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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어울린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바다와 어울린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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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도를 보물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동해, 서해, 남해. 근데 남해바다로 향하는 해안 중간에 남해군이 있다. 남해바다를 대표하는 곳이 남해군? 남해군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남해군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 그 섬으로 들어간다.

남해대교를 건넌다. 남해대교는 남해 섬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상징이다.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노량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붉은색 주탑을 가진 현수교다. 볼수록 아름다운 다리다. 다리 양쪽으로 깃발이 펄럭인다. 다리 난간에 보물섬이라는 깃발을 세웠다.

보물섬은 해적이 등장하고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숨겨져 있는 모험의 세계가 연상된다. 남해군에서도 그런 생각으로 보물섬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인상이 너무나 좋다. 아마 지역 특산물이 많고, 산이나 역사유적 등 볼거리가 많아서 보물섬이라고 했을 것이다.

기암괴석을 보며 오르는 재미, 금산 산행

남해에는 볼거리가 참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이 금산 보리암이다. 금산으로 향한다. 금산(681m)을 오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를 타고 보리암 주차장까지 올라가서 금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다른 하나는 탐방지원센터에서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길이 있다. 어디로 금산을 오를 것인가? 진정 금산을 즐기려면 당연히 걸어서 올라야겠지.

산행은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산행거리 2.2㎞, 90분 정도 소요된단다.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었다. 두세 명이 이야기 하면서 갈 정도로 넓은 길이다. 푸릇푸릇한 산기운이 넘쳐나는 산길을 걸어서 올라간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쉼터가 있고, 약수터가 있어 쉬었다 가기에 좋다. 편안한 숲길을 느긋하게 걸어간다.

산길은 돌계단길로 변하더니 가파르게 올라간다. 가파른 계단 위로 커다란 바위가 시야를 꽉 채운다. 바위는 커다란 구멍이 두 개 뚫렸다. 금산의 상징이라는 쌍홍문이다. 마치 해골처럼 보인다. 혹시 보물섬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유가? 원효대사가 쌍무지개 같다고 해서 쌍홍문(雙虹門)이라고 했단다.

금산으로 오르는 길은 쌍무지개가 뜬 쌍홍문을 지난다. 바위동굴은 여러사람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다.
 금산으로 오르는 길은 쌍무지개가 뜬 쌍홍문을 지난다. 바위동굴은 여러사람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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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정상에 있는 문장암. 바위에는 주세붕이 써 놓은 글귀가 있다.
 금산 정상에 있는 문장암. 바위에는 주세붕이 써 놓은 글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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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보리암으로 가는 길이다. 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기암괴석이 연속이다. 바위마다 사연이 있고, 금산 38경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얀 빛이 나는 화강암 바위들이 위태위태하게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금산 정상에는 커다란 둥근 바위가 있고, "由虹門 上錦山"이란 글귀가 써있다. 글씨가 쓰인 바위래서 문장암이라고 한다. 바위에 새겨진 글은 조선 중종 때 주세붕(1495-1554)이 쓴 글이라고 한다. 선생이 남해에 있는 금산이 명산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금산의 쌍홍문을 통하여 이곳 정상까지 올라와 보니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글을 새겨 놓았다고 한다.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보리암

금산은 본래 보광산(普光山)이었는데 금산으로 부르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려고 백두산과 지리산에서 기도를 하였으나 효험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금산에서 백일기도를 했는데, 어느 날 꿈에 금산의 산신령이 나타나 이성계를 왕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보광산 전체를 비단으로 싸 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이성계는 이를 수락하였고 이내 왕이 된 후 산신령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광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고자 하였다. 그러나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싼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이성계는 기지를 발휘하여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 망대가 있다. 망대에 서면 푸르름이 짙어가는 산줄기가 보인다. 그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다.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바다에 떠 있다. 봉수대 난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이 너무나 좋다. 맑은 날씨와 바다에서 불어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바위 벼랑 위에 자리잡은 금산 보리암
 바위 벼랑 위에 자리잡은 금산 보리암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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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서있는 해수관음상과 보리암.
 바다를 향해 서있는 해수관음상과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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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정산에서 200m 정도 내려오면 바위 벼랑에 걸쳐있는 절집이 있다.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인 보리암이다. 보리암은 683년(신문왕 3) 원효대사가 보광사(普光寺)로 창건했는데, 1660년(현종 1)에 와서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보리암(菩提庵)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보리암은 주불전인 보광전이 있고 주변으로 극락전과 요사가 있다. 보리암의 멋은 탑대에 세운 삼층석탑과 해수관음상이다. 작지만 갖출 것을 다 갖춘 삼층석탑과 바다를 향해 모든 것을 포용하듯 서있는 웅장한 해수관음상은 보리암의 상징이다. 보리암은 관음기도처로서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한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작은 소원하나 빌어본다.

지족해협 원시어업 죽방렴과 멸치회

점심을 먹기 위해 창선대교로 향한다. 창선대교 아래로는 좁은 바다길인 지족해협이 지나고, 대나무와 참나무를 이용해 설치한 V자 모양의 정치망인 죽방렴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죽방렴은 물 흐름을 이용하여 고기를 가두는 원시어업의 한 형태다.

원시어업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지족해협 죽방렴
 원시어업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지족해협 죽방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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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무침으로 나온 멸치회
 초고추장 무침으로 나온 멸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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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궁중에도 진상했다는 남해 특산품으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죽방렴이 바라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멸치회를 시켰다. 멸치회? 그 작은 생선에 회 뜰 것이라도 있나? 아니나 다를까 멸치회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회가 아니다. 멸치회는 뼈만 발라낸 생선을 양파와 미나리를 넣고 초고추장에 버물린 회무침이다.

멸치회는 새콤달콤하다. 밥 한 공기를 시켜서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 깻잎이나 상추에 밥을 올리고 멸치회를 올려서 한 쌈 먹으면 밥과 어울린 멸치회 맛이 일품이다. 추가로 시킨 멸치 쌈밥은 조금 비릿하지만, 죽방렴이라고 죽순을 넣었는지 담백한 맛이 난다.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가천다랭이마을

미국마을
 미국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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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 다랭이마을로 향한다. 가는 길에는 미국 마을도 있다. 남해에는 독일마을이 유명한데, 미국마을도 있다는 게 어찌 급조된 느낌이 든다. 궁금해서 들렀다 간다. 재미교포들이 여생을 보낼 장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미국 전통 주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어설픈 분위기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좋다. 아기자기한 새파란 바다.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남해안의 매력이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한참을 간다. 도로는 차 두 대 겨우 비껴갈 정도. 모퉁이를 돌아서면 도로 아래로 마을이 펼쳐진다. 상당히 가파른 해안가에 집들이 지어지고 논밭들이 마을을 에워싸듯 펼쳐져 있다. 그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비탈진 해안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천다랭이마을
 비탈진 해안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천다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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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다랭이마을 앞 해안.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진다.
 가천다랭이마을 앞 해안.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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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애환이 배어있는 다랭이 논. 바다와 어울리면 한 폭의 그림이다.
 삶의 애환이 배어있는 다랭이 논. 바다와 어울리면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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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내려간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까만 지붕에 꽃을 그려 놓고, 담에는 남해 특산물을 그려 놓았다. 마을 아래쪽에는 암수바위가 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바위 모양이 특이하다. 다랭이 논들은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농지가 부족한 해안가 마을에서 조그만 땅이라도 마련하고자 돌담을 쌓고 개간한 논밭들이다. 다랭이논과 어울린 바다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해안가로 걸어가는 산책로에는 라벤더 꽃이 보랏빛으로 아름답게 피었다. 산책로를 따라 팔각정까지 간다. 팔각정에서 바라본 바다는 힘이 넘친다. 먼 바다에서부터 밀려온 파도는 가천 해안가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갯바위를 타고 부서지는 파도는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 위에는 커다란 화물선들이 먼 바다로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5월 29일 풍경입니다.



태그:#남해, #금산, #보리암, #멸치회, #가천다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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