 거꾸로 충북 괴산 땅에서 시작한 게 참 잘했다 싶었답니다.

황톳길을 걸으며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재미가 퍽 남다릅니다.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 사람들이 비행기 기름에 쓴다고 소나무에 상처를 내어 송진을 뽑아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아픈 과거, 곳곳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에다가 상처를 낸 걸 보니 가슴 아프기도 했어요.

제1관문 주흘관까지 내려오는 길목에도 볼거리가 넘칩니다. 골짜기 맑은 물 위에 놓인 섶다리도 멋스럽고, KBS사극 촬영장 안도 참 볼 만했답니다. 사극에서 많이 봐왔던 옛 궁궐과 민초들이 살았던 초가까지 가는 곳마다 옛 것 그대로 모습을 본떠놨기에 참으로 훌륭했어요. 때마침 촬영하는 모습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갓 쓴 선비가 대문간에 걸터앉아 잠깐 쉬며 손전화기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찍어 <오마이뉴스> '엄지뉴스'로 보내기도 했지요. 덕분에 이번에 '엄지짱'도 되었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송진을 뽑아내려고 이렇게 소나무마다 흠집을 내었어요. 그 아픈 상처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문경새재를 내려오는 길목에 이런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소나무가 무척 많아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 상처난 소나무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송진을 뽑아내려고 이렇게 소나무마다 흠집을 내었어요. 그 아픈 상처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문경새재를 내려오는 길목에 이런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소나무가 무척 많아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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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땅 연풍면에서 시작한 문경새재 나들이길, 숲길을 걸으며 옛 발자취를 따라오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답니다.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그 길을 걸어서 넘어오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다듬어놓은 길도 멋스러웠고, 구석구석 옛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알려주는 알림판들도 꽤 인상 깊었답니다.

11km 남짓 걷다보니, 다리는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무척이나 알차게 보냈지요. 이쪽에 오는 길이 있거들랑 꼭 한번 다녀가세요. 꼼꼼하게 둘러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들을 많이 안고 갈 수 있을 겁니다. 참, 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가실 때는 애완동물이나 자전거는 꼭 삼가세요.

문경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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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경새재, #조령산휴양림, #애완동물, #문경초점, #낙동강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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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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