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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등록금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매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다. 물꼬를 튼 것은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5월 25일자 1면에서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현상을 비판하더니 지난 7일자 1면에선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전환된 실태를 고발했다. 오늘(8일)은 전국 44개 사립대가 65세까지 정년 보장이 되는 교수들에게 연봉을 1억 원 이상을 주고 있으며, "등록금 9% 올릴 때 교수 연봉은 16% 뛰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조선일보>도 지난 6일부터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 상위 20% 가정도 '휘청'거릴 만큼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점 ▲ 등록금은 세계 최고지만 장학금을 받는 저소득 학생은 9%에 불과한 점을 거론하더니, 오늘(8일)은 지방대 학생이 서울의 대학생보다 등록금 대출을 두 배 이상 많이 받고 있다고 보도한다. 생활고로 등록금 대출을 받지만 취업은 더 어려운 지방대생들의 '이중고'를 주목한 것이다.

조선일보 6월6일자 3면
▲ 등록금 조선일보 6월6일자 3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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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중앙>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까.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등록금 문제를 무시해왔던 <동아일보>도 오늘(8일) '허리 휘는 20대'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오늘(8일) 대다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을 장식한 것은 '반값 등록금' 문제였다. 바야흐로 등록금 문제가 거의 모든 언론의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는 '외면'하고 사학재단을 비판하는 이유

'반값 등록금'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언론의 이런 태도변화는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다만 <조선>·<중앙>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주목하는 방식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신문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개최되는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는 외면하면서 사학재단을 비판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조선>·<중앙>이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주목할 거라고 기대한 사람이 있을까?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의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외면은 이런 점에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증'과 재단적립금 문제를 <조선>·<중앙>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점이다. '촛불집회 외면'은 '등록금 문제' 외면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조선·중앙일보는 이 공식에서 벗어난 보도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대학등록금 보도 정치학'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일보 2011년 6월7일자 1면
▲ 사립대 등록금 중앙일보 2011년 6월7일자 1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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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등록금 문제를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의 폭발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생의 70%가 공립에 다니고 우리는 80%가 미국 공립보다 비싼 사립에 다니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사실상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조선일보> 6월 7일 사설)라는 지적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없다. 상위 20% 가정도 '휘청'거릴 만큼 "사실상 세계 1위 등록금을 내고 있는" 현실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걸, <조선>·<중앙>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가 지난 7일자 사설에서 "이런 상황은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상황의 절박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과 <중앙>의 '영악함'이 발휘되는 건 여기서부터다. 이들은 대학등록금 기사를 통해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아니라 사학재단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등록금은 세계 최고 … 장학금 받는 저소득 학생은 9%> <대학들 지나친 등록금 의존이 문제> <재단적립금 500억 이상 대학 46곳> (이상 <조선일보> 6월 6일자 3면) <사립대, 등록금서 8100억 빼돌렸다>(<중앙일보> 6월 7일자 1면) <일부 대학, 등록금 160억 빼내 '건축 적립금' 꼬리표 달아>(<중앙일보> 6월 7일자 4면) <등록금 9% 올릴 때, 교수 연봉 16% 뛰었다>(<중앙일보> 6월 8일자 1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중앙>의 등록금 보도는 철저히 사립대와 사학재단의 책임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론을 사학재단으로 향하게 하고 '촛불'을 흩어지게 하는 게 목적?

경향신문 2011년 6월8일자 3면
▲ 촛불 범국민운동 경향신문 2011년 6월8일자 3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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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이 '타깃'을 사립대와 사학재단으로 설정한 배경이 뭘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외면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촛불집회 확산→ 반MB·반한나라·반보수 정서 확대→ 내년 총선패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런 구도가 현실화된다면? 반값 등록금과 무상복지가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게 최대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 대두될 경우 보수진영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영무 <한겨레> 논설위원이 오늘(8일)자 칼럼(아침햇발-반값 등록금과 복지 판도라)에서 "반값 등록금은 그 자체로 중요한 현안이지만, 무상급식에 이어 복지의 판도라 상자를 활짝 열어젖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반값 등록금이 등록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복지논쟁을 확산시키는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2011년 6월8일자 35면
▲ 복지 판도라 한겨레 2011년 6월8일자 35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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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이 등록금 문제를 정조준한 데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적절히 해소하면서 정권재창출에 위협적이지 않을 '묘수'를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학재단을 압박하는 방법 외에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일부 사립대와 사학재단을 '척결대상'으로 만들고, '대학개혁' '비리재단 척결' 쪽으로 여론몰이를 해야 반값 등록금 논란이 복지논쟁으로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전에 반값 등록금 문제를 '대학개혁'과 구조조정 문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조선>·<중앙>의 필사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복지논쟁 확산을 경계하는 <조선>과 <중앙>

<조선>·<중앙>이 대학등록금 문제를 정조준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복지논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큰 연결고리를 차단시키겠다는 것.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등록금 기사 비중을 키우는 것도 복지논쟁 확산에 대한 <조선>·<중앙>의 초조함이 반영돼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지난 4·27 재보선을 통해 복지논쟁의 위력을 체감한 그들 아닌가. 그런 점에서 <조선>·<중앙>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촛불집회'라기보다는 촛불집회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침묵하는 다수의 유권자일 수도 있다. <조선>·<중앙>의 '대학등록금 보도'를 분석적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중앙일보, #반값등록금, #사학재단, #복지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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