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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포에서 등대 대신 동굴을 보고

용기포 해안
 용기포 해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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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식당에 내려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쳤다. 얘기를 들어보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에 일출을 보러 나갔다 온 모양이다. 그러나 안개가 껴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모텔 사장이 여름에는 일출을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밥을 먹고 8시가 되자 버스는 용기포 쪽으로 출발한다. 용기포 근방에 있는 등대 주변을 보기 위해서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산길을 따라 등대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그 등대가 군부대 지역이어서 개방을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우리는 고개를 넘어 해안가로 간다. 그곳에 있는 동굴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백령도에는 바닷물의 침식으로 생긴 동굴이 곳곳에 있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니 저 멀리 대청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동굴은 과거 바닷물의 침식으로 생겼지만, 지금은 물이 들어오지 않아 피신이나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용기포 동굴
 용기포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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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굴이 길지는 않다. 조금 더 들어가니 막다른 벽이 나온다. 안이 너무 어두워 과거에 삶의 흔적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동굴을 나온 우리는 해안을 따라 산책을 한다. 해안의 돌은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아직 몽돌이나 모래가 되려면 멀었다. 그 대신 따개비나 소라, 다시마 등 바다생물들이 많이 붙어 있다.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있는 해안이다. 이곳의 바위 역시 두무진처럼 규암, 편마암 계열로 볼 수 있다.  

사곶 해변은 천연 비행장이다

사곶 해변
 사곶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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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 해변이다. 용기포항에서 백령대교까지 펼쳐진 규조토 해안으로 길이가 3㎞나 된다. 더욱이 사곶 해변은 썰물 때 폭이 200m나 되어 해수욕장으로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웃하고 있는 콩돌해변과 함께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사곶 해변의 학술 명칭은 사곶 사빈(沙濱)이다. 사빈이란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되어 만들어진 물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곳에 퇴적된 것은 일반 모래가 아니라 규암가루라고 한다. 그 때문에 공극이 작아 단단한 모래층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빈은 단단한 모래층으로 인해 위로부터의 압력을 견디는 힘이 있고, 그로 인해 자동차의 통행뿐 아니라 비행기의 착륙이 가능하다. 그래서 6․25사변 때 UN군의 비행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창바위 쪽에서 바라 본 사곶 해변과 용기포
 창바위 쪽에서 바라 본 사곶 해변과 용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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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차는 모래사장을 2㎞쯤 운행한 뒤 멈춰 선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차를 내리라고 한다. 약 1㎞쯤 떨어진 곳에 차가 서 있을 테니 그곳까지 걸어오라는 것이다.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에 들어선다. 모래를 밟는 감촉이 아주 좋다. 한 마디로 모래와 진흙의 중간 정도 느낌이다. 모래는 버석이는 감이 있는데 그게 없고, 진흙은 달라붙는 감이 있는데 그게 없다.

바닷물에 들어가니 아직은 물이 차갑다. 수온이 낮아 오랫동안 물에 발을 담글 수가 없다. 이곳 해안은 여름에 해수욕장으로 쓰이는데, 아직은 물이 차가워 우리 같은 관광객들만 눈에 띈다. 한 여름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절반은 민간인이 사용하고 절반은 군인이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어 모두 관광객 차지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는 갈매기들이 한가하게 놀고 있다.

종패를 바다에 뿌리는 사람들
 종패를 바다에 뿌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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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곳 해수욕장에서는 비단조개가 많이 잡혔는데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사라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옹진군에서는 종패를 바닷가에 뿌리는 작업을 하는데 아직은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모래사장을 따라가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조개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조개껍질도 거의 없다. 오히려 차가 지나간 바퀴자국만이 선명하다.

조금 더 가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보인다. 우리는 발을 털고 차 안으로 들어간다. 가이드 겸 버스 기사 겸 모텔 사장이 신발을 신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바로 콩돌 해변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곳은 특히 맨발로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고, 또 발마사지 효과가 있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콩돌 해변은 사곶 해변에서 지척이지만, 바닷가로 절벽이 있어 화동염전을 지나 산을 넘어 가게 되어 있다.

콩돌 해변에서 자갈을 밟는 재미

콩돌 해변
 콩돌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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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돌 해변에 이르니 초입에 장사하는 분들이 여럿 보인다. 막걸리도 팔고 두부도 팔고 옥수수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판다. 우리는 먼저 자갈이 있는 해변으로 접어든다. 돌들이 콩보다는 훨씬 크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바닷물이 닿는 곳의 자갈 색깔이 좀 더 선명하다. 물기가 마른 자갈은 약간 뿌연 느낌이 든다. 함께 한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그렇게 아름답던 돌이 집에 가지고 가면 그 모양이 안 난다고 말한다. 바로 그 물기 때문인 것 같다.

이곳의 자갈은 크기가 적당해 밟기가 좋다. 아프지도 않고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은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는 장기의 어떤 부분이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여름이 본격화되질 않아 사람은 그렇게 많질 않다. 그래도 한 군데 사람들이 몰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하고 봤더니 tvN방송사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현빈을 사랑하는 사람들
 현빈을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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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알아보니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현빈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제작의 초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빈에 대해 사람들이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백령도 관광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화면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온 사람치고 현빈이 백령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TV에 나온다는데 현빈을 모른다거나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번째 화면이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과 상인들에게 현빈 때문에 장사가 잘 된다는 멘트를 받아내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콩돌 해변에서 장사하는 사람 중 어느 누구도 현빈 때문에 장사가 잘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 현빈이 백령도에서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이지 연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백령도에서 1박2일 촬영이 있고난 후 관광객이 쇄도한 적은 있었다고 말한다.

콩돌 해변 주위를 순찰하는 병사들
 콩돌 해변 주위를 순찰하는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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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힘이 대단한 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연예인들의 지역 소개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지역을 제대로 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을 진정으로 또는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여하튼 현재 현빈과 백령도는 별개의 사안이다. 현빈은 현빈이고, 백령도는 백령도다. tvN의 촬영진이 촬영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콩돌 해변을 나온다.

콩돌 해변은 남포리 오금포 남쪽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해변의 길이는 800m이고 폭은 30m이다. 콩돌은 백령도 암석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규암이 부서진 다음, 파도에 의해 닳고 닳아 콩과 같이 매끈한 자갈로 변한 것이다. 자갈의 색깔은 회색, 갈색, 적갈색이 주류를 이루고 흰색과 청회색도 섞여 있다. 콩돌해안은 백령도의 독특한 지질과 암석을 잘 보여주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었다.

서해 최북단 기념비에서 느끼는 감회

창바위
 창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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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해변을 보고 우리는 백령도의 북쪽 해변으로 갈 예정이다. 가는 길은 백령대교를 지나 진촌리로 해서 고봉포로 이어진다. 그런데 백령대교 근방에 볼 것이 있어 중간에 잠시 멈춘다. 창바위다. 바위 가운데 창 모양의 구멍이 뚫려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침 바닷물이 빠져 창바위까지 갈 수가 있다. 왼쪽으로 보니 거북이 모양의 바위도 보이고 그 너머로 사곶 해안이 펼쳐진다.

창바위 옆에는 갑문이 만들어져 있다. 이 갑문으로 바닷물의 출입을 막아 안으로 백령호가 생겨났다. 현재 백령호는 담수호로 진촌리와 북포리 일대 농토에 용수를 공급해주고 있다. 백령도는 이처럼 간척지를 만들어 농토를 확장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섬 중 크기가 14번째 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척을 통해 농토가 늘어나면서 8번째로 큰 섬이 되었다고 한다. 이 갑문 안쪽에 동서로 낸 다리가 백령대교다. 말이 대교지 길이는 30m쯤 되어 보인다.

서해 최북단 기념비
 서해 최북단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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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문 밖 바닷물에는 숭어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갑문 안 백령호에는 간척사업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옆 도로변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알리는 기념비도 서 있다. 누가 뭐래도 백령도는 서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이곳에서 평양까지 거리가 인천보다 가까운 사실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몽금포타령에 나오는 장산곶, 6․25사변 후에도 우리 땅이었던 초도, 평양으로 가는 관문 진남포로의 길이 막혀있는 게 안타깝다. 아니 한스럽다고 말하는 게 맞다. 


태그:#용기포 등대, #사곶 해변, #콩돌 해변, #현빈, #백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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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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