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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
 오강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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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는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종교학을 가르쳤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인 2001년이다. 당시 나는 10년간 영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막 귀국하여 <함석헌 평전>을 냈고 그는 캐나다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잠시 귀국하여 명저 <예수는 없다>를 냈다. 그 얼마 후 한 모임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많은 나이 차이에도 금방 마음이 통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함석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강남 교수는 10년 전 <예수는 없다>에서 무조건적인 신앙심, 타인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에 대해 친절하고 차분한 논리로 비판했다. 또한, 표층차원에서 인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예수가 아니라 심층차원에서 들여다본 예수와 그의 가르침을 한국사회에 소개했다.

그동안 기독교뿐 아니라 동양철학 등 세계 주요종교에 대해 책을 여러권 쓴 오 교수는 최근 <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교수가 만난 영성의 거인들>을 냈다. 또 "요즘 한국 종교가 왜 이러는가?"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한국 종교의 본질적 문제점을 지적한 서울대 성해영 교수와의 대담집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도 발간했다.

요즈음 이상적인 종교와 종교인의 모습에 목말라 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가닥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심정으로 지난 15일 인사동 한 찻집에서 오강남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오 교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스스로 종교적이라고 공언하는 정치인들, 결국은 표층종교인 셈"

- "독자들이 종교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는데 '또 하나의 시각'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종교'라고 하면 보통 빌어서 복을 받는 행위나 착한 일을 해서 어디 가는 것과 연결된 무엇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종교에는 분명 이런 면도 있지만, 세계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보면 이런 면보다 더 깊은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에서 발견되는 이런 심층적인 면을 보는 시각을 나는 '또 하나의 시각'이라 해 본 것이다."

- 표층종교를 "기복신앙, 맹목신앙, 문자주의"로 표현했고 심층종교는 "사랑, 깨달음, 뜻" 등으로 표현했는데, 현재 한국 종교인 다수가 표층종교 상태에 있다고 보면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믿으면 복 받고 잘 산다는 식의 표층차원의 종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자기중심주의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금의 내가 이 세상에서도 잘 살고 내세에서도 잘 살게 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인 메시지일 수 있다. 또 종교지도자들이 교인들에게 종교의 표층만 강조하고 심층차원을 등한시하거나 심지어 심층차원으로 심화하겠다는 이들을 억압하거나 방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이라 본다.

<도마복음>이라는 책에 보면 심층에 이를 수 있는 사람들이 '천에 하나 만에 둘'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처럼 심층차원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도 표층 신앙인이 많은 원인 중 하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물에 콩 나듯 한 현상은 물론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이 표층에서 벗어나 심층에 접할 수 있다고 본다."

- "종교를 개인적·집단적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마술 방망이쯤으로 생각할 수 없어졌고" 그래서 "문제는 종교에서 심층 차원을 찾는 것"이라 했는데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제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나 병 고침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옛날 은행도, 병원도, 학교도 없는 시절 종교가 이런 역할을 일부 담당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목적으로 종교를 찾는 일이 별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종교의 의미를 정신적 자유와 서로 간의 사랑, 나아가 평화, 정의, 생태계의 안정 같은 것에서 찾게 되었다. 종교의 심층은 바로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심층에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모든 종교가 약간씩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지금의 나를 비우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 눈을 떠서 지금껏 보지 못하던 실재의 세계를 보는 것, 의식의 변화를 체험하는 것, 쉬운 말로 깨닫는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 문맹자에 불과했던 예수나 무함마드가 몇 천 년이 지나도 인류에게 위대한 스승이나 종교 지도자로 여전히 존경받을 수 있었던 힘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 문화적·정치적·역사적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종교 창시자들은 몸소 참된 깨달음이라는 심층차원의 종교적 체험을 하고, 이런 깨달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함께 이런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긴 분들이라 할 수 있다."

- 소크라테스를 "하늘의 철학을 지상으로 끌어내린 위대한 현자"라고 정의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하다. 물론 이 말은 그가 한 말이 아니라 신탁이지만, 그는 이 말을 통해 우리가 진정 누구인가 하는 것을 '깨달으라'고 한 것이다. 그가 말한 '알라(그노시)'라는 말은 '깨달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관심을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한 셈이고, 이런 면에서 종교의 심층차원을 이야기한 셈이라 할 수 있겠다."

- 책에서 "예수가 겪고 물리친 3가지 시험을 요즘말로 경제적·종교적·정치적 유혹"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참된 종교의 목적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것도,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막강한 권위로 세상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기독교인 대통령 부시나 MB는 "경제적·종교적·정치적" 시험을 물리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추구해서 막강한 권위로 세상을 휘어잡았는데 현대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스스로 종교적이라고 공언하는 많은 정치인들의 경우, 그들이 말하는 '종교'라는 것이 결국은 표층종교인 셈이라 생각한다. 표층종교에서는 이처럼 지금의 자기를 확대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경제적·종교적·정치적 권력을 신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심층에 이르면 부처님도, 예수님도 이런 외형적 성공 여부에서 좌우되지 말고 진정으로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준 분들로 이해하면 되겠다."

"불교인과 기독교인, 여러 문제 해결에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 현암사 북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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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최근 발견된 <유다복음>에서는 유다가 배신자가 아니라 예수의 부탁을 받고 이런 일을 했다고 되어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예수의 고난이나 그에 따른 십자가형 등은 예수가 '의도하고 계획한 자작극'으로 볼 수도 있나?
"<유다복음>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물론 정통 기독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 지금 서양에서는 종래까지의 근본주의적 기독교가 많은 이들에게 '반지성적, 독선적, 문자주의적, 스스로 의로운 척, 우익정치에 무비판적으로 경도된' 종교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에서 주류 기독교인들이 모습이 바로 "반지성적, 독선적, 문자주의적, 스스로 의로운 척, 우익정치에 무비판적으로 경도된 종교집단" 아닌가?
"개인적으로 상당수 그렇다고 본다. <종교, 심층을 보다>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심층에 접하지 않고 종교적 발달장애 상태에 머무르기를 고집하는 표층종교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본다."

- 책에서 1940년대 동양사상을 서양에 소개한 임어당이 "전체 동양 문헌 가운데 어느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노자의 <도덕경>"이라고 했다.
"<도덕경>은 사물을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식으로 보지 말고 '이것도 저것도' 하는 식으로 보라고 한다. 말하자면 이분법이 아니라 비이분법, 혹은 초이분법적으로 사유하라는 뜻이다. 또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하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처럼 살라고 한다. 물론 동양이 이런 이상대로 살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심저에 이런 식 사유방식이 무의식적으로라도 들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 서양이 더 동양적이고 동양이 더 서양적인 면이 보인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겠다."

- 붓다의 유언이 "모든 것은 덧없다. 게을리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고 했는데 언 듯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모순된 것 같다.
"모든 것이 덧없으니 이런 덧없는 것에 얽매지 않고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뜻이겠다."

- 책에 한국 사상가로는 류영모와 함석헌에 대해 썼는데 이분들의 사상이 오늘 한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이 두 분은 종교의 심층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상가라고 여겨진다. 원효·의상·퇴계·율곡 같은 분들도 있지만, 이런 분들은 동양사상만을 배경으로 하여 그들의 사상을 전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류영모·함석헌은 동서사상을 모두 아우르면서 그 심층에 있는 진수를 한국적 표현방법을 사용해서 나름대로 보여준 분들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동서사상에 정통한 사상가·종교인들의 출현은 세계사상사에서 드문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 비교종교학자로서 한국 종교인, 특히 불교인과 기독교인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둔 이 두 종교가 서로 대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종교의 심층에 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두 종교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의식의 변혁, 특수 인식능력의 활성화, 좀 더 친숙한 표현으로 깨달음이나 깨침 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나아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심층종교적 경험을 통해 환경문제, 인권문제, 성차별문제, 인종차별 문제, 경제적 정치적 정의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종교, 심층을 보다> / 현암사 / 520쪽 / 2만 원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북성재 / 252쪽 / 1만2000원



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지음, 현암사(2011)


태그:#오강남, #김성수, #예수, #불교, #기독교, #함석헌, 유영모, 예수는 없다, 도마복음,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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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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